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선생님 '마리'입니다

선생님, 선생님 꿈이 뭐예요?

by 해파링

"선생님,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아홉 살 중국인한테서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에서 두 눈만 꿈뻑꿈뻑 대고 있으니까, 내가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아이가 다시 한번 또박또박 질문을 한다. 귀엽고 상냥하게도 단어까지 바꿔가면서 말이다.

"장래희망이요."

알아. 네가 말한 그 꿈이 그 꿈이라는 거. 꼬맹아 후후... 응? 장래희망??

장래희망이라... 마흔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장래희망이라... 장래희망이라... 장래희망이라... 크, 난감하네. 단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생각이 너무 많이 지고 심각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난 이미 다 컸는데, 아니 다 컸나? 그런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질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대답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선생님 장래희망? 글쎄..."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는데. 내 꿈이라...

"나는 화가가 될 거예요"

화가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가난을 떠올린 나는 정말이지 하, 쓰레기야.

"우와, 멋있다 화가."

방긋 웃으며 내 가난한 마음을 숨겼다.

"선생님 나는 예술가예요"

베트남 아이가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게 내 얼굴이란다. 뭘 그린 건진 모르겠지만 "공주네, 공주."라고 칭찬해 주었다.

"준이도 화가네."

"나는 테니스가 될 거예요"

"테니스 선수."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선생님은 공주가 될 거야."

라고 말했지만 다들 칠판에 낙서하느라 내 꿈에는 관심이 없다. 괜찮다. 사람은 각자 살아가는 거니까. 난 다 컸으니까. 나도 아이들 옆에 가서 칠판에 공주를 그리기 시작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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