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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ee Apr 03. 2020

#19. 싱가포르 7:아랍스트리트와 인근 건물들

말레이 인들의 거리 캄퐁 글램을 돌아보다.

Bugis 지역의 랜드마크  Parkview Square와 Duo 타워  

투 트리 워크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소나기가 내린다.

그녀 말대로 조금만 늦었더라면 비를 흠뻑 맞고 숲 속을 걸어 나왔을 텐데, 운 좋은 날이다.

부기스 역 근처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창문 너머 쏟아지는 빗줄기로 커다란 건물이 시원스럽게 샤워를 한다. 식당에서 바라다 보이는 앞쪽 건물의 건축양식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모양이라 감상 거리가 된다. 중국문화권을 연상시키는 격자무늬 틀 문양이 높다란 건물 전면을 장식하고 있고 건물 앞 조형물도 예사롭지 않다. 비를 맞으며 더 쑥쑥 키 자람 할 열대 식물들을 거느리고 선 건물의 위용이 어둠 컴컴한 날씨임에도 뚜렷하다.

이 건물뿐 아니라 인근의 건물들 디자인이 매우 훌륭하다. 상해에서 감탄했는데 싱가포르가 한수 위로 보인다.

 왼쪽 Parkview Square와 Duo 타워
2002 년에 완공된 Parkview Square. 1층에  ATLAS바가 있다
Parkview Square

알고 보니 이 건물은  2002년에 완공된 Parkview Square로서, 대재벌 기업인 Chyau Fwu Group이 지은 유명한 건물이었다. 이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은 유럽과 뉴욕의 화려한 아르 데코 마천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외양뿐만 아니라 1층의 바, ' ATLAS'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라고 한다. 바 실내는 10층 높이의 진열장이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진, 약 1100여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혼자라도 용기를 내서 내가 유일하게 선호하는 칵테일 진 토닉 한 잔 마시며 비 오는 오후를 보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1층의 ATLAS 바

싱가포르 체류 4일 중 3일을 소나기를 만났다. 관광지 방문 일정이 자꾸 줄어든다. 천둥과 번개가 동반되는 열대성 소나기를 뚫고 관광 나서기가 어렵다.

알고보니 적도근처 북위 1도를 지나는 싱가포르의 연중기온은 거의 같고,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데 12월, 1월이 비가 가장 많이 오면서 뇌우를 동반한단다.

불운한 1월 관광객 일정이 여지없이 찌그러들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도 한참이나 창 밖 구경을 하다보니 안개비로 변해있다.

첫날 야경으로 보았던 부소라 거리 이외의 아랍거리를 본격적으로 보려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말레이 인들의 거리 캄퐁 글램

차이나타운이 중국인, 리틀 인디아가 인도인들의 구역이라면 캄퐁 글램은 말레이인들의 구역이다.

사적으로 지정된 오래된 건물

상대적으로 소수종족인 말레이계와 인도계 무슬림을 위해 아랍스트리트(Arab street) 내 회교사원을 국립 모스크로 제정했다. 그래서 리틀 인디아는 아랍스트리트를 기준하여 대각선으로 대칭한다.

발리 레인, 하지레인,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 칸다하르 스트리트들이 모두 술탄 모스크로 향해 길이 나 있다.


캄퐁 글램은 원래 인근 로코르강(Rochor River) 입구에 위치한 어촌이었다. '캄퐁(kampung)' 은 '어촌'을 의미하는 말레이어이고, 이곳이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글램(gelam) 나무(페이퍼바크 나무)의 산지로 유명한 데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1819 년 래플즈가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번성한 항구 도시였다. 영국의 식민지 이전부터 말레이계 귀족들이 살던 동네였던 캄퐁 글램은 1822년, ‘래플스 타운 플랜'Raffles Town Plan’에 의해 민족별로 지역이 나뉘면서 술탄 후세인 샤아(Sultan Hussain Shah)를 포함한 무슬림 및 아랍인들에게 배정됐다.


캄퐁 글램의 말레이 헤리티지 센터 (Malay Heritage Centre)

말레이 헤리티지 센터는 '이스타나'(궁전) 대지가 있던 자리이다. 이곳을 지배하던 말레이의 술탄 후세인 샤아(Sultan Hussein Shah)의 아들인 술탄 알리(Sultan Ali)가 160년 전 지은 이스타나 캄퐁 글램은 싱가포르의 말레이 술탄의 왕궁이었다.

원래는 죽마 기둥 위에 세워진 전통적인 목재 구조물이었다. '판궁(panggung)'이라 불리는 위층에는 거실과 침실이 있으며, 지상 층에 있는 '코롱(kolong)'은 보관소, 업무 또는 서비스 공간, 어린이 놀이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술탄 후세인 샤아가 거주하던 궁을 개조해 사용한 덕에,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부유한 이의 별장 같다. 싱가포르 말레이 커뮤니티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다. 기간 전시 외에 2층에 걸쳐 총 6개의 상설 갤 러리를 운영한다.

이 센터는 본래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말레이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며 말레이계가 싱가포르의 중심 역할을 했던 때의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싱가포르를 구성하고 있는 민족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민족인 말레이 민족의 역사, 문화, 생활상, 싱가포르 정착기 등을 알 수 있도록 전시장을 구성해 놓았다.      

Temporary Exhibition 전시물

우중에 더 살아나는 건물 색깔의 생생함과 디자인과의 조화를 감탄하며 거리의 근대 건축물로 지정된 곳들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다가 헤리티지의 옆문으로 들어오다 보니 뒤쪽 Temporary exhibition 실로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헤리티지 입구

날씨가 흐려 관람시간 미처 생각 못했다. 이 땅의 원래 주인인 말레이인들의 유물 전시 천천히 둘러보다가 정작 헤리티지폐장시간 되어서 입장을 포기해야 했다.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이 건물 안에서의 쏟아져 나온다. 애석한 마음에 건물 주위만 돌아보았다.

헤리티지 앞 뜰
입구의 안내소 및 기념품 가게

왕궁터 동네 흔적찾기 어렵다. 주변에 많은 나무들로 우림을 이뤘고 예전 어촌이었다는 이곳은  지금 고층 빌딩 숲이 . 그러나 큰 키로 도열해 있는 수목들이 제법 풍취 있고 우중에도 초록의 생기로 가득 찬 에서 궁전을 앉혔터, 캠퐁 글램을 상상으로 만나보기로 한다.

정문을 나서기 전에 담너머 보이는  모스크 부속건물의 색깔 배합이 우중이라 마냥 선명하다.

칸다하르 스트리트에서 본  마지드 술탄 부속 건물
칸다하르 스트리트의 건물들


아랍 스트리트의 성지, 술탄 모스크 (Sultan Mosque )

캄퐁 글램을 대표하는 상징물.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으로, ‘마지드 술탄 Masjid Sultan’이라고 불린다. 1822년 캄퐁 글램을 술탄의 거주지로 지정된 이후 2년 뒤인 1824년, 술탄 후세인 샤아가 약 2년 에 걸쳐 지었다. 대규모 예배가 진행되는 금요일 오전에는 일반 방문 객들의 입장이 제한된다. 라마단 기간(보통 5~6월 중 한 달, 해마다 기간은 달라짐)에는 모스크 주위로 성대한 야시장이 열린다.
마지드 모스크

술탄 모스크의 낯 얼굴과 대면한다. 창틀과 지붕의 장식 그리고 건물의 색감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사원이자 아랍 스트리트의 성지로 손꼽힌다.

싱가포르의 주인인 말레이인들이 신앙심으로 모여들었던 성지로서의 이 터는, 이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의 발길이 분주한 거리가 되었다.

하루에 다섯 차례 열리는 예배 시간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한다. 거대한 금색 돔 지붕이 멀리서도 눈에 띄며 가끔 모스크 안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도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한산하다.

관광객은 예배 시간에만 둘러볼 수 있으며, 토~목요일 10:00~12:00/14:00~16:00, 금요일 14:30~16:00 이 가능한 시간이다.

 이 지역에서 처음 본 아랍 문화는 그들의 전통을 통째로 현대에 내어놓아도 최신 유행의 현대적 감각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완벽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아랍의 문화에는 더 많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하게 하는 아랍문화의 초입에 내가 있다.     


4박 5일 싱가포르 여정의 끝

이른 아침 체크 아웃 준비를 한다. 4박 동안 같이 묵었던 옆 침대 젊은 베트남 여성도 오늘 나보다 2시간 이른 비행기로 하노이에 돌아간다고 하더니 여전히 잠을 자는 모양새다.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깨워줘야 할 것 같아 살짝 어깨를 만져주었더니 화들짝 놀라는 통에 덩달아 나까지 놀랐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불안한 잠을 자는 게 홀로 여행자들의 특성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다시 잠에 빠진 그녀에게 더는 작별인사를 생략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예치된 돈에서 충전 플러그 대여비를 정산한다. 그런데 대여 전 요금를 거듭 확인했었는데 체크아웃 담당 여직원은 비용을 높여 말한다. 이 숙소는 유창한 영어를 하는 젊은 스탭들이 상당히 조직적으로 관리한다 생각했는데 이런 오차는 납득이 안 간다. 아침부터 실랑이 피하 잔 생각에 주는 대로 예치금을 돌려받자니 기분은 씁쓰레하다.


비행기는 오후 2시 출발이나, 아침 9시 좀 지나 숙소를 나섰다. 창이 공항에 새로 생긴 4터미널의 이동 정보가 충분치 않다. 지도를 보고 열심히 동선을 익혀두긴 했어도 아예 시간을 넉넉히 잡아 공항에 가려는 것이다.

공항 가는 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버스는 식물원 안을 통과하는 것 같다. 사람이 없어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가자니 좀 오래 달렸으면 싶은데 버스는 금세 공항에 다다른다.

새로 생긴 4터미널은 공항 셔틀버스가 데려다주는데, 괜한 궁리로 시간을 소모했다.


창이공항 출국장

창이공항은 여러 시설이 매우 편리하게 잘 갖춰져 있다. 명성에 걸맞는다.

일단 의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어 장시간 대기하기 좋다. 간격도 띄엄띄엄해서 승객간 물리적 거리가 충분히 보장되니 좋다.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어서 유아용 우유 준비가 가능하고,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인천공항은 아직 '뜨거운 물'만 없다.

싱가포르 거리처럼 여기저기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는 4터미널에서는 진행중이었지만 기대가 된다.

주치앗 거리 풍경을 실제 상점 2, 3층 벽면에 쏘아 만드는 영상물은 드라마 구성를 토대로 입체적인 영상물을 보여주고 있다. 극의 내용에 따라 여러 소품들이 페라나칸 문화를 반영하는 듯한데 아름답고 정교한 영상으로 매우 호기심을 끌었다. 특히 음향도 입체적이어서 여러 번 볼 만큼 훌륭했다.

싱가포르는 영상물 되풀이 관람으로 안녕을 고한다.


'주치앗 거리'를 재현, 페라나칸 문화를 테마로 한 드라마 형식의 창이공항 영상물

주치앗은 1900년대 초 이 지역 대부분을 소유했던 중국계 페라나칸 후손의 이름이다. 당시 유럽의 수요가 상당했던 향신료, 육두구 등을 재배하던 그는 한때 모든 소유지를 코코넛 농장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1960~1970년대 싱가포르 인구가 급증하며 도심을 벗어나 살기 시작했고, 주 치앗/카통 지역에 점차 집, 학교, 극장, 쇼핑센터 등이 생겨났다.
일반적으로 ‘페라나칸Peranakan’은 중국인과 말레이인의 혼혈 후손들을 의미한다. 15세기부터 싱가포르로 이주하기 시작한 중국인들이 토착 말레이인들과 결혼하며 오늘날의 페라나칸 문화를 낳았다. 주 치앗/카통은 페라나칸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1층은 상점, 2층은 집으로 사용하는 페라나칸의 전통 가옥 ‘숍하우스Shophouse(페라나칸 하우스)’가 주치앗 로드Joo Chiat Road와 쿤셍 로드Koon Seng Road를 중심으로 죽 늘어서 있는데 은은한 파스텔 톤과 유려한 꽃 장식이 아름답다.

아래는 공항의 여러 모습들이다.

주 치앗 거리를 재현한 영상을 벽면에 쏘아 입체감을 살려 낸 창이공항 영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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