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를 졸업한 너와의 한달
아기가 생기기 전에는 그냥 갓난아기는 다 신생아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신생아란 "생후 30일까지의 아기"를 칭하는 거고 30일이 지나면 신생아가 아니라 이제 영아가 되는 거고 신생아는 졸업이었다.
그 이후에는 1개월, 2개월, 3개월 이렇게 개월수로 아기를 구분한다.
즉, 한달도 안 된 아기들을 주로 '신생아'라고 하는 것.
한달이 지난 시점에 신생아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기쁘던지.
신생아일때는 더 조심스럽고
행여나 어디가 아프더라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기도 어렵고, 쓸 수 있는 약도 한계가 많다. (물론 2개월이 된 지금도 먹을 수 있는 약도 없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조심조심 스러웠던 것 같은데 드디어 그 시기를 졸업하였다.
생후 1개월도 너무 아가아가하지만 뭔가 그래도 신생아를 졸업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이제 그래도 제법 아기를 돌보는 게 익숙해져서 기저귀 가는 건 그렇게 두렵지 않았고
처음에는 남편 없이 혼자 있을 때 아가가 응가를 하면 우왕좌왕 허둥대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젖병 먹이는 것도 처음에는 제대로 내가 못 물리는 것 같아서 아기에게 미안하곤 했는데
이제는 젖병 물리는 것도 적응이 되어서 잘 물리고 있고 아기도 제법 잘 빨아먹고 있다.
아기를 안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물론 지금도 목을 제대로 못 가누니 조심스럽게 안기는 하지만 못 안아올릴 정도는 아니고.
그렇게 Skill적인 것들은 하나하나 터득이 되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
엄마가 어느정도 되었나?싶기도 하다.
예전에는 울면 왜 우는지 고민을 한참 했다면
그래도 한달이라는 패턴이 쌓였다고 밥 시간을 먼저 확인해보고, 기저귀도 갈아보고
아기의 반응을 통해 졸린건지 배고픈건지도 얼추 짐작해보면서 맞춰보기도 한다.
(물론 가끔은 정말 이유를 모르게 계속 울기도 하고, 졸린 것 같은데 잠은 안자면서 계속 울때는 당혹스럽다...)
잘 해내고 있어줘서 고마운 너
아기를 키우다보면 '수면교육'이라는 얘기가 꼭 나오게 된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는 새벽에도 깨서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돌보는 양육자의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삶의 질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3시간 텀의 수유라고 하면 3시간은 그래도 잘 수 있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3시간 텀이 아기 기준인 것이고, 엄마는 아기를 위해 분유를 타고 (모유수유의 경우는 이 시간이 필요 없겠지만) 맘마를 먹이고, 먹이고 나서 트름을 시키고 하다보면 시간이 진짜 순삭이다.
게다가 기저귀도 갈아주는 것이 그 텀에 포함되어있는데 만약에 응가라도 하게 되면 응가한거 씻기고 준비하고 먹이고 트름시키고 나면 1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그리고 3시간 텀 수유라고 했지, 3시간 후에 아기가 자동으로 잔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먹고 나서 아기가 자지 않으면 토닥토닥 잠도 재워줘야 한다.
서연이는 조리원에서도 자느라고 먹는 걸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했고, 실제로 퇴소후에 집에 와서도 4시간을 넘기지 않게 하려고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 지나면 깨워서 우유를 먹여야 했다.
1개월 예방접종 떄 가서 의사선생님꼐 물어보니 아기가 굳이 깨지 않으면 깨울 필요가 없다고 하셨고
물론 몇일은 그래도 불안해서 아기를 깨워서 먹이긴 했지만, 곤히 자는 아기의 잠을 방해하는게 더 별로인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체중이 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더 이상 깨우지 않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서연이는 밤에 나름의 통잠을 자주었다. 밤 11시-12시쯤 우유를 먹이고 나면 새벽 4-5시까지는 더 이상 깨지 않았다. 낮 시간에는 이렇게 길게 텀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밤에는 자는 것이라는 걸 아는지 구욷이 깨지 않았다. 물론 새벽 5시도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1개월 신생아를 키우는데 이 정도 쯤이야..!
낮에도 수유텀이 긴 편이라서 4시간 까지는 그래도 더 달라고 보채지 않는 편이기는 한데 그거에 비해 수유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1개월 기준 120~140ml정도를 먹으면서 4시간 텀이니 하루에 6번 정도만 수유를 하면 되었다. 그마저도 잘 때는 4시간을 넘기니까 5번 정도 먹이고 있는데 총량으로 따지면 적게 먹는 날은 600ml정도였고 많이 먹는 날은 750ml정도였다.
권장 수유랑은 700~840ml정도였는데 권장 수유량 보다는 조금 적게 먹는 것 같아서 걱정이기도 했지만 지표는 체중이라며 정상적으로 체중이 늘고 있다면 굳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보들을 보고는 잠을 잘 때 더 이상 억지로 꺠우지 않고 있다.
남들은 밤중수유를 없앤다고 수면교육을 한다는데, 서연이는 스스로 해주는게 고맙기도 하고 또 아기는 때 되면 알아서 한다는 말이 저런 의미인건가 싶기도 하다.
엄마나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면 서연이 정도면 순한 편이라고 하는데 어느정도 공감이 되기도 했다.
서연이는 실제로 잠투정이 조금 있는 편이지, 이유 없이 울거나 무조건 안으라고 하는 아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밤에 밤잠을 길게 자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아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 아기가 아침 7시까지 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시쯤에 140ml를 먹고 5시까지 자는 편이니까 그 때 160ml정도를 먹으면 더 늦게까지 자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어제 160ml를 탔지만 서연이는 110ml를 먹고 입을 싹 닫았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저러지 않을까 싶은데 서연이는 딱 정량을 먹으면 혀로 젖병을 밀어낸다.
즉, 내가 억지로 먹인다고 더 먹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기로 했다.
밤 시간에 충분히 분유를 타오기는 하되 애기가 먹지 않으면 그건 어쩔수 없는 거라고.
수면교육은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어놓고는 또 다시 인터넷을 보면 먹-놀-잠 을 해야 한다는데.. 서연이는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되었다.
물론 먹으면서 자는건 거의 하지 않고 있고, 먹으면서 자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그게 습관이 되면 깼을 때 먹지 않으면 못잠드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서연이는 깨더라도 먹지 않고 잠들기도 하는 아기라서 크게 먹잠이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나와 남편은 아기가 울면 밥을 주자 주의이기 때문에 가끔은 일어나서 놀다가 먹고 자기도 한다. 그냥 깨서 눈을 말똥말똥 거릴 때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놀-먹-잠 순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은데 이걸 어떡해야 하나 또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남편은 서연이는 먹잠을 하는 편도 아니고, 그 순서를 지키자고 애기가 별로 배가 안고픈데 먹일수는 없는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데 남편의 말을 들으면 또 그 말이 맞는 말이다 싶다.
모든 애기들이 다 다른것철머 서연이도 서연이의 특성이 있는데 내가 너무 서연이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시키려고 하는 건가 걱정이 되었다.
아기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사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밤잠도 자주고 있고,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체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잘하고 있어서 너무 고마운 서연이다.
엄마의 마음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때 아기에게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엄마가 아기에게 사랑을 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지만 사랑을 많이 주고 많이 표현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기가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늘 자신감 넘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랐으면 했다.
똑똑한 아이, 예쁜 아이, 이렇게 자라도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서연이가 그렇게 부모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고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서연이가 올라였을 때부터 쭉 했던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에게 늘 웃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 표현을 많이 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가끔 서연이가 잠투정으로 잠이 오면서도 자지않고 울고 있고, 그 우는 아기를 10분, 20분, 30분 넘게 달래다보면 화가 나기도 했다. 아기를 쳐다보지 않고 그냥 안고 토닥토닥- 제발, 그만 좀 울어라.
그러다보면 아기는 어쨌든 잠이 오는 순간이 오는데 그렇게 또 자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아까의 내 마음이 얼마나 미안하던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아기는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싶고.
미안한 마음이 들면 그 다음은 자책으로 이어졌다.
나는 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인가.
사실 남편이 함께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독박육아도 아니면서 그 순간 그 차오르는 욱하는 마음이 아기에게 미안했다. 혼자 육아를 하는 거라면 힘드니 그럴수도 있다지만 난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자책하다보면 울적해지고, 울적해지는 나를 달래주는 건 늘 곁에 있는 남편이었다.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그 정도의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라고.
앞으로 그럴 땐 자기에게 아기를 건네주고 잠깐 쉬라고 남편이 말해주는데도
건네는 것 자체고 엄마로서의 자질이 없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울적한 때도 있었다.
아기가 이제 제법 눈맞춤도 되고 옹알이도 하는데 그러다보니 아기가 깨어있을 때는 다른 걸 하지 않고 아기랑만 놀아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기엔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걸..! 아기가 잘 때 나도 다른 걸 하기도 하지만 안겨 자기도 하기 때문에 그럴 땐 손이 묶여 있다. 그 때 하지 못한 아기 빨래 개기, 빨래 널기, 밥 먹은거 설거지하기, 택배포장온거 뜯기, 쓰레기통 비우기..!
그러다보면 아기에게 모빌을 보여주고 나는 그 일들을 하고 있는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그리고 서연이는 모빌을 잘 보고 있는 편이다. 모빌을 보는 서연이를 보면 신나 보이는데도 뭔가 내가 서연이를 방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최대한 눈도 많이 마주치고, 말도 많이 걸고, 그림책도 보여주고, 스킨십도 끝없이 해주는데도 뭔가 더 많이 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거 보면 엄마가 되면 끝없이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인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연이를 돌보다 보면 약간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를 잘 쳐다보지 않지만 나는 서연이를 늘 쳐다보고 있고
서연이에게 필요한건 뭔가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쉴 때도 서연이 사진을 보고 있기도 하고, 서연이가 필요한걸 더 많이 구매하기도 하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짝사랑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서연이가 가끔은 날 보고 웃어줄 때 너무 행복하다.
아마 이 아이가 자라면서 더욱 더 나는 짝사랑이 심해질거고,
서연이의 미소 한번, 엄마 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한번씩 행복해지겠지.
주변에서 아이를 낳으면 너-무 힘들지만 또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요즘 좀 알것 같은 느낌이다.
벌써 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은 못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