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질문을 마주 하곤 한다. 몇 해 전 겨울 우연히 문승연 작가님의 전시회를 보러 갔었다. 그때 작가님과 함께하는 티파티가 있었는데 문득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 행복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단어는 '현재' 단 하나뿐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역시 현재를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행복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하는 질문에 과연 원칙이라는 게 필요할까? 행복이라는 것은 내 기분이 내 감정이 솔직함에 취해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미워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끔 현실이 마주하는 순간순간이 힘들거나 작은 불만에 대하여 푸념한 적은 있어도 결국 내 현실을 가장 사랑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무언가를 해내지 못 한 내 자아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그로 인해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행복하다. 남편을 만나 네 아이와 함께 하며 나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도전해 가며 살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행복하다.
내가 어렸을 적 개그우먼 시험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첫째는 내게 질문을 한다.
"그때 만약에 시험을 보고 잘 됐으면 엄마는 무얼 하고 있을까? 유명해져 있을까?"
사실 진심을 담아 본시험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에 목숨 걸고 준비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냥 재미 삼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었다. 결국 그 진심이라는 게 없어 쉽게 포기해 버린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데 나의 아이들은 꽤나 진심으로 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말한다. "그랬다면 너희들을 못 만날 수도 있었어!" 그 대답에 첫째는 조용해진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선택에 내 실수에 그리고 결국 나에게 채워진 현실에 행복은 가득하다.
아침이면 일어나 공원을 걷거나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행복하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준비하는 순간도 행복하다. 아이들을 보내고 난 후 나의 시간을 갖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돌아온 오후 함께 밥을 먹고 추억을 더하는 순간,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눕는 것 까지 행복하다.
화도 내고 혼도 내고 나를 자책하고 후회 하기도 하지만 사실 모든 일에는 그것들에 행복을 더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
그러니 사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어려운 일도 아니며 매일 같이 내 마음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일부분일 뿐이라 생각한다.
문득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다."아! 나 지금 행복하네."
사실 생각한다. '아... 돈이 조금만 더 들어오면 좋겠네!' 혹은 '아이들 없이 혼자 여행을 편히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 아니면 '무언가를 멋있게 하고 싶은데,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 그 모든 생각들은 내 행복이라는 감정을 조금 더 더할 뿐이다.
나의 행복은 그렇다.
불행이니 불편함 가운데에서도 불쑥 그렇데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는 행복의 감정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 감정으로 내 인생에 조금은 더 힘내서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행복은 깊고도 낮은 내 마음속 우물에 자리 잡고 노르 락 내리락한다.
단정 지어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무어라 정리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마신 커피도 낮에 먹던 과자도 아이들 웃음소리에 같이 껄껄 웃던 시간도 나에게는 결국 다 같은 행복이다.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괜히 하는 말은 아니다. 그도 행복은 행복이다.
오늘 사다
읽고 있는 책에서 <월든>의 한 구절이 나온다. "현실은 너무나도 멋지다!"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다. 저 한 문장으로 <월든>이 읽고 싶을 정도였다. 그 현실을 그 어느 누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