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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ee Mar 29. 2020

#14. 싱가포르 2: 국립박물관과 타이푸삼

1월 31일 싱가포르의 인도 페스티벌 타이푸삼


국립박물관 가는 길

여정의 딱 절반을 넘긴 9일째, 1월 31일이다.

날씨가 쾌청하다. 2층 침대라 누어서 고개만 돌려도 창 너머 길거리가 내려다보인다. 침대가 투명하다면 나는 이 방의 중간 높이에 붕 떠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활엽수인 가로수는  얼마나 싱싱하고 광택이 나는지 마치 정원사가 한 잎씩 우유 묻힌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놓은 것 같다.

아래 침대의 인도네시아 인들은 새벽이 되자 바닥에 천을 깔고 오랜 시간 기도를 한다. 그리고 '새벽에는 사용하지 말'는 주의사항을 무시하고 요란하게 헤어드라이를 사용하며 치장에 열중하더니 모두 히잡을 두르고 몰려나간다. 종교인들이 오랜 기도나 교리 공부 이전에  옆 사람부터 배려할 줄 알았다면 역사가 달라졌을것을 나는 확신하다.

일찌감치 나선 길, 어제 비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사방 풍경이 선명하다. 녹지대가 도시의 반을 차지한단 말을 실감케 한다. 이른 아침부터 무더운 싱가포르에 열심히 산소 공급의 역할을 이행하는 듯하다.

     

싱가포르의 거리


휴관중인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SAM(Singapore Art Museum)

꼭 가보고 싶은 국립도서관은 개장시간 10시까지 기다리기엔 덜 더운 아침시간을 너무 소모한다 싶어서 아깝지만 패스한다. 중심도로인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따라 걷다가 우측 스탬포드 로드로 꺾어져 150m 지점에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SAM(Singapore Art Museum)이 있다.

1867년에 지어진 후 잘 보존된 미션 스쿨, 세인트 조셉 학교(St Joseph's Institute)에 자리했다. 정문 파사드(건물 출입구쪽의 정면 외벽)의 회반죽 공사, 천장 파티나, 바닥 타일을 포함한 원래 구조를 최대한 살려 건축적 가치도 인정받는다. 1996년에 문을 연 이 뮤지엄은 아시아 작가들의 현대 예술 작품들 특성을 반영하여 비디오, 사진, 회화, 조각 등 광범위한 미디어물을 포함, 약 7,000 점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실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함께 신진 작가들의 창의적인 작품도 전시한다.

기대를 안고 가보니 개장시간도 안됐지만 보수 공사로 인해 휴관 중이란다. 아쉬운 마음에 복도와 후원을 훑어보고 물러났다.

밤에 SAM at 8Q 별관을 다시 갔다. 싱가포르 작가의 자전적 얘기인 듯한 오래된 가족들의 사진과 영상물, 그리고 다른 전시실에서는 시사적인 내용의 영상물 전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싱가포르를 온다면 먼저 이 SAM을 재방문하리란 과제를 남겼다.     

SAM(Singapore Art Museum)

싱가포르의 인도 페스티벌, 힌두인들의 타이푸삼 행사

국립박물관 길을 건너려는데 어디선지 악기 소리와 함께 인파의 뭉쳐진 소음이 들려왔다. Dhoby Ghaut green park공원을 향해 특수하게 치장한 인도인들의 거대한 행렬이 지나고 있었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타이푸삼 행렬

많은 피어싱을 한 사람들이 벗은 몸에 낚시 바늘 같은 쇠를 박고 무거운 장식물(카바디)을 머리에 얹고 앞선 뒤를 이어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머리에 항아리를 이거나 손에 뭔가를 들고 줄지어 따라간다.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자, 서행하는 차량도 구경한다. TV의 '요지경 세상'이란 프로에서나 봄직한 특별한 광경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장식물이 무려 머리로부터 3m 이상인 것도 보이며, 그 무거운 것을 맨 살에 박고 걸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자니 두려움마저 든다. 몇백 m는 좋이 됨직한 이 행렬을 이루는 모든 사람들의 옷 색깔과 장식물 등이 현란하기 그지없다.  

검색 내용을 옮긴다.

1월 31일 싱가포르 힌두인들의 타이푸삼 행사  
전통적인 연례 힌두 페스티벌인 타이푸삼(Thaipusam).
선, 젊음, 힘을 대표하며 악을 무찌르는, 무루간 신(Lord Murugan)으로도 알려진 수브라마냐 신(Lord Subrahmanya)을 기리는 의식. 마음이 물질을 이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카바디’를 매고 대대적이고 다채로운 행진을 하는 타이푸삼은 싱가포르의 힌두교 신자들이 은총을 구하고, 맹세를 이행하며,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매년 행진하는 의식. 신도들이 몸을 정화하는 의미로 피어싱을 하는 타이푸삼, '카바디'는 타밀어로 문자 그대로 '매 걸음에 희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신자들은 행렬 내내 반원형의 강철 또는 나무틀인 '카바디'를 지고 가야 함. 바가 있어 어깨에 짊어질 수 있고, 꽃과 공작새 깃털로 장식되어 있음. 몸을 찌르는 긴 못이 박힌 것도 있는데 무게는 40킬로그램에 달하며 높이는 4미터나 되는 것도 있음.
첫 번째 신자 무리는 보통 우유통과 나무로 만든 카바디(Kavadi)를 갖고 가며 어떤 신자들은 혀를 꼬챙이로 뚫고 화환과 공작새 깃털로 장식된 나무 카바디를 어깨에 메기도 함. 대못이 박힌 카바디를 어깨에 메고 가는 신자들은 매우 공을 들여 준비. 의식의 준비과정으로 한 달 내내 영혼을 깨끗하게 하려고 채소만으로 식사를 해온 신자들도 있으며 마음에서 물질적 욕구가 사라지고 몸에서 육체적 쾌락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신자는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고 신성한 과업을 행할 수 있다고 함.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행의 동영상을 찍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고 나서, 건너편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스탬퍼드 로드에서 바라본 국립박물관 정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다. 도서관의 한 부분으로 시작,  몇 번의 이주 후 1887년에 박물관 계획 구역의 현 스탬 포드로드(Stamford Road)로 이전했다. 1965 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국가 건설 및 싱가포르 역사에 중점을 두고 국립 박물관으로 개명되었다가 1993년에서 2006년 3월 사이에 싱가포르 역사박물관이 되었다.

박물관의 외관은 우아한 신고전주의식 건물이고 뒤편은 유리와 금속물로 돋보이게 한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두 개의 직사각형 평행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전면의 돔은 3,000 개의 아연 물고기 크기 타일과 스테인드 글라스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에는 2개의 원형 홀이 있으며, 건물 후면에 새로운 유리 원형 홀이 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1887년 건축 당시 공공사업부 식민지 기술자였던 헨리 멕컬럼이 디자인한 외관은, 정면에서 봤을 때 좌우 대칭을 이루며, 창문 위에 장식된 페디먼트는 18세기 영국에서 유행한 네오 팔라듐 건축양식이다. 8월에서 9월 사이에 열리는 싱가포르 나이트 페스티벌에서는 조명 예술을 설치해 방문객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한다.

역사갤러리는 1925-1935년 영국 식민지 시절 'mordern colony' 부터 시작해서 1975~1985년 '싱가포르의 목소리까지' 100년동안 변천사를 사진, 그림, 의상, 장신구, 생활용품을 스토리텔링으로 전시하고 있다. 시대 순으로 방을 이동하며 관람하는데 당 시대의 문화, 시사, 생활 모습, 유행 트렌드 등을 엿볼수 있다.

상설전시 외에도 다양한 특별 전시를 개최해 1년 내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다양한 워크숍과 젊은 음악가나 학생이 선보이는 음악 공연을 통해 싱가포르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안내한다.

왼쪽 창문들이 싱가포르 라이프 100년 갤러리 전시실들.  사진 찍는 쪽에 시원한 음수대 있음

특별 전시로 빛을 이용한 숲과 동물을 소재로 한 The Story of the Forest라는 동영상을 관람하였다. 동영상을 이용한 점에 유리 원형홀(Glass Rotunda)  벽면에 화면을 쏘아서 입체적인 공간이 주는 독특한 효과를 최대한 살려낸 구성이 특이했다. 원통형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까만 배경에 꽃들이 피어나고 흩뿌려지는 영상이 3면을 채운다. 환상적이란 말이 가장 적합한 방이다. 원통형 공간을 보는 이가 이동하면서 삼면으로 살펴보도록 한 스크린 배치가 이 주제의 화면 효과를 극대화한다

유명한 일본 디지털 예술 단체 팀이 만든 The Story of the Forest는 William Farquhar 자연사 도면 컬렉션의 69 개 그림을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한다. 경사진 벽면을 따라 내려가며 영상이 띠처럼 이어지는 화면구성에 식물과 그사이를 움직이는 동물의 움직임 영상이 변형되면서 계속 새로운 움직임과 형태로 연결되는 것이 빠른 속도때문에 아마도 실제보다 더 생동감있게 느껴지는듯 하다.

The Story of the Forest 동영상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하는 공간들

박물관 입구 레스토랑 점심을 추천하길래 들여다보니 아직 시간이 일러 개장 전이다. 박물관 뒤편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나가니 바로 포트 캐닝 파크와 연결된다. 현지인들이 아침운동, 문화공연을 즐기러 찾는 장소라고 하는데 푸르게 우거진 수목들로 조성된 이 공원의 용도가 부럽다. 공원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시내로 향한다.     


세인트 앤드류스 성당(St Andrew’s Cathedral)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크고 아름다운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 이곳은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 성당으로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성당으로 이용되고 있다. 두 번이나 벼락 맞은 역사로 유명하다. 로널드 맥퍼슨 대령(Colonel Ronald MacPherson)이 1852년에 벼락으로 파괴된 원래의 예배당을 대체하기 위해 1856년에 설계한 영국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스코틀랜드 상인들이 초기 공사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 이름을 따서 세인트 앤드류 성당이라고 한다.

세인트 앤드류 성당 첨탑
성당 전경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싱가포르가 함락되기 직전에는 잦은 공습에 대비해 성당이 응급 의료 시설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1973년에 국립 기념물로 지정된 세인트 앤드류 성당에는 많은 기념물과 유산이 있다고 한다.

멀리서 보아도 고딕 양식의 뾰족한 첨탑과 새하얀 건물이 눈에 띄어서 찾아가기가 쉬웠다. 빌딩 무성한 데다 인구 밀집한 대도시에서 저렇게 하얀 건물이 제 색깔로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성당 건물과 첨탑이 성당 앞마당 짙푸른 나뭇가지와 아름답게 어울린다. 관광객들이 에 미처 담기지 못하는 첨탑 높이 때문에 자꾸 뒷걸음질한다.

성당 내부의 전면과 후면
성당 정면 출입구에서 바라본 (뜰을 지나  왼쪽 건물) 내셔널 갤러리

성당 건설에  인도 죄수들이 노동자로 일했다고 하는데,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도 성당 앞 공사장에는 여전히 인도인들이 무더위와 싸우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건물 옆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부도 인도인이다.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이 까만 피부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힘든 노동에 투입되어 있음을 목격한다.


2013년 12월 8일, 리틀 인디아 인근에서 인도 노동자가 버스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로 촉발된 외국노동자들의 시위는 그간 쌓였던 저임금과 학대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너무나 단호, 냉정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노동자 문제와 더불어 하류층에 대한 인종문제는 불씨로 남아있다고 한다.

단기 혹은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지 라도,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는 지나친 가학적 처우는, 싱가포르의 잘 단장된 거리 이면에 또렷이 존재하는 어두운 현실인것 같다.

성당 뜰의 오래된 수목들
성당 담장 너머  에스플러네이드(두리안 모양의 두 개의 유리 지붕에 7,000개 이상의 삼각 알루미늄 햇빛 가리개를 덧씌운 구조) 아트 센터와 오른쪽 마리나 베이 호텔

국립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National Gallery Singapore)는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런데 이곳을 다 둘러보자면 너무 시간이 많이 소모될 거 같아 되돌아 나온다. 밤에도 관람할 수 있는 특별전시회라니 방문시간을 고려해봐야겠다.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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