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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ee Feb 13. 2021

크로#28. 두브6: 두브로브니크성 구시가지 골목 탐방

두브로브니크 Old Port, 동문 플로체 게이트를 거쳐 반예 비치로

군둘리치 광장

성 이그나티우스 성당을 나와 군둘리치 광장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광장은

기념품 매대, 거리 한쪽에 차려진 야외식당, 그리고 관광객들로 그득하다.

어제는 빗속에서 냉기 가득, 우중충하더니

오늘은 화사한 햇살이 넘쳐나 이른 더위를 불러왔다.        

군둘리치 광장 내려가는 계단

구시가지 골목 탐방

스트라둔 거리를 구시가지 생선 등뼈로 보자면 북쪽 성벽으로 뻗은 골목은 직선인데,

남쪽 골목은 곡선이라 살짝 미로 같다.

몇 백 년 전 지어진 성벽에 기대어 깃든 주택들은

좁다란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선지 그들의 생활 안으로 불쑥 끼어든 느낌이다.

덩달아 내 발걸음도 살금살금, 느릿느릿!

그럼에도 오감은 맹렬히 발동한다.


성 벽과 주택들 벽면의 거뭇거뭇한 자국은

긴 역사의 자취인지 삼십여 년 전 전쟁의 포화 자국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이 겪어낸 만만치 않은 이력의 증거일 터.

여늬 명소들에 입혀진 보수의 손길과는 느낌의 무게가 다르다.

갈라지고 있는 건축물의 벽 틈새, 곧 무너져 내릴 것같이 삐뚠 벽면, 공사로 파내어진 땅 속을 보자니,

천년을 넘는 오랜 세월 전, 지중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교역을 펼치던 당시 이곳 사람들과,

오늘의 주민들과의

시간을 초월한 교유 현장을 목도하는 듯도 하다.     


악기 소리와 교사의 말소리, 악기를 든 어린 학생들이 오르내리는 아담한 음악학원 계단 통로를 지나니,

작은 성당 정문이 코앞에 나타난다.

골목에 도열한 주택의 출입구 앞에, 화분들이 줄지어 서서 다소곳이 제 몫의 존재감을 발산한다.

삶의 터전을 식물과 함께 꾸리는 것은 좁아도 포기 안 되는 것 중 하나?

내내 미로를 걷는 기분으로 골목을 감돌면서, 감성은 저 홀로 속절없이 깊어간다.


여행은,

낯선 곳이라서 충만해지는 여행자의 상상이 만들어내는

감성의 변곡점으로

그 의미를 잉태하는 건지도...     


오늘도 여전히 여기저기 보수 중인 성벽과 구시가지 안 골목은

여행자의 무수한 발자국을 맞이하며,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골목은 성벽 투어 못지않게 훌륭한 관광 포인트.’ 임을 자아내고 있다.

스트라둔 북쪽 골목
스트라둔 남쪽 골목

부자 카페 1과 로크룸 섬      

골목을 돌다가 부자카페 작은 출입구를 만났다.

성벽에 뚫린 크지 않은 사각 구멍이다.

‘부자’란, 좁고 어둑한 구멍이란 뜻이라는데, 그 너머 넓고 푸른 아드리아해가 펼쳐지니 망원경 접안렌즈가 연상된다.

 ‘부자 카페 1’성벽 밖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침 덥기도 한데 툭 터진 바다 전망과 관광선, 요트를 바라보며 마시는 음료가 각별히 시원하다.

부자카페 1 출입구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는 부자 카페 1의 전망
카페 아래, 가파른 계단과 돌길을 내려가면 바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바다를 향한 카페
카페에서 내려다본 아드리아해의 빛깔

Lokrum 섬

카페 정면에 Lokrum 섬이 보인다.

로크룸 섬은 600m 떨어져 있으며 두브로브니크 항구에서 배를 타면 15분 거리란다.

섬에는 1023년에 세워진 베네딕토회 수도원 유적, 식물원이 있다고.

영국 왕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원정에서 귀환하는 길에 폭풍우를 만나자 로크룸 섬에 대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로 두브로브니크 성당 설립기금을 댔었다는 그 섬이다.

섬 가장 높은 곳의 작은 요새는 프랑스 지배 당시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로크룸 섬

Old Port, 동문 플로체 게이트를 거쳐 반예 비치로

카페를 나와 Old port로 향한다.      

성벽 일주나 로크룸 섬 관광선 선착장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금새 떠나기를 반복다.

우리는 벽에 기대어 앉아 커피를 마신다.

동양인 관광객 부부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걸 보고,

두 분을 같이 넣어 찍어주겠다며 다가가 보니, 마침 한국인 단체여행객이다.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지고, 더러 전시 한다는 남편이 하소연한다.

‘말로만 듣던 이 아름다운 곳에 오니,

멈춰서 사진 찍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은데, 

단체여행이다 보니, 시간에 얽매어 원하는 작업 할 시간이 없다’며,

우리더러 어떻게 자유여행을 왔는지 묻는다     

나도 예전 단체 여행 중에

 '아주 잠시만'이라도 현지인들의 주택 골목길, 시장, 혹은 찻집에 머물고 싶었던 간절함이 아직도 생생한지라, 그 분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잠시 후 총총걸음으로 떼 지어 떠나는 단체 관광객들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남은 커피를 마시고 우리도 일어선다.          

Old Port
Old Port
중앙의 갈색 배가 단체용 관광선
오른쪽 성 요한 요새
바다 건너편 오른쪽 마을 아래가 반예비치
중앙 건물이 성 요한 요새로 1층은 수족관, 2층과 3층은 해양박물관으로 사용 중
동쪽 문 밖 시가지
(왼쪽) 성 요한 요새와 등대 가는 길
빨간 등대로!
photo spot

동쪽 플로체 게이트로 가는 골목에 작은 기념품 가게들과 화랑이 있다.

로자 광장에서 항구로 나가는 출구

그중에서

이곳의 화사한 풍광을,

여러 재료를 캔버스에 붙여 표현해 낸, 단순하지만 입체적인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요즘에는 질감, 색감, 다양한 효능에 더하여

사용도 간편한 재료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 데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초보라도 이런 재료로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단초로 보여, 시선이 자꾸 간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류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이야기를 들여다 보게 이끄는 입체감


동쪽 문을 향해 가는 도중, 왼쪽으로 나있는 계단을 오르면 도미니크 수도원이다.

요즘은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미니크 수도원 앞
수도원 문

플로체 게이트와 반예 비치

성의 동문, 플로체 게이트                                                                                      

게이트를 지나 다리 위에서 바라본 항구의 모습이다.

플로체 게이트 쪽 다리에서 바라본 Old Port. 오른쪽 중간의 성 요한 요새 뒤로 로크룸 섬

성문을 나서니, 웨딩 촬영 중이다.

멈춰서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날'을 구경하며 축원을 얹는다.

 지금 서로를 바라보는 그 마음으로 의리있게 끝까지!

반예 해변에서 만난 한국 청년

반예 해변으로 내려선다.

해수욕객은 당연히 없고, 관광객들이 오간다.

눈에 띄는 동양인 청년 홀로 여행자!

혼행의 아쉬운 점은 사진이라지 않던가.

다가가 사진 찍어주기를 자청니, 그 또한 한국인이다.

몇 달 동안 알바로 돈 모아 나선 여행길, 떠나온 지 한참 되었단다.

그런데 베드 웜에 물려 얼굴이 붉은 반점 투성이다.

이것 때문에 예약 숙소에서 거절당하고, 어젯밤 새 숙소 찾느라 애를 먹었다고.


'에고, 어제 만났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사과 2개 중 1개를 건넸다.

“우리 식품의 절반을 받은 거야” 하니, 웃는다.

만난 지 불과 몇 분 만에 일어나는 친밀감은 핏줄 당김인가? 언어 당김인가?

어제 만났다면 당연히 식사 한끼쯤 대접했겠지만, 오늘은 우리가 몇 시간 후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

청년도 오늘 이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맘에, 자꾸 가방을 뒤적여보지만 나오는 건 자일리톨 껌 한 통이 전부다.

부디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길 서로 기원하며 이별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던 쉽게 만나지는 우리나라 젊은 여행자들.

여행 중 부딪히는 여러 일들로 그들이 점점 여물어가고 있음은 알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안전하게 다니라"는 당부를 빠트릴 순 없다.

누군가의 금쪽같은 자식들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

그들을 만날 때마다 부모 맘 되곤 하는 게

제어 불가, '자동 모드 변환'다.

반예 비치에서 바라본 성 요한 요새

두브로브니크 메인 스트리트 걷기

우리는 걸어서 성에서부터 버스터미널 근처 맛집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어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가며 보았던 도시의 이모저모를 오늘은 걸어가며 가까이 살펴볼 요량이다.  성에서 터미널 근처까지는 약 3.2km 거리에 도보 40분으로 나와 있다.

골목도 누비고, 시가지 메인 스트리트도 걸어보고, 유명 유적지뿐 아니라 폐허도 기웃거려 보는

'맘대로 선택'이야말로 자유여행의 첫번째 특권이란게 내 생각이다.


시가지 가는 길은 어제 본 바 대로 바다 따라 대체로 직선(적?) 도로이다.

해안에 부딪치는 포말을 배경으로,

해변 비탈길에 비스듬히 뿌리내린 거목들이 풍광에 크게 일조한다.

돌축대 위에 자리한 커다란 주택들 석조 담장 밖으로 뻗어 나온 정원수들 또한,

돌담과 더없는 조화를 이룬다.

가는 도중에 바다에 면해 있는 벤치에 앉아 쉰다.

경험 상, 이런 시간, 장면의 기억 유효기간이 젤 길다.


막힘없는 아드리아해도 더없이 좋지만,

어디를 보아도, 두루 나지막하게 들어앉은 격조 있는 석조 주택들의 다정한 어울림이  

이 도시에의 재방문 의사를 굳혀준다.


다음 화면들은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 뷰를 옮긴 것이다.

(goole 지도 스트리트 뷰에서)
(goole 지도 스트리트 뷰에서)
(goole 지도 스트리트 뷰에서)
우리가 앉았던 의자 (goole 지도 스트리트 뷰에서)
(goole 지도 스트리트 뷰에서)
(goole 지도 스트리트 뷰에서)


자그레브 이동은 야간 버스로.

터미널 가는 도중에 들른 쇼핑센터에서 구경을 한다.

야간 버스로 자그레브 이동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비타민제, 화장품들이 저렴한 가격을 달고 있길래 몇 개 주워 담는다.

시간을 벌려고 쇼핑센터를 한 곳 더 들른 후에 식당에 자리 잡는다.

해물 피자가 특히 맛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버스터미널 라커룸에 맡겨 둔 짐을 찾아 야간 버스를 타면,

이 도시와 아쉬운 이별이다.

푸짐하고 맛있는 해물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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