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맛볼 수 있는 싱그러운 봄의 맛
누군가 나에게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단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봄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차갑고 딱딱하던 겨울이 풀어져 따뜻해지면서 날씨도 그렇고 인간관계나 몸의 긴장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지는 계절이 봄이 아닐까 싶다.
봄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제대로 된 식재료가 나물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물은 참 신기하다. '나물'은 식재료의 이름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도 요리명이 되는 우리나라만의 유일한 식탁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식재료다.
취나물이라고 하면 정월대보름 밥상에서 어두운 외관의 건취나물이나, 건취나물을 곁들여서 밥을 지어낸 것을 가장 많이 떠올리겠지만 지금 이 계절 싱그러운 생 취나물은 봄이기에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이다.
취나물은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채취할 수 있는 봄나물 중에 하나이며, 알싸한 특유의 향과 맛으로 식욕을 제대로 돋아줄 수 있는 봄나물이다.
| 특유의 향을 고스란히 살려내는 취나물고추장무침
앞서 여러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봄나물은 맛은 물론이거니와 향으로 먹는 식재료다. 그러다 보니 봄나물을 요리할 때는 파, 마늘을 넣지 않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봄나물을 무칠 때는 최대한 향이 없는 연두나 소금, 국간장으로 무치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된장이나 고추장과 잘 어울리는 봄나물들도 있다.
톡톡 터지는 물주머니가 매력적인 돌나물이나 바닷가 근처에서 자라 특유의 짭조름함이 느껴지는 세발나물, 그리고 오늘 이야기하고 있는 취나물의 경우에는 고추장으로 무쳐내면 봄나물 본연의 맛이 살짝 칼칼한 맛을 더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잘 씻은 취나물을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 후, 차가운 물에 헹궈서 물기를 짜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고추장과 소량의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냈다.
취나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고추장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달큰한 맛과 맵싹한 맛에 부드럽게 느껴진다. 여기에 깨소금과 참기름이 만들어 내는 고소함은 취나물의 매력을 여과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다.
| 봄의 향에 탱글함을 더한 취나물새우전
사실 어떠한 재료든 밀가루와 기름이 더해지면 맛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요리를 하면서 제일 만만한 메뉴가 전이다. 봄비가 내려서 그런지 빗소리를 들으면서 향긋한 취나물로 전을 부쳐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나물을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새우는 칵테일새우로 준비했다. 사이즈가 너무 크면 질겨지기 마련이고, 새우가 주 재료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의 칵테일새우가 취나물 전에 잘 어울린다. 비쥬얼은 물론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홍고추는 씨를 제거하고 채 썰어 준비했다.
밀가루에 연두나 조선간장을 넣어 밑간을 하고 물을 넣어 밀가루 반죽을 만들었다. 연두나 조선간장을 넣어서 전 반죽을 하면 연두나 조선간장이 같이 구워지면서 나는 풍미가 전의 맛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봄나물로 전을 부칠 때는 '이렇게 묽어도 되나?' 싶을 만큼 묽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이다. 밀가루의 고소한 풍미를 최소한으로 해야 봄나물의 향과 어우러지는 적당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취나물의 향과 새우의 탱글한 식감, 밀가루와 기름이 만들어내는 고소함의 3박자가 참 잘 어우러진다.
봄비 덕분에 성큼 다가 온 따스한 봄 공기가 기분 좋은 어느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