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
내 청춘을 갈아넣은 그곳을
16년만에 떠났다.
마냥 어린 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고
가르치던 아이들도 머문 나 보다 더 자랐다
새 일을 준비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할 일 목록이 빼곡한데 손을 들 힘조차
고개들기도 어지럽기만 하다
쉼이 좋으나 낯선 불안감
몸은 늘어져 있는데 뭐든 하라는
인정머리 없는 내 근면함이
겨우 한 달을 휴식을 흉내낸다
살아있는 이 축복이 겨워
방전된 내 모습이 부끄럽다
그런 부끄럼을 계단삼아
난 다시 인생 여정을 이어본다
느리면 느린대로
흐리면 맑아질걸 믿으며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두손으로 도와주며 한 걸음 또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