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깊은 곳에서
돌아보기 싫었어. 물론 행복한 날도 있었지.
그렇지만 돌아보기 싫었고, 그렇게 연락이 두절된 건지 내가 그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늘 열심히 살았는데, 그러면서 나는 나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외면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주님이 내 곁에서 잠잠하시는 시간 속에, 나는 분리불안을 겪는 어린애처럼 허둥허둥 헤맨다.
그러다 길을 잃은 아이가, 엄마랑 헤어졌을 때 어디서 만나기로 했었는지를 떠올리듯 시간을 거슬러 생각을 더듬는다. 그리고 직면하라고 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떠올린다. 내가 외면해 버린 시간들... 사람들...
"왜 나를 고독가운데 놔두시고, 변함없이 옆에 계시면서도 침묵하셔서 저를 깊은 곳으로 밀어내시나요?"
직면해라
화해해라
네가 마음속에서 외면한 그래서 상처 입은 자들의 고독을 너도 느껴보렴.
네 마음에 빚진 이들을, 너에게 빚졌던 자들을 마음속에서 외면하고 밀어내고, 심지어
그것이 살인이 되어 깨어지고 무너진 관계들을 회복해라.
"저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지금은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부족한 저인걸요.
게다가 몇몇은 저에게 손해를 입힌사람들이구요. 몇은 소중했지만 신뢰를 깨버려서 제가 손절한 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지금의 너를 보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 성실함으로만 약속을 지킬 수 있니? 너도 한걸음만 더 내딛을 힘이 없어지면, 그들과 똑같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걸 너도 잘 알지 않니?
네가 그들보다 더 나아서 그들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게 아냐. 너는 지금 영혼의 고독과 금식을 통해 너와 관계되었던 이들의 고통과 외로움에 동참하고 있는 거야. 하물며 몇몇은 지금의 너 보다 훨씬 난처한 상황과 깊은 고독 속에서 네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나가고 있지. 비록 그것이 스스로의 잘못이라도 해도. 고통은 고통인 거야.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내 소유고, 넌 그들을 돌보고 중보 해야 하는 마음의 빚을 외면하고 있지. 아주 오랫동안.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죠? 저의 마음은, 영혼은 이미 누굴 살려내고 화해하고 받아들일 능력이 없는 만신창이예요."
내가 할게. 이제까지처럼. 십자가를 내가 졌잖니? 그런데 너는 너의 십자가를 지렴. 니 상태에 맞게 작은 것으로 준비했어. 그 십자가를 외면하지 마.
그들의 고통과 배고픔, 영의 고독과 방황을 차갑게 정죄하고, 네가 다칠까 봐 밀어냈던 네 형제. 자매들을 다시 마음으로 먼저 화해하렴.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하는 건 온전히 너의 회복과 안정감을 위해서란다.
그 십자가가 등불이 되어 네가 지고 갈 때, 어둠을 뚫고 갈 길을 인도해 줄 거야.
너는 선택을 해. 내가 같이 해줄게.
"그래서 제가 답답했을까요? 제가 망쳐버린, 정당하다며 거침없이 정리해 버린 관계 속에 그들에게 차갑게 휘두른...
사마리아사람... 강도 만나 쓰러진 자를 돌봐 준 사마리아인은커녕...
어쩌면 저는..."
아니, 내가 원하는 건 자학, 자책, 후회가 아니야.
직면할 용기. 그리고 나를 믿고 내 말을 따라 네가 자유를 얻는 방법에 동의하고 나랑 같이 바꿔가는 거야.
너의 회복과, 그리고 네가 밀어내버린 이들의 회복.
이 모든 관계를 망쳐 너희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강도들에 대한 처벌. 이것이 결론이 될 거야.
이로써 눌러둔, 묶였던, 또는 누군가를 묶어놨던 것들을 끊고, 지금 네가 숨어 있는 어둔 동굴로부터 나와 지금의 고립감과 허기짐에서도 완전히 자유하게 될 거야.
"어려워요. 그리고 두려워요. 잘할 수 있을까요?"
나는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하지 않아.
그리고 넌 혼자였던 적이 없고, 그 일 가운데 내가 같이 할 거란다.
"잘은 모르겠지만, 선택하겠어요. 불편해도 하나하나 직면할게요.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들.
엄마를 잃은 상실감, 슬픔도 제 탓이라 여기며 외면한 저의 감정이었어요. 고학하며 어려운 시절 가난하고 외롭던 나를 잊고 싶어서 도와주셨던 좋은 분들과의 인연도 슬쩍 놓아버렸죠. 도움과 상처를 골고루 섞어줬던 친척들과 형제에 대한 냉랭함도 살인과 다를 바 없고요. 아! 그러고 보니 저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마음속에서 죽이고 있었던 거네요. 그리고 물질적으로 피해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속 깊은 차가움.
치사할까 봐 숨겨놓은 속물근성까지...
침묵 속에, 일이 전부였던 제게서 일을 멈추게 하시고 집중하길 바라셨던, 폭주하는 차가운 마음을 직면하라 하시고, 화해하라 하시며 건강과 물질과 감정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려주신 거군요.
그들의 고통을 경험하게 하시면서요.
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너는~ 역시 내 아이다!
깊은 고독을 아는가? 사람도 주님도 분명 옆에 있지만 더욱 혼자인 거 같은 고독과 그로 인한 공포감. 막히는 일과 현실. 몸의 무거움과 통증들...
이 긴 싸움을 버티기만 하는 것, 원인을 외면하면서 버티기만 하는 것을 이제 그만두려 한다.
내가 깊은 곳에서 주를 불러 아뢰니
주여 나의 간구를 들어주심 바라고
보좌 앞에 나가니 은혜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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