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을 전하는 바다의 맛
본가가 부산이라 그런가 육류만큼 해산물을 좋아한다. 아니, 사실 안 좋아하는 음식은 없는데 해산물이 좋은 이유는 제철마다 더 맛있는 재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도다리는 봄의 향과 맛을 담아내는 이 계절의 생선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공식으로 있을 만큼 봄에는 꼭 잊지 말고 도다리를 먹어줘야 한다.
3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인 도다리는 얼핏 보았을 때는 광어나 넙치와 비슷하게 생겼다. 차이점이 있다면 광어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데, 도다리는 이빨이 없다는 점이다. 봄을 대표하는 흰 살 생선이면서 지방이 유독 적은 도다리는 그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매력 도다리세꼬시
회를 먹을 때 세꼬시로 먹으면 맛있는 어종들이 있다. 봄을 대표하는 도다리, 여름을 대표하는 아나고(하모), 가을을 대표하는 전어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뼈가 단단해지기 때문에 제철이라고 불리는 딱 그때에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세꼬시를 즐길 수 있다.
요즘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자기 전에 주문해놓고 자면 신선한 생선회를 문 앞에 배달받을 수 있다. 부드럽게 딱 먹기 좋은 정도의 도다리를 세꼬시로 주문했다. 담백한 살코기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도다리를 먹고 있자니 완연한 봄인가 싶다.
원하는 양념을 곁들이면 되지만 개인적으로 도다리나 전어를 뼈째회로 떴을 때는 막장이 잘 어울린다. 쌈장에 참기름을 충분히 넣고 다진 마늘과 다진 고추를 넣어 섞어주면 뼈째회의 고소한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양념이 완성된다.
| 봄의 향을 담은 개운한 한 그릇 도다리쑥국
이제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과거의 어느 봄날, 통영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배를 타고 비진도에 갔다가 점심으로 희정식당에서 먹었던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도다리쑥국의 맛이, 그리고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기억난다.
무를 나박 썰기 하고 차가울 때부터 끓였다. 된장을 체에 내려 곱게 향을 더한 후, 무가 반쯤 투명해지면 내장까지 깨끗하게 손질해 둔 도다리를 넣어 끓여냈다. 도다리의 맛이 우러나면 썰어 둔 대파와 홍고추, 그리고 봄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도다리의 단짝 쑥을 넣고 한 소끔 끓여 완성했다. 두부도 있다면 썰어 넣으면 담백한 맛을 더해낼 수 있다.
잘 끓여 낸 도다리쑥국을 한 숟가락 떠 넣었다. 도다리에서 우러나온 개운한 맛에 은은한 된장의 구수한 맛, 무의 시원한 맛, 그리고 입 안에서 오랜 여운을 남기는 쑥의 향긋함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따스한 봄 날씨에 식욕이 마구마구 돋아나는 어느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