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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무이네 4:무이네 해산물 식당주인의 상혼

숯불 새우 바비큐 주문, 만만한 손님은 비켜서?

by yo Lee

숯불 새우 바비큐


무이네 3번째 밤.

내일 아침에는 호찌민으로 출발한다.

지인의 무이네 묘사에 의존해 짠 3박 3일 일정은 밀도가 낮다.

‘한적한 해변에서 자연과 조우’하겠단 설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일정, 여러 선발 여행자가 추천한 보케거리 해산물 식사로 무이네 여정을 매듭지을 생각이다.

해산물을 파는 식당들의 수족관과 좌판의 생선, 어패류, 갑각류들이 손님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

그중 한 식당, 숯불에 구워지고 있는 새우 바비큐 냄새가 내 발목을 든다.

여러 나라 관광객들에 섞여 나도 해산물을 살펴보려니, 바비큐를 하고 있던 주인 남자가 반색을 하며 달려온다. 그러더니 대뜸 한국인인지 묻는다. 한국인 여행자가 많이 온다는 반증인가 싶었다.

그의 권유대로 새우 500g을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바비큐’로 해달란 주문을 '거듭' 확인, 대답을 듣고나서야 창가쪽에 자리를 잡는다.

바닷가에 붙여 지은 가건물 식당들은 해가 바다로 빠져들며 빚어내는 빛의 마술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뷰 포인트이다.

대충 만든 음식도 맛있게 느낄것 같은 분위기 짱인 이곳에서, 무이네 일정을 마감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가건물이라 바다 풍광을 더 잘 볼 수 있는 식당 창가

드디어 기다리던 새우가 붉게 변해서 나타났다.

기대감으로 시식한다. 베트남 새우 맛은 어떨지?

두 마리째 새우를 먹는데 갑자기 이게 바비큐? 영 맛이 아니다.

되돌려보자니,

아까 주인남자가 저울로 무게를 확인해주고 나서는

새우를 종업원에 들려서, 쫓듯이 식당 안 주방으로 몰아넣는 것을 보았었다.

새우 씻으러 들여보낸 줄 알았더니 밖의 바비큐 숯불이 아니라 내쳐 주방 안에서 조리된 게다.

그렇다면 주인이 굽던 바비큐 새우는 그의 ‘선택적 손님’만을 위한 것?

나도 새우 중독자

새우 안좋아하는 사람 있으랴!

나도 서해안 제부도 소금구이, 남당리 자연산 생새우 회, 새우튀김 잘하는 일식집 등등, 더러 꿰고 있다.

근데 지금 바비큐 새우와 쪄서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나온 맛을 구별 못할 사람으로 무시되고 있다.

아까 보자마자 한국인인지를 묻던 이유 상관?


종업원을 불러 이건 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고 하니,

자기들끼리 마주 보더니,

집히는것 있는지 설명없이,

밖의 바비큐하는 주인 남자에게 다가가 뭐라 말한다.

주인은 하던 일만 할 뿐 내가 기대하는 반응은 없다.

종업원이 돌아와 바비큐로 해주겠다며 접시를 거둔다.


평소의 나는 분노 게이지 상승이 가파른데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른다.

한국인이냐 묻던게 괘씸해서 한국 여행자 대표 같은 비장함으로 항의의 결기를 고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홀에는 관전해 줄 손님들이 아직 없으니, 어린 종업원들 무관심 속에 나 혼자 열내다 끝나게 생겼다.


그냥,

카운터에 다가가 여주인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내가 이미 먹은 2마리 새우 값은 내겠으니 이 주문 취소한다."

찝찝한 표정의 그녀가 주인 남자를 향해 소리쳐 지껄인다. 나 들으란건지 아님 진짜 야단을 치는건지...

잠시 후, 그러라고 한다.

새우 바비큐 기대감에 한껏 느긋해져서 식당 안 사진까지 한 장!

주문한 500g을 새우 크기 참고해서 2마리 값, 비례 배분한 내 계산과 그녀가 제시한 금액차가 크다.

액수가 너무 많다고 하니, 그냥 가란다.

‘당연지사!’

지체없이 몸 돌려 식당을 나온다.


무이네 마지막 식사 망친 식당 주인은 중죄인

저녁식사를 망친 댓가로 위로금을 받아내야 할 일이다.

내가 언제 무이네에 다시 와서 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란 확인 뒤에

오물 뿌린 식당 주인의 처사야말로 중죄에 해당한다.

중국을 이어서 베트남의 관광지 활성화에 한국인 여행자들 기여 몫이 크다는 건 익히 들어온 터이다.

주인남자는 대충 해내도 '맛있다' 후하게 평가하며 몰려 온 한국인을 경험한 것이었을까?


식당 주인의 단조로운 일상과,

수백 혹은 수천 km를 달려온 여행자들의 특별하고 의미로운 시간들이 함께 맞물린다는 것을 그가 더 늦지 않게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단 보케거리 식당 종사자뿐이겠는가?

모든 관광지 종사자들, 나아가 전 직업인의 소명감이 이제는 성숙해질 때도 되었다.


주방이 오픈된 착한 식당

씩씩거리며 한참을 걷다가, 찾아간 다른 식당.

아까의 식당과는 다르게 주방이 온통 오픈되어 있다.

따라서 수족관에서 해산물을 고른 손님은 선택한 요리방식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기호를 가감할 수 있다. 조리대 앞에 빙 둘서 선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군침을 흘리며 자신의 음식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서있다.

나는 쌀국수, 치킨, 맥주를 주문한다.

가족 운영인 듯, 아들은 주방에, 딸은 서빙을, 엄마는 주방과 홀을 다니며 서빙보조를 하는 모습이다.

엄마가 다가와서, 고수 그릇과 양념세트를 살피며 부족한 게 없는지를 눈으로 묻는다.

고수를 더 주문한다.

격앙된 입맛에도 음식 맛이 만족스럽다.

이 식당 번호를 폰에 찍는다.

주변의 누가 무이네에 온다면 이 착한 식당을 안내할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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