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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Nov 25. 2021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가끔 이런 질문을 마주 하곤 한다.    겨울 우연히 문승연 작가님의 전시회를 보러 갔었다. 그때 작가님과 함께하는 티파티가 있었는데 문득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 행복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현재'  하나뿐이었다.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역시 현재를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행복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하는 질문에 과연 원칙이라는 게 필요할까? 행복이라는 것은 내 기분이 내 감정이 솔직함에 취해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미워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끔 현실이 마주하는 순간순간이 힘들거나 작은 불만에 대하여 푸념한 적은 있어도 결국 내 현실을 가장 사랑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무언가를 해내지 못 한 내 자아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그로 인해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행복하다. 남편을 만나 네 아이와 함께 하며 나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도전해 가며 살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행복하다.


내가 어렸을 적 개그우먼 시험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첫째는 내게 질문을 한다.

"그때 만약에 시험을 보고 잘 됐으면 엄마는 무얼 하고 있을까? 유명해져 있을까?"

사실 진심을 담아 본시험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에 목숨 걸고 준비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냥 재미 삼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었다. 결국 그 진심이라는 게 없어 쉽게 포기해 버린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데 나의 아이들은 꽤나 진심으로 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말한다. "그랬다면 너희들을 못 만날 수도 있었어!" 그 대답에 첫째는 조용해진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선택에 내 실수에 그리고 결국 나에게 채워진 현실에 행복은 가득하다.


아침이면 일어나 공원을 걷거나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행복하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준비하는 순간도 행복하다. 아이들을 보내고 난 후 나의 시간을 갖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돌아온 오후 함께 밥을 먹고 추억을 더하는 순간,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눕는 것 까지 행복하다.


화도 내고 혼도 내고 나를 자책하고 후회 하기도 하지만 사실 모든 일에는 그것들에 행복을 더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

그러니 사실 행복이 멀리 있는  같지도 않고 어려운 일도 아니며 매일 같이  마음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일부분일 뿐이라 생각한다.



문득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다."아! 나 지금 행복하네."


사실 생각한다. '아... 돈이 조금만 더 들어오면 좋겠네!' 혹은 '아이들 없이 혼자 여행을 편히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 아니면 '무언가를 멋있게 하고 싶은데,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 그 모든 생각들은 내 행복이라는 감정을 조금 더 더할 뿐이다.


나의 행복은 그렇다.


불행이니 불편함 가운데에서도 불쑥 그렇데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는 행복의 감정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 감정으로 내 인생에 조금은 더 힘내서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행복은 깊고도 낮은 내 마음속 우물에 자리 잡고 노르 락 내리락한다.

단정 지어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무어라 정리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마신 커피도 낮에 먹던 과자도 아이들 웃음소리에 같이 껄껄 웃던 시간도 나에게는 결국 다 같은 행복이다.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괜히 하는 말은 아니다. 그도 행복은 행복이다.

오늘 사다


읽고 있는 책에서 <월든>의 한 구절이 나온다. "현실은 너무나도 멋지다!"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다. 저 한 문장으로 <월든>이 읽고 싶을 정도였다. 그 현실을 그 어느 누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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