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려온 모래로 사막처럼 보이는 언덕 한 곳은 흰색, 다른 한 곳은 붉은색으로 보여 관광객을 끌어당기고 있다.
지프차 첫 번째 승객인 나는 운전자 옆자리에 타는 운을 누린다. 홀로 여행일 때의 특혜다.
썽태우나 툭툭이 이용 시, 에어컨 혜택과 오픈 차량의 먼지 세례를 피할수 있는 운전석 옆좌석.
숙소를 돌며 신청자들을 차례로 태우는데, 세 번째 팀 중국인 여성 4명이 기다린 지 20분 후에야 나타났다.
그새 차량의 공회전소리가 한밤중같은 4시 밤하늘을 가른다. 출발하나 했더니 한 명이 물건을 놓고 왔다며 다시 숙소로 들어간다.
미안하단 말, 없다.
와우, 이 중국들 걍, $%&%$#!
‘늦은 출발로 해 다 뜬 담에 도착해서 허탕’ 쳤단 얘길 들은지라, 억수로 불편해진 내 심기.
숙소 위치 따라 다르지만, 약 30~40km 이상의 거리를 달려야 화이트 샌듄이다.
4시부터 숙소 차례로 돌아 손님 싣고, 일출시간 놓치지 않으려니 차량들은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칠흑 어둠 속에서 뒤차의 전조등 빛이 전부일뿐. 어디가 벌판이고 어디가 길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
수십대 (그 이상일 수도)차량이 경주차량급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광경은, 투어 못지않은 무이네만의 특별 장면일 듯하다. 지프차 행렬은 수 km에 이를 것이었다.
우리 차의 운전기사도 중국인들의 지각을 보충하려는지 곡예하듯 끼어들어, 무려 15대를 추월하고 있다.
앞자리라 속도감 실감 나니, 나는 스릴과 공포감 사이를 차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오간다.
마침내 당도한 화이트 샌듄 주차장에는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운집해 있다.
흐릿한 주차장 불빛 아래로,
더 큰 굉음을 내는 사륜오토바이 전지형 차(all-terrain vehicle, ATV)가 어디선지 계속 들어서고, 줄 지어 선 사람들이 재빨리 올라탄다.
언덕을 ATV로 오르다 보니, 걸어 오르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그제야 거뭇하게 드러난다.
화이트 샌듄 일출
일출 잘 보일 자리 잡는 부산함 속에 여기저기 한국말이 많이도 들리니, 언뜻 강릉 바다 새해 일출 보러 온 듯도하다.
모두들 집중해서 까만 하늘을 뚫어져라 응시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회색빛 하늘에 붉은 색조가 띠모양으로 번진다.
눈이 뚫어지게 바라보던 동쪽 언저리
어둠에 싸여있던 옆 사람들, 저 앞쪽의 이 언덕, 저 언덕에 나눠져 있는 관광객들의 무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부윰하게 동이 튼것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 일출은 못보고 사막만 감상 중.
설마 하고 미련을 못 버리는데, 갑자기 펄쩍 뛰어오른 듯 구름을 헤집고 드러난 해는 지평선에서 한참이나 올라와 있다. 기대한 일출은 그렇게 끝났다.
공들여 설치한 카메라를 접거나,
자세 잡았던 폰을 내려놓는 사람들 표정에 실망이 깊다.
잠 설쳐가며 달려온지라, 선뜻 자리 털고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일까,
주차장에서 언덕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ATV와 SUV 차량이, 가파른 모래언덕 아래로 내리꽂듯 질주하는 묘기를 선보인다. 차량에 타고 있다가 엉겁결에 내리 꽂힌 승객들 비명과,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지르는 환성이 아침 샌듄을 뒤흔든다.
가파른 절벽을 내리꽂듯 내려간 차량이 놀라는 관광객들을 싣고 사막을 빙빙 돌고 있다.
눈을 들어보니 굽이굽이 진 모래언덕 사이로, 고즈넉이 누워있는 호수가 있다. 2.7km 길이에 500m 폭이라는 호수는 여명을 담은 분홍빛 구름을 담아 실키한 핑크빛 보울이 되어있다.
회색 구름과 어울려 몽환적이다.
샌듄 뒤의 호수
말수 없이 조용히 움직이던 우리팀 짚차 기사님 표정이 어둡다.차가 안 움직인단다. 주위에 있던 다른 차 운전기사들이 차를 밀어주고 서야 시동이 걸렸다.
아까 전력 질주하던 때 고장 났으면 어쩔뻔했나, 서늘하다.
레드 샌듄
다음 목적지 레드 샌듄의 붉은 언덕이 멀리서도 알아볼 만하다. 우리나라 국토 35%에 덮여 있다는 황토에 비해 덜 붉지만, 모래라서 사막 분위기가 나는 것이 독특하긴 하다. 우리 황토는 몇 만 년 전부터, 중국으로부터 바람타고 온 황사라니, 그 역사가 길기도 하다.
레드 샌듄
경사진 모래를 걷는 게 어렵다는 걸 체험한다. 발이 푹푹 빠져 들어가서 무척 힘들다. 여기 저기서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지르는 관광객 소리가 요란하다
자유시간을 채우고 모였는데, 우리 차량은 안 보인다.
기다리며 얘기를 나눈다.
어둠에서 만난 동승객들 얼굴을 비로소 본다.
지각한 중국 여성 4명은 호찌민에서부터 올라오는 중이란다.
대학의 조교라는 여성과,
중•한의 매끄럽지 못한 양국 입장을 꺼내보지만, 조심스럽게 비껴가며 여행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그러는 사이 대리 차량이 나타나서 세 번째 목적지로 이동한다.
그러고 보니,지난 밤 몇 대째 보내버린 판티엣과 무이네 노선 1번, 흰색 로컬버스가 지나고 있다.
멀쩡한 노선 버스를
무이네 안 간다며 몇번이고 버스를 보내게 한 정비소 사장의 친절한 얼굴, 그 이면이 떠오르니 다시 씁쓸해진다.
피싱 빌리지
바닷가를 끼고 달리다 세번째 방문지 피싱 빌리지, 어촌에 이르렀다. 관광객 반, 어촌민 반이 뒤섞여 바닷가 어시장은 북새통이다. 몇 년 전에 보았던 여행 프로그램에서의 무이네 풍경과는 너무 다르다. 나는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만 바라보았다. 이들의 전통 반구형 어로배들이 바다에 그득하다. 해산물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피싱 빌리지
마지막 목적지, 근처 '요정의 샘'으로 가야 하는데 또다시 차가 안보인다. 함께 온 그많은 차량들은 다 떠나고, 우리 팀만 남아 차를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아예 어느 식당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서 거쳐 온 여행지에 대해 얘기를 계속한다.
얼마가 지난 후에야 지프차 기사가 다시 나타났다. 고장난 차를 고쳐 오는 길이라는 바디랭귀지다.
연신 얼굴의 땀을 닦아내는 그의속이 얼마나 탔을까 생각하는데 이심전심, 아무도 그에게 불평하지 않는다. 그사이 해산물 사러 내려갔었던 한팀을기다렸다 차에 오른다.
요정의 샘
요정의 샘이라는 예쁜 이름의 이 곳은, 작은 개울 따라 800m를 걸어 들어가는 코스다. 흘러내려오는 석회수가 맑진 않지만 양 옆의 석회암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형상과 붉은 흙 패인 모습은, 장중한 계곡을 연상시키는 미니어처로 감상할 만하다.
요정의 샘, 샘물따라 맨발로 걷는다.
초입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규제해서, 맨발로 물줄기를 따라 걷는데, 발바닥 모래 촉감이 여행자 피로를 풀어줄 지압으로 안성맞춤이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개울 兩岸은 제법 변화롭다.
석회암의 침식
30분 넘게 걸린다기에, 내가 먼저 서둘러 가야 나올 때 다른 사람과 보조맞춰 나오리란 계산으로 혼자 앞서서 걸었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일행이 따라오지 않는다. 더 가지 못하고 되돌아나오니 그들은 아예 입구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계곡의 미미어처 같은 모습
이로서, 투어 3팀은 각각 한 번씩 지각으로, 벌점은 땡친다.
돌아오는 길은 역순으로 내가 마지막까지 차에 남는다.
그들이 가져온 간식거리도 나누며 나눈 잠깐의 대화가 불쾌했던 동행인들의 인상을 희석시켰다.
여행자의 공감대 인지, 여행지 분위기 영향인지.
우리는 섭섭하단 얼굴로 작별인사를 교환한다.
내려선 자리에서, 중국인 그녀들이 멀어지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멈춰서 있다.
해는 이미 중천에 있다.
< 무이네 투어 코스 이런 방법도 ! >
새벽 화이트 샌듄은 지프차로 가서 일출 보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
보통의 새벽 4코스 투어는 레드 샌듄 일몰 볼 수 없으니 오후에 다시 일몰 보러 이동.
무이네 푸케거리로부터 약 2~3km(숙소 위치 차이)떨어진 요정의 샘→2.7km 거리, 피싱 빌리지→3.4km거리, 레드 샌듄의 일몰 (※ 레드 샌듄과 화이트 샌듄 거리,24km)
구간별 이동 거리 짧으니, 오토바이 택시 이용, 혹은 배차시간 길지 않은 판티엣과 무이네 간'1번 버스'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