활짝 핀 꽃 한 송이

[깜언 베트남 30]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그래, 보여주겠다. 나의 용기를! 잘 보아라, 여행자의 자유를!’ 숨 한 번 크게 쉬고 따라가는데, 여인 일행이 장소를 이동하면서 자꾸 멀어졌다. 멋지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어느새 엉거주춤 뛰고 있다. 먼저 맨 뒤에 걸어가는 사진사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모델인가요?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나요?” ‘이놈 뭐야?’하는 표정으로, 직접 가서 물어보란다. 남자들이 웅성거렸다.


뒤통수는 따갑고, 얼굴은 화끈거렸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신짜오!” 여인은 당황하며, “신짜오.” ‘저는 여행자입니다. 우연히 이곳에 왔는데, 어여쁜 당신 모습에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불안한 정적이 흐르고, 잠시 후 그녀는 활짝 핀 꽃 한 송이처럼 웃으며 “좋다!”고 했다. 여인의 밝고 따뜻한 미소는 나의 용기를 진정 값진 것으로 만들었다.


짝! 짝! 짝! 김사장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박수로 환영했다. ‘훗, 이 정도야’라고 했지만,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꽃밭을 떠나면서 그녀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데,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쪽을 보는가 싶어 팔을 크게 세 번 흔들었다. 먼 거리였지만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깜언,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내가 잭팟을 터뜨린 거야!


이제 숙소로 돌아갈 때, 날아갈 수도 있겠다. 김사장은 무슨 아쉬움이 남는지, 박이라도 잡고 사진을 찍겠단다. 기아차 모닝 택시를 잡았다.(베트남은 차 크기에 따라 요금이 3단계로 나뉜다.) 비행기 이코노미석 트레이닝을 마쳐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차가 넓고 편하기만 했다. 흐뭇한 얼굴로 창밖을 보는데, 이상하다. 여기 왜 이렇게 풍경이 좋고, 사람이 많지?


이곳이 바로 서호공원이고, 우리가 간 곳은 영어로 ‘Colorful lakeside flower gardens’였다. 넓은 호수를 따라 예쁜 카페와 음식점, 각국 여행자가 가득했다. 여기서 커피나 맥주를 먹었으면, 여행 분위기 제대로 냈을 터. 5분만 더 걸었더라면…. 아니지 그럼 사진 못 찍었지. ‘내릴까?’하는데, 김사장은 이미 깊은 명상에 빠져있다. 그나저나, 여인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스티커 크기는 실제 얼굴과 비례하며, 표정도 일치한다. 다만 여인은 실물이 훨씬 낫고, 안기자는 스티커가 낫다. '넌 나이 안 먹는 줄 아냐 이놈아?!' 하셨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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