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추억이 생각나는 봄의 맛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시던 엄마,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 집에서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사실 내가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손주들 중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해주신다.
몇 살 때인지, 어디서 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할머니와 함께 들판에서 쑥을 캤던 기억이 있다. 이런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빵보다 떡을 더 좋아하는 나는 쑥의 향을 참 좋아한다.
보통 쑥이라고 하면 된장국을 끓여 먹거나, 쑥떡으로 즐기는 것을 많이 생각하는데 사실 쑥은 그 매력을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요즘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옛날 맛이라고 하는 흑임자, 인절미, 쑥 등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쑥은 살며시 우리의 식탁에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인 쑥튀김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부드러운 식감에 향긋한 봄의 향을 담은 쑥을 튀김으로 즐긴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봄나물 중에서 특히 쑥이나 두릅은 튀김으로 즐기면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기름의 맛, 그리고 향긋한 쑥의 향을 양껏 즐길 수 있다.
쑥은 조금만 자라면 식감이 질깃해진다. 이물질을 제거 한 쑥의 여린 잎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마른 밀가루로 덧가루를 묻혔다. 여기에 튀김가루에 감자전분을 살짝 섞고, 차가운 물을 더해 튀김옷을 만들었다.
넉넉한 양의 기름이 달궈지면 손질한 쑥에 튀김옷을 입혀 노릇노릇 바삭바삭하게 튀겨내면 된다. 취향에 따라서 쌀가루나 찹쌀가루로 튀김을 만들면 색다른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쑥튀김의 향긋한 봄의 향이 블랑과 같은 향긋한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
| 쑥의 향에 기분 좋은 단맛을 더한 쑥버무리
여린 잎의 쑥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물기가 약간 남아있을 때 방앗간에서 빻아 온 습식 맵쌀가루와 소금, 설탕을 더해서 가볍게 섞어줬다. 강하게 섞으면 쑥이 짓이겨지면서 쓴맛이 날 수도 있어서 가볍게 섞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쑥에 맵쌀가루만 더해서 쑥버무리를 만들어도 좋지만 냉동실에 잠들어있는 밤이나 건포도 등을 곁들여서 만들면 쑥과는 또 다른 식감이 느껴져서 식감 또한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김이 오른 찜기에 젖은 면포를 깔고 준비한 쑥버무리를 넣었다.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게 면포로 감싼 뚜껑으로 덮어준 뒤, 15분 정도 쪄주면 된다. 밥과 마찬가지로 떡도 뜸 들이기가 중요한데, 불을 끈 후에 5분에서 10분 정도는 꼭 뜸 들이기를 해야 한다.
맵쌀가루의 바디감이 느껴지는 적당한 쫄깃함에 향긋한 쑥, 그리고 중간중간 씹히는 밤의 식감에 또 한 번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는 봄의 밥상이다. 시원한 식혜나 새콤달콤한 오미자차 한 잔을 곁들이면 딱 좋다.
할머니 냄새가 그리운 어느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