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29]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꽃천지 정문으로 들어가자 무대와 그 위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건 딱 봐도 결혼식 후 일가친척 사진 촬영 모습. “김사장, 정말 놀랍지 않아? 우리가 베트남 사람들 결혼식을 보다니!” 김사장은 정말 놀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무 말 없었다. 하객들의 상기된 목소리, 큰 음악 소리 때문에 그랬을 거야. “김사장, 우리 베트남과 더 가까워진 것 같지 않아?” “….”
피로연 장소를 지나니 넓은 꽃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는 아무래도 행사를 위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같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여행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남자 둘밖에 없다. 유쾌한 사람들에 비해 우리는 많이 차분했다. 이런 풍경 보려고 그렇게 오래 걸은 게 아닌데. “김사장, 사진 찍어 줄게.”
사진은 속여줄 것이다. 훗날 지금 우리의 피로와 감정을 다 잊으면, 꽃밭에서 찍은 사진은 행복해 보이겠지. 우리는 베트남 그 어느 곳에서보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다리가 아파 간절히 앉고 싶었지만,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계단이라도 앉아보자’ 하고 가는데, 지나는 길에 한 소년이 심취해 괴상한 노래를 하고 있다. ‘그래, 나도 인정할게. 이번 코스는 망했어.’
바로 그때! 순백의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찍는 천... 아니 여인이 보였다. 음, 뭐, 음, 아름다웠다. 수많은 꽃 중의 꽃이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 ‘바로 이거야!’ “김사장, 우리 저 여인과 사진 찍을까?” “어떻게?” “그냥 가서 사진 찍자고 하면 되지 뭐.” “….” “가자!” “됐어!” 음, 김사장은 그 짧은 순간 천사 같은 와이프를 생각한 게 틀림없다.
“야, 너 가서 사진 찍고 와.” 겨우 벤치를 찾아 앉았는데, 김사장이 나를 충동질했다. “나 혼자 왜 찍냐?”라 말하긴 했지만, 찍고 싶었다. 음, 뭐, 음, 여행 와서, 이런 추억 하나 못 만들까. 내적 고민을 하고 있는데, 김사장이 “<데미안> 안 읽었어? 알을 깨...”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 이상 데미안 타령을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