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을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밍키친 Oct 23. 2022

왔다, 가을의 맛! _ 표고버섯

고기보다 더 맛있는 매력을 뽐내는 가을의 맛

사실 자취생들에게 버섯은 참 익숙한 식재료다. 일 년 내내 거의 변함없는 맛으로 식탁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가을이 버섯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제철을 맞은 버섯은 맛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 어느 계절에 먹었을 때보다 향긋한 향을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 표고버섯은 그 특유의 향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그 어떤 버섯보다 고유의 향을 즐길 수 있는 버섯이다. 예전에는 임금님의 진상품으로도 궁중에 올려졌던 표고버섯은 이 가을의 향을 짙게 담은 식재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표고버섯은 일 년 내내 생으로 만나볼 수도 있지만, 건조해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버섯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게 건조를 한 표고버섯은 비타민 D 함량이 두 배 이상되고, 쫄깃한 식감 덕분에 사찰요리를 하거나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기를 대체하는 식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건표고버섯을 불린 물은 깊은 감칠맛의 채수가 되어서 고기나 멸치가 없어도 근사한 국물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요리를 처음 배우던 고등학교 시절, 건표고버섯을 불리고 물기를 꾹 짜낸 다음 다진 두부와 쇠고기를 양념해 채워 넣은 후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지져낸 표고전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모교에서 교생실습을 할 때 건표고버섯의 향을 유독 싫어하던 학생들이 교생쌤께 꼭 선물하고 싶다는 핑계(?)를 담아 스무 개는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더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식재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담백함을 듬뿍 담은 한 끼 표고버섯소고기솥밥

솥밥은 자취생들에게 참 좋은 메뉴다. 지난번 글을 썼던 새우도 솥밥으로 만들었었는데 이번 글의 주제를 표고버섯으로 잡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났던 메뉴가 솥밥이었다. 쌀은 깨끗하게 씻은 후 20분 이상 충분히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했다.


표고버섯은 자루(밑동)을 제거하고 두툼하게 슬라이스 해서 기름이 없는 팬에 약한 불에서 볶아냈다. 스펀지 구조의 버섯은 기름이 없어도 자체 수분으로 충분히 볶을 수가 있다. 약한 불에서 은은히 볶아 낸 표고버섯은 향긋한 향이 올라오고 구수한 감칠맛도 함께 올라온다. 우민찌(다진 소고기)는 간장, 설탕, 다진 마늘, 후추를 넣고 양념한 후 낮은 불에서 볶아냈다.


솥밥을 지을 수 있는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충분히 불려 물기를 뺀 쌀을 볶다가 동량의 물을 넣었다. 처음에는 강한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타지 않게 골고루 아래까지 저어줬다. 그 후에 미리 볶아 둔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얹고 뚜껑을 닫아 중불에서 7분, 약불에서 3분을 끓인 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였다. 먹기 전에 송송 썬 쪽파를 뿌리고 잘 섞어주면 맛있는 솥밥 한 그릇이 완성된다.


고소하고 담백함을 가지고 있는 소고기와 밭의 소고기라 불리는 버섯 중에 가장 향이 좋은 표고버섯이 만나 맛있는 밥 한 그릇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담백함을 냄비에 그대로 담아낸 가을의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깔끔한 시원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표고버섯들깨미역국

미역국이라고 하면 불린 미역과 함께 항상 동물성 식재료를 함께 더할 생각을 한다. 소고기나 조개, 생선, 새우 등과 함께 끓일 생각을 제일 먼저 하니 말이다. 하지만, 정관스님께 사찰음식을 배울 기회가 있었을 때 맛봤던 표고버섯들깨미역국의 인상이 매우 깊었어서 다시 한번 만들어보게 되었다.


미역국을 끓일 마른미역은 소금물에 담가 불렸다. 미역은 이미 건조하기 전에 배 위에서 쪄서 건조하기 때문에 그냥 물에 불리게 되면 그 맛이 밋밋해진다. 그럴 때 소금물에 미역을 불리면 미역이 가진 그 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달궈진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불린 미역을 넣고 달달 볶았다. 여기에 물을 붓고 슬라이스  표고버섯을 넣고  끓였다. 버섯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조리해도  식감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끓여서  맛을 우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진 마늘을 넣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 , 거피들깨가루와 들기름을 넣어 미역국을 완성했다.


중간중간 씹히는 표고버섯이 고기가 없어도 미역국에서 전혀 부족한 식감이 없고, 거피들깨가루와 들기름의 고소함 덕분에 맛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 표고버섯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미역과 어우러져 충분한 감칠맛을 만들어내며, 표고버섯이 미역의 칼슘이 체내에 더욱  흡수될  있도록 도와주는 맛도 영양도 일석이조로 잡은 메뉴라고   있겠다.




찬란했던 고등학교의 그 시절이 생각나는 어느 가을 날의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왔다, 가을의 맛! _ 새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