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맛을 담은 쫄깃한 매력의 봄의 맛
3-4월이 가장 맛있는 시기인 바지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조개류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품종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고, 연간 패류 총생산량의 약 18%를 담당할 만큼 공급도 수요도 많다. 또한, 180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를 간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바지락을 '천합'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살도 풍부하고 맛이 좋다."라고 기록했다.
"바지락"이라고 하면 딱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리들이 있을 것이다. 뽀얗게 우러날 정도로 끓인 후에 길게 썰어 낸 밀가루 반죽을 넣어 끓인 바지락칼국수나 칼칼하게 중국식 소스를 넣어 매콤하게 볶아 낸 바지락볶음, 마늘과 파스타면을 넣어 만든 봉골레파스타, 바지락죽, 젓갈 등 이렇게 우리들에게는 참 익숙한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바지락을 요리할 때는 혹시나 남아있을 모래를 가장 많이 걱정하게 된다. 이 때는 발라져 있는 바지락살을 구매하거나 해감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마켓컬리나 로켓프레쉬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너무 손질이 잘 되어있는 바지락살을 구매할 수 있다. 굵은소금을 넣어 가볍게 섞어 준 후에 흐르는 물에 씻으면 별도로 손질을 할 필요가 없다.
껍질이 있는 바지락을 구입해서 해감을 시켜야 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의 소금물을 만든 후 바지락을 넣고 쿠킹포일이나 검정 비닐을 덮어 냉장고에 3시간 이상 해감을 시키는 것이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전날 저녁에 해감을 충분히 시켜놓고 다음 날에 안전하게 요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 짭조름한 매력의 봄철 밥도둑 바지락된장볶음
바지락은 보통 된장찌개에 많이 넣어 먹지만, 강된장처럼 된장을 넣어서 볶아내면 봄철의 밥도둑이 되는 맛있는 볶음요리를 만들 수 있다. 바지락살로 맛있는 밥반찬을 만들어 즐기고 싶다거나 평소에 쌈밥 싸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꼭 추천할만한 메뉴이다.
바지락살은 굵은소금을 넣고 가볍게 저어 흐르는 물에 씻었다. 양파와 느타리버섯은 굵게 다지고, 대파는 송송 썰어 준비했다. 청양고추와 홍고추는 깔끔한 칼칼함을 위해 씨를 제거하고 얇게 썰어 준비했다. 평소에 강된장을 즐겨 먹는다면 쫄깃한 표고버섯이나 달큰한 맛의 애호박을 곁들여도 참 좋다. 물론, 고소한 맛의 두부를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넣어도 OK다.
달궈진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놓은 양파와 느타리버섯을 넣고 볶았다. 양파의 색이 투명해지면 씻어 둔 바지락살과 된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미림을 넣어 강한 불에서 볶아냈다. 조갯살은 너무 오래 가열하면 질깃한 식감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바지락살과 된장 양념을 동시에 넣고 강한 불에서 재빠르게 볶아내야 한다.
볶은 채소(양파, 느타리버섯)에서 나온 채수와 바지락살에서 나온 수분이 된장 양념과 함께 졸아들 수 있을 때까지 볶은 후 대파와 고추를 넣어 마무리하면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과 된장 특유의 감칠맛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봄철 밥도둑을 완성할 수 있다.
| 새콤달콤한 맛에 쫄깃한 식감까지 기분 좋아지는 바지락무침
새콤달콤한 양념과 어우러지는 쫄깃한 바지락살의 매력의 바지락무침은 한껏 따스해진 봄날의 저녁, 술 한 잔과 함께 곁들이면 너무 기분 좋게 잘 어우러질 그런 메뉴이다. 평소에 골뱅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판되고 있는 골뱅이 통조림을 이용해도 만들 수 있고, 또 바지락과 함께 제철을 맞이한 소라를 이용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바지락살은 굵은소금을 넣고 가볍게 저어 흐르는 물에 씻었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2-3분 정도 데쳐 낸 후, 흐르는 물에 헹궈서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했다. 사실 초무침의 경우에는 어떤 온도에서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좌지우지되기도 하는데, 차갑게 먹는 편이 새콤달콤한 맛을 훨씬 더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바지락살의 식감도 훨씬 쫄깃하게 느껴진다.
채소는 선호하는 채소들을 준비하면 된다. 나는 무를 채 썰어 소금과 설탕을 넣어 절였다. 무의 수분도 빠지고 맛도 잘 배어서 맛있는 바지락무침을 만들 수 있다. 양파는 얇게 채 썰고, 청양고추와 홍고추는 씨를 제거하고 얇게 어슷 썰어 준비했다. 여기에 해산물 요리에 향긋한 봄의 향을 더할 수 있는 청도 미나리를 한 줌 준비했다. 미나리 또한 1년 365일 만날 수 있는 식재료 중 하나이지만, 지금 맛보는 미나리는 훨씬 부드러워 생으로 먹기에 참 좋다.
절인 무의 물기를 꽉 짜준 후, 데쳐 둔 바지락살과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 미나리를 모두 한 군데에 넣었다. 불그스름한 색을 낼 수 있을 만큼의 고춧가루를 넣고 연두, 설탕, 식초, 다진 마늘을 넣어 간을 맞췄다. 기호에 따라 새콤달콤한 맛이 아니라 밥과 함께 곁들여 먹을 짭조름한 맛을 원한다면 설탕과 식초를 빼고 액젓을 넣어 맛을 맞춰주면 된다.
통통한 바지락살에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지는 입맛이 돋아버린 어느 봄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