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탁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
입춘이 지났는대도 아직까지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다가와 부딪힌다. 코로나로 몸이 움츠려 들고 있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봄은 조금 더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다. 날씨는 아직까지 차갑지만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식탁이 아닐까?
봄동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라고 할 수 있는데, 봄동이라는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노지에서 월동을 하면서 넓게 퍼지게 자란 배추를 말한다. 알배기배추처럼 밑동을 댕강 잘라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낱장으로 뜯어서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달고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아 봄 입맛을 돋우는데 아주 좋다. 손으로 만졌을 때는 배추보다 조금 두껍고 뻣뻣하게 느껴지지만, 고소하면서 연한 식감은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먹어도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로 그 매력을 뽐낸다.
비가열 조리로 섭취하면 아삭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아주 인상적이고, 가열해서 먹을 때는 일반적으로 배추를 가열했을 때처럼 달큰한 맛이 상승해서 봄철의 입맛이 쭉쭉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려 무침으로 먹으면 소리마저 맛있고, 구워 낸 피자 위에 루꼴라를 올리는 것처럼 굵직하게 채 썰어 곁들이면 새로운 매력도 느낄 수 있다. 또 비타민 C와 칼슘이 많아 국으로 끓여 먹으면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고, 밀가루 반죽을 묻혀 전으로 부쳐먹으면 은은한 달큰함과 고소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봄의 달큰함을 담은 시원한 맛 봄동조개맑은국
봄나물 중에 국과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물을 꼽으라면 봄동과 쑥, 냉이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이 봄나물들은 된장국에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봄동의 경우에는 맑은 국으로 끓여먹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 배추보다 훨씬 식감이 부드러워 국을 끓이는 시간도 적게 들고, 된장국에서는 된장의 향미에 가려져 느낄 수 없었던 단맛과 고소한 맛을 깔끔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냄비에 물과 연두를 넣어 끓였다. 예전에는 항상 마른 멸치와 다시마, 건새우 등을 넣고 육수를 우려내서 사용했었는데 연두를 알고 나서는 별도로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한 입 크기로 자른 봄동과 조갯살을 한 줌 넣어 끓인다. 사실 냉동 조갯살은 1년 365일 내내 맛볼 수 있지만, 조개는 보통 3-4월에 가장 부드럽고 맛있다. 봄나물에 딱 어울리는 부재료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홍고추로 색감과 칼칼한 맛을 더해주면 시원한 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봄동조개맑은국의 맛이 맘에 들었다면 샤브샤브로 즐겨볼 것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샤브샤브 재료로 사용하는 알배기배추 대신 봄동을 사용하고, 봄이 제철인 주꾸미나 새조개를 곁들이면 봄의 맛에 봄의 맛을 더한 진짜 봄을 맛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봄동의 식감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지금! 부드러운 식감일 때 꼭 한 번 놓치지 말고 즐겨보길.. 지금 놓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 사과의 싱그러움을 더한 아삭아삭한 봄의 맛 봄동사과겉절이
봄동의 잎 부분을 씹고 있으면 고소한 맛과 함께 사과의 껍질을 씹어먹는 것과 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낱장으로 뜯어 낸 봄동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한 입으로 자르고, 차가운 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 양파와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슬라이스 한 사과를 함께 넣고 만들어 낸 겉절이는 자연스러운 사과의 단맛이 더해져 향긋하고 싱그러운 즐거운 봄의 맛을 만들어 낸다.
간장, 식초, 설탕으로 간단하게 깔끔한 겉절이를 만들어도 좋고, 액젓을 베이스로 해서 칼칼한 고춧가루를 더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겉절이를 만들어도 좋다. 단! 봄나물을 요리할 때는 파와 마늘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봄나물은 향으로 먹는 식재료인데, 파와 마늘을 사용할 때는 봄나물의 향긋한 향을 결코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반찬처럼 즐기는 겉절이에 무슨 사과를 넣는다는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봄동의 고소한 맛과 사과의 달달한 맛, 양파의 매콤한 맛이 적절하게 얼러지면서 달아난 봄의 입맛을 한 방에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물론, 봄이라고 해서 입맛이 없었던 적은 없다..^^) 겉절이라고 하는 메뉴의 뻔한 맛에 새로움을 더하고 싶다면 상큼한 빨간맛인 사과를 한 번 곁들여보길 추천한다.
식탁 위에 갑자기 찾아온 봄의 기운에 괜히 설레는 어느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