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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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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Mar 27. 2022

왔다, 봄의 맛! _ 도다리

봄소식을 전하는 바다의 맛

본가가 부산이라 그런가 육류만큼 해산물을 좋아한다. 아니, 사실 안 좋아하는 음식은 없는데 해산물이 좋은 이유는 제철마다 더 맛있는 재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도다리는 봄의 향과 맛을 담아내는 이 계절의 생선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공식으로 있을 만큼 봄에는 꼭 잊지 말고 도다리를 먹어줘야 한다.


3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인 도다리는 얼핏 보았을 때는 광어나 넙치와 비슷하게 생겼다. 차이점이 있다면 광어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데, 도다리는 이빨이 없다는 점이다. 봄을 대표하는   생선이면서 지방이 유독 적은 도다리는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매력 도다리세꼬시

회를 먹을 때 세꼬시로 먹으면 맛있는 어종들이 있다. 봄을 대표하는 도다리, 여름을 대표하는 아나고(하모), 가을을 대표하는 전어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뼈가 단단해지기 때문에 제철이라고 불리는 딱 그때에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세꼬시를 즐길 수 있다.


요즘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자기 전에 주문해놓고 자면 신선한 생선회를 문 앞에 배달받을 수 있다. 부드럽게 딱 먹기 좋은 정도의 도다리를 세꼬시로 주문했다. 담백한 살코기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도다리를 먹고 있자니 완연한 봄인가 싶다.


원하는 양념을 곁들이면 되지만 개인적으로 도다리나 전어를 뼈째회로 떴을 때는 막장이 잘 어울린다. 쌈장에 참기름을 충분히 넣고 다진 마늘과 다진 고추를 넣어 섞어주면 뼈째회의 고소한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양념이 완성된다.


| 봄의 향을 담은 개운한 한 그릇 도다리쑥국

이제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과거의 어느 봄날, 통영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배를 타고 비진도에 갔다가 점심으로 희정식당에서 먹었던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도다리쑥국의 맛이, 그리고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기억난다.


무를 나박 썰기 하고 차가울 때부터 끓였다. 된장을 체에 내려 곱게 향을 더한 후, 무가 반쯤 투명해지면 내장까지 깨끗하게 손질해 둔 도다리를 넣어 끓여냈다. 도다리의 맛이 우러나면 썰어 둔 대파와 홍고추, 그리고 봄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도다리의 단짝 쑥을 넣고 한 소끔 끓여 완성했다. 두부도 있다면 썰어 넣으면 담백한 맛을 더해낼 수 있다.


잘 끓여 낸 도다리쑥국을 한 숟가락 떠 넣었다. 도다리에서 우러나온 개운한 맛에 은은한 된장의 구수한 맛, 무의 시원한 맛, 그리고 입 안에서 오랜 여운을 남기는 쑥의 향긋함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따스한 봄 날씨에 식욕이 마구마구 돋아나는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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