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에서 BTS의 신곡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Permission to Dance'의 안무에 관한 이야기였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안무 중에
수어로 만들어진 춤이 꽤나 화재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즐겁다, 춤을 추다, 평화를 뜻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안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 작은 행동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식을 듣고 어찌 찾아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미(bts 팬클럽)가 아니더라도 이건 꼭 봐야 했다.
유튜브의 조회수는 이미 어마어마했다. 억 단위가 넘었다니! 발매가 되자마자 며칠 만에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능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하려나...
수어를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알고 나니 감동인데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접하고 얼마나 크게 감동하고 얼마나 즐거웠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의 노래, 누군가의 글, 누군가의 사진, 누군가의 목소리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나 정보가 너무 많다. 그 속에서도 누군가와 차별이 되는 것은 마음을 움직이고 또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힘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쉬운 것 같지만 또 꽤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sns를 통해서 보게 된 책 추천 피드가 있었다. 유난히 많이 올라오는 피드는 사실 그 자체 만으로도 자극이 된다. 좋은 후기까지 올라온다면 그것은 정말 피할 수가 없다.
"아! 이 사람도 이 책을 읽고 있구나!"
"이 사람도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했구나! 이런 느낌인가?"
그 느낌에 이끌려 도서관에 도서를 예약하고 책을 받아 들고 와서는 뿌듯한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고 또 반쯤을 넘기고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이리 열광하고 좋아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을 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공감과 힘이 되어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은 목요일마다 글쓰기 소모임을 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대해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김신지 작가님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삶이란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라는 글을 읽었을 때 소모임 인원들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비슷한 상황을 찾아 공감하다 보니 글들이 더 와닿는 달까?
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그 순간마다 즐기고 행복해하는 엄마라는 공감대 속에서 각자의 소중한 순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시간을 내어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기고 그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 자체가 무척 큰 힘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피드백 중에 공감한다는 글, 재미있게 읽었다는 글, 편안하게 술술 읽혔다는 글을 접할 때마다 기분이 무척 좋다. 그 이유 역시 내 마음과 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첫째를 출산하기 전 남편과 단둘이 강화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만삭의 몸이다 보니 쉼이 중요하게 생각되었고 검색하던 중에 딱 내가 원하는 펜션을 찾았다.
체크인이 시작된 순간부터 그 공간을 열심히 즐겼다.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중간중간 틈틈이 그곳에 놓인 책도 읽고 저녁을 먹은 후에도 난로 옆 소파에 앉아 책들을 뒤적거렸다.
우연히 집어 든 사진집 속 여자아이는 예쁜 미소를 띠며 단발머리에 하늘색 체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내가 만든 옷이었다.
사실 책의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디자인 한 옷이 맞는지, 뜨거운 눈빛으로 사진이 아닌 옷 사진만 넘겨보고 돌려보고 열심히 훑어보았다. 뒷모습 앞모습 그리고 라벨까지, 역시 내가 디자인 한 옷이었다.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 입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 하지 못 할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그때 그 시절만큼은 그게 전부였으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잘 팔리는 옷은 만든 나도 뿌듯하고 수익을 남기는 사장의 입장에서도 세상 좋을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옷을 구매한 사람도 그 물건에 마음을 움직여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고 싶은 욕구는 확실히 덜 할 테니까!
좀 전에 이야기 한 펜션도 예쁘게 담긴 사진들로 내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사진만 보고 찾아간 곳에 실망도 하지만 그때 그곳은 정말 좋았다.
생각만큼 따뜻했고 생각만큼 예뻤으며 생각만큼 편안했다.
물건이 되었건 책이 되었건 노래가 되었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참 다양하다.
나 역시 앞으로도 나의 사소한 행동과 이야기,
또는 글 속에서 마음을 함께 움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