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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Aug 09. 2021

코로나로 처한 일상

어느덧 자연스럽게 아침이 되면 울리는 재난문자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지금은 미세먼지 따위에 관심 두지 않는다.


요즘 우리 동네는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조금의 우려와 다르게 학원을 보내왔었다.

학원을 보내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 되기도 했던 터라 별 걱정 없이 학원을 보냈었다. 늘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학교나 학원이 제일 안전하지!"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학원에서 문자가 한통 날아왔다. 학원 수강생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였다.

사실 수업을 받는 날짜가 겹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별일이야 있겠냐는 마음으로 보건소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이틀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확진자는 발생했다.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들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며 전 요일 상관없이 아이들과 부모님의 PCR 검사를 요청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이후로 문자 소리에 나도 모르게 겁을 먹었다.


하루에 그렇게 많은 문자 연락을 받은 것도 처음인 듯하다.

별걱정 없이 지냈던 며칠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그 연락을 받고는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는데 보건소에서 연락을 받았다.

첫째 아들에게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내용과 함께 연락을 받은 당일 코로나 검사를 진행해달라는 연락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코로나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코로나 PCR 검사를 했다. 나와 남편 그리고 첫째와 둘째까지 검사를 마쳤다.

둘째는 너무 놀랐는지 많이 울었다. 무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며 엉엉 울었다.

여러 가지 말만 들었던 터라 나도 잔뜩 겁에 질려 검사를 하는데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다.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하늘이 참으로 예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울던 둘째는 그 와중에 하늘 사진을 찍어 할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늦은 저녁 검사를 마치고 돌아와 포장해서 들고 온 짜장면도 맛있게 먹었다.

그 짜장면을 먹고서 둘째의 기분은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사실 다음날이면 큰맘 먹고 놀러 가기로 했던 풀빌라를 취소하는 바람에 둘째는 더욱 속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걱정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괜찮겠지... 괜찮겠지...'라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작은 불안함의 불씨는 다음날 음성 확인 문자를 받기 전 까지는 계속 자리 잡고 아주 조금은 나를 괴롭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음성이지만 자가격리 대상자인 아들은 그렇게 열흘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꽉 채운 2주가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도 덕분에 함께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즐기고자 집안일에 힘을 쏟아부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길 것만 같았던 그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팬더믹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또 함께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격리를 응원하고 즐기는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음성 소식을 알리고 또 서로의 격리생활을 공유하며 매일을 문자와 사진으로 공유했던 나날들이 더불어 조금은 여유롭게 그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재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소식과 함께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은 삭제되었다.

자가격리하는 동안 집에만 있어 너무 좋다던 집돌이인 아들도 해제되는 순간을 기뻐했다.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일 보고 싶은데 격리하는 동안 볼 수 없어 속상했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도 또 자가격리도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새로운 경험 속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자가격리 중 쓰레기를 모아놓은 주황색 폐기물 봉투가 담긴 종량제 봉투와 보건소에 반납해야 할 체온계 그리고 구호물품으로 도착한 인스턴트 음식들이 가득 있다.


4단계 거리두기 속에서도 계속해서 많은 확진자 소식과 함께 매일같이 재난문자가 쏟아진다.

백신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확진자는 나오고 쉽사리 사라지거나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은 위드 코로나 현실에 우리는 조금 더 강해 지길 바라본다.

이런 위기의 순간을 조금은 지혜롭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코로나로부터 조금은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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