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One 10 MINUTES, 대청공원 한 바퀴

작은 공원의 힘

by 도시일기

Just One 10 MINUTES, 대청공원 한 바퀴


1헥타르 남짓한 작은 공원을

한 바퀴 걸었을 뿐인데,

기분 좋은 성취감이 스르르 밀려온다.

어느 노랫말처럼,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일원독서실을 품은 대청공원.

이곳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면,

남녀노소 빈부의 격차 없이

누구나 오묘하고도 소소한 공공공간의 경험을 누릴 수 있다.


90년대 조성된 나인티스 파크답게,

거목들이 빼곡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직한 사각의 구획과 예측 가능한 동선 사이로

삐딱하게-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오솔길들.

그 틈 사이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각사각한 산책길 위,

서걱서걱한 발걸음이 잔잔한 리듬을 만들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작은 변주들이

걷는 즐거움을 새삼 일깨운다.


도시의 서정성은 아이들로부터 피어난다.

어린이 놀이터 안의 벤치보다

오히려 바깥쪽, 외곽의 벤치가 더 좋았다.

극장 D열 정중앙이 아니라,

(함께 걸었던 조경전공자 이소연님의 표현대로) "F열" 뒷줄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비친 나의 모습.

적당한 거리감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웃음과 재잘거림.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하고 아름답다.

내가 너희들만 보는 것이 아니고

너희가 나를 향해 웃는 것이 아니지만

내가 보는 것과 너희들이 웃는 것이 통용되는

암묵적 동의와 허락의 시간들.


공원을 둘러싼 나지막한 5층 아파트,

저 멀리 보이는 고즈넉한 높이의 교회 십자가.

도시에 강렬한 햇살이 가득한 한낮,

이곳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거목이 만들어준 적당한 캐노피 그늘이 살랑인다.

나시고랭 쌀처럼 하얀 꽃을 피운 이팝나무 아래,

대청공원은 오늘도 포근하고 다정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오늘은 정대웅 작가님뿐 아니라,

<환경과조경> 학생기자이자 유튜브 <공원 읽기>의 구독자인 이소연 님과 함께

셋이서 걸었다.

혼자 걸으면 생각이,

둘이 걸으면 대화가,

셋이 걸으면 웃음이 많아진다.

공원의 매력은,

내 시점이 아닌 곳에서 피어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그날의 대청공원은,

‘Just One 10 MINUTES’ 그 이상의 시간을 우리에게 남겼다.

내 것이 되는 시간임과 동시에

우리의 것이 되는 시간.

시간은 짧지만 충분했고, 그 밀도 역시 꽤나 깊었다.


#도시일기 #공원읽기 #대청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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