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낙서

말들의 마을

by 은정

지도에는 없고 기억 속에 존재하는 마을

그곳에는 누구나 자신의 말을 키우고 있었어

말들은 신비로웠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전달했고

전달된 것은 반드시 이루어졌지.

거리도 시간도 무게도 거스르지 못하고,

지정한 곳, 전할 소식, 정한 사람에게 정확했지.


사람들은 칭찬하는 대화를 해.

그럼 그들의 말은 서로의 주인들에게

신비로운 가루로 그 칭찬을 뿌려주고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햇살이 따뜻하다

기분이 좋다 웃어대.

그리고 그들이 받은 칭찬처럼

아름다운 이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지혜로운 이는 더 깊어지고

친절한 사람은 더욱 따뜻해져.


단, 말의 소식을 받는 사람이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는 때는

그 말은 좀 바빠져.

바로 뒤로 돌아 그 칭찬을 한

자기 주인에게 신비의 가루를 뿌려야 해.

그럼, 칭찬을 했던 사람에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거지.


주인이 축복을 하면 축복을 전하는 말

주인이 저주를 하면 저주를 전하는 말

그 신비한 가루는 하나도 사라지지 않아

마을은 이 말들의 바쁜 일상으로

햇살이 비치기도 하고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하는 거지.


이제 눈치챘지?


네가 이 마을 사람들의 말이라면

어떨 거 같아?

매일 남을 저주하는 주인의 소식을 전하는

말이고 싶겠어?

아니면, 늘 빛나고 따뜻한 축복을 전하는

말이고 싶겠어?


이제는 마을의 이름조차 잊혀 갔지만

지도에도 없던 마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월을 따라 비밀처럼

쏙닥 쏙닥 전해졌지.


쉿!

주변을 느껴봐. 지금 우리가 하는 이야기.

바람의 감촉으로, 빗줄기 소리로, 햇살의 온기로

바쁘게 전달하는 말의 기척들을.


이루어지고

때론 되돌아와서 살아있는 언어들.

그 생명력은,

신비롭다! 멋지다! 그리고 조금은 두렵다!

잊지 말아.

오늘도 우리의 말들은

우리 혀에서 나온 축복과 저주를

부지런히 태우고 수신자를 찾아

쉬지도 않고

보이지 않는 속도로 뛰어다니고

있다는 걸.


어? 지금 너의 말이 무언가를 가득 싣고

나에게 오고 있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