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민주화 불길을 소신공양으로 지핀 스님과 롱선사
1963년 6월 11일 오전 10시경.
사이공 시내에 위치한 주(駐) 베트남 미국 대사관 교차로에 수십 명의 불교 승려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앙에는 안쾅 사원의 67세 고승(高僧) 틱쾅둑(釋廣德)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제자 승려가 스승의 주위를 돌며 가솔린을 흠뻑 부었다. (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었다고도)
틱쾅둑 스님은 준비했던 라이터를 꺼내 자신의 가사에 점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라이터가 가솔린에 젖어 불이 붙지 않자 주위에 있던 누군가가 성냥갑을 건네주었다. 스님이 성냥을 그어 가사에 점화하는 순간, 화염이 치솟았다. 불길에 휩싸인 틱쾅둑 스님은 자세 하나 흩뜨리지 않고 불길에 온몸을 맡겼다.
주위에 있던 비구니들은 화염에 휩싸인 스님을 향해 절을 올렸고, 일부 비구니들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시위 진압을 막기 위해 주변에 출동했던 베트남군의 일부 병사들은 ‘받들어 총’ 자세로 예를 표하기도 했다.(당시 인구의 80%가 불교신자였다니 그 병사들도 불교도였던지... )
틱쾅둑 스님은 그 전날 제자들에게 “만약 내가 소신공양 중 앞으로 넘어지면 나라가 흉하게 될 것이니 그때는 해외로 망명하라.
내가 뒤로 쓰러지면 우리들의 투쟁은 승리하고 평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불길이 거세지자 틱쾅둑 스님의 상반신이 잠시 앞으로 기울었다.
살이 타고 뼈가 드러나는 순간까지 스님은 세 번이나 앞으로 쓰러질 위기를 맞았으나
마지막 순간 뒤로 조용히 넘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다시 볼 수도 있었지만 한 번으로 족했다. 불꽃이 솟구치더니 몸이 서서히 오그라들면서 머리는 새까맣게 타들어갔고, 사람 살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몸은 빨리 탔다. 내 뒤에 모여든 베트남 사람들은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는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극도로 혼란스러워 메모를 작성하거나 질문을 던질 수도 없었다.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불길에 휩싸여 타들어가면서도 틱쾅둑은 미동은커녕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울부짖는 주위 사람들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