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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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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키친 Mar 16. 2022

왔다, 봄의 맛! _ 냉이

기름을 만나면 해산물 풍미가 나는 봄나물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는 떠돌이 신세이지만, 이사를 할 때 항상 고려하는 것이 있다. 첫 번째가 대중교통으로 환승하지 않고 직장까지 갈 수 있는 곳이고, 두 번째가 재래시장이 근처에 있는 곳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퇴근길에 항상 재래시장을 지나쳐 가게 되는데 봄동이며, 달래며, 냉이며 식탁 위에서 먼저 봄의 시작을 알린 다양한 봄나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릴 때 할머니 손을 잡고 들판에 나가 쑥을 캤던 추억이 아직도 기억이 날만큼 선명한데, 제철 재료 중에서도 특히 봄나물이 주는 그 특별함은 놓칠 수가 없는 것 같다. 나는 봄에는 꼭 놓치지 않고 냉이를 참 즐겨 먹는다. 손질하기도 귀찮고, 뿌리와 잎이 시드는 시기가 달라 조금 까다롭기도 하지만 다양한 봄나물 중에 냉이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나물은 또 없는 것 같다.


냉이를 세척할 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데 쿠킹포일을 구겨서 문지르면 쉽게 흙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따뜻한 물에 10분 정도 담가 둔 후에 흔들어 씻어내면 냉이의 흙이 쉽게 떨어져 나간다. 한 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50 세척법의 원리와 비슷하다. 재료에 붙은 오염물도 제거할 수 있고, 방금 수확한 것처럼 싱싱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봄나물을 요리할 때 세척법으로 꼭 한 번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냉이의 맛을 살려주는 최고의 짝꿍은 뜨거운 열과 기름이라고 생각한다. 손질한 냉이를 먹기 좋게 자른 후에 연기가 날 정도로 높게 달군 팬에 볶으면 마치 해산물을 넣은 것과 같은 감칠맛이 난다. 땅에서 난 채소에서 해산물의 풍미가 느껴진다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을 맛이지만, 한 번 맛보고 나면 반드시 그렇게 만들게 되는 마성의 조리법이다.




| 설레는 봄소풍의 기분을 그대로 담아낸 냉이김밥

나에게 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따뜻함, 그리고 소풍이다. 지금은 물론 코로나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봄이면 소풍 장소와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을 기대하던 설렘이 참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봄의 맛을 내는 냉이 하나만 있으면 여러 가지 재료들을 손질하지 않아도 맛있는 냉이김밥을 만들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즉석밥에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밑간을 하고, 연기가 날 정도로 달궈진 팬에 손질한 냉이를 포도씨유를 두르고 볶는다. 여기에 연두로 밑간을 하고 불을 끈 후에 버터 한 조각을 넣어 풍미를 더해줬다. 이러면 김밥 재료 준비는 끝난다. 김밥김을 깔고 양념한 밥을 얇고 넓게 펴준 다음, 냉이를 넣고 말아 내면 냉이 김밥이 완성된다. 김밥이라고 하면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지단 부치고, 우엉 조리고.. 많은 속재료들을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운 음식처럼 느껴졌지만, 냉이 한 줌으로 한 번에 OK다! 어린아이들이 쳐다만 봐도 싫은 티를 팍팍 내던 냉이가 봄소풍의 설렘을 전해 줄 맛있는 봄이다.


| 봄을 남은 따뜻한 한 그릇 냉이수제비

연기가 날 정도로 달궈진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세척해서 한 입 크기로 자른 냉이를 넣고 달달 볶았다. 그리고 물을 부어 뭉근히 끓였더니 해산물의 감칠맛과 구수함이 느껴지는, 봄을 담은 맛있는 국물이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연두나 간장,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주기만 하면 봄에만 느낄 수 있는 맛있는 국물이 완성된다.


시판용 수제비나 소면, 칼국수면을 곁들이면 봄의 향을 가득 담은 근사한 한 그릇 요리가 될 수 있고, 또 이 국물로 봉골레 파스타를 하면 조개가 없어도 그 비슷한 맛이 난다. 소분되어 판매되는 조갯살도 1인 가구에게는 많은 양이고, 껍질이 있는 조개를 사자니 쓰레기봉투에서 느껴질 찝찌름한 냄새가 벌써 싫다. 냉이만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오일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니 봄의 기적이다.




성큼 다가와버린 봄의 맛에 설레는 봄의 감정이 기다려지는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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