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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Jul 28. 2021

나는 카페가 좋아!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겨울이면 핫초코 그리고 여름이면 과일주스나 에이드를 마시는 일이 다반사였다.


 혼자 가끔 인디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을 때였다. 사실 어떤 영화를 보러 갔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의 충격과 공포는 이뤄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분위기는 왠지 커피였다.

매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목록을 보다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에스프레소' 그거였다.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을 주문해 극장에 혼자 앉아 어두워지는 극장 안에서 커피를 입으로 가져다 데는 순간 너무 놀라

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결국 그 커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영화는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웃긴 일인데, 정말 그때의 기억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으로 파리를 찾을 때 들은 이야기이다. 에스프레소에 각설탕을 넣어 마시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낀다고,

그때 누군가가 알려주었다면 그리 놀라지는 않았을 텐데 난 왜 에스프레소였을까?


 영화를 보고 오후에 만난 지인에게 커피를 마셔 보고 싶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그 커피의 맛이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한목 음만 넘겨도 쓰디쓴 아메리카노는 나에게 너무 높은 벽과 같았다.


지인이 추천해 준 메뉴는 카페모카와 캐러멜 마끼아또였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가끔...


커피가 아니어도 카페에 가는 것은 참 좋아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기자기하게 혹은 독특하게 또 심플하게 주인들 만의 특색으로 만들어진 그곳에서 크지 않은 돈을 투자하며 맛있고 예쁜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 덕분에 카메라는 늘 함께 였다.

 

카페에 가고 사진을 찍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싸이월드의 기록도 빠트리지 않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내가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육아를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결혼 후 첫째를 임신하고 출산과 함께 일을 그만 두워야했다. 그렇게 육아의 일상이 익숙해졌을 무렵 육아 동지들과 커피를 마시는 일상이 익숙해졌다.

동네에도 예쁜 카페들이 눈에 띄고 이제는 제법 아메리카노도 꽤 잘 마실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금세 그 쓴맛도 익숙해져 "맛있다!"라는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여전히 여기저기 가고 싶은 카페를 저장해 두고 찾아가 보기도 하고 여전히 좋아했다.


 둘째를 임신하고도 첫째 때는 잘 마시지 않던 커피를 매일 한잔씩 마시는 일도 꽤 익숙해졌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전 회사에 다시 복직을 되었고 사무실 앞에 있는 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고,

커피를 한잔도 안 마시고는 계속 피곤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읽은 책 '호호양의 미니멀 재테크'라는 책에서 보면 호호양의 부자습관 중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지 않는다'라는 목록을 보고는 괜히 웃음이 났다.

부자 습관을 떠나 나에게는 카페라는 공간이 테이크아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사무실 업무를 볼 때면 카페에서도 휴식은 정말 잠깐이고 곧 사무실로 올라가야 하지만 바깥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많았던 직업 특성상 나는 일을 하면서도

작업지시서를 쓰러 혹은 정리를 하거나 잡지를 보거나 원단 스와치를 찾아보는 일을 하기 위해 카페에서 제2의 사무실처럼 업무를 보곤 했다.


가끔 일본 출장을 갈 때면 스벅에 앉아 쉬면서 스콘 한입을 베어 물고 익숙하게  카페에서 메모를 하며

중간중간 업무의 정리를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도 커피의 맛을 좀 알았더라면 스벅 말고 더 많은 카페를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커피의 맛도 이제는 나름의 취향이 자리 잡고 꽤나 좋아하게 되었지만, 사실 아직도 가보고 싶은 카페를 찾을 때면 인테리어를 우선으로 꼽아 보게 된다.

내가 적은 금액으로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보고 찾은 카페에서 맛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곳은 다음에도 찾을 의향이 있고 지금도 그렇게 해서 가끔 찾는 카페들이 있다.


 물론 가보고 싶은 곳을 다 가볼 수도 없고 젊은이들처럼 한가하게 카페 투어를 할 수는 없다.

주부와 육아를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많이 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니지만, 여유가 되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일도 카페를 검색하는 일이다.

가끔 우리 동네에도 새로 생긴 카페가 없는지 찾아본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찾아가 본다.

요즘은 스타벅스가 최애 카페가 되어버린 현실이지만 필요에 의해 가는 카페도 힐링이 되곤 한다.

학교와 학원을 그리고 집을 가까이 두고 있는 스세권에 살고 있는 이유 때문에 자주 가게 되는 건 사실이라 갈 때면 패드도 챙기고

충전기도 챙기고 책도 들고 간다. 내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챙겨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쓰고 온다.


그렇게 내가 좋아 찾아가고 내가 먹고 싶은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필요한 일을 하거나 집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을 열심히 누리고 오는 것, 그것이 내가 카페에서 찾은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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