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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 #2. 로빈2:로빈의 새벽과 프란체스코 수도원

동 터오는 로빈, 아드리아해에는 황금물결이 펼쳐지고...

by yo Lee

새벽의 로빈

구시가지 안에 위치한 숙소 덕택에 어젯밤 게까지 돌아다니며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수면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럼에도 둘 다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세수도 거르고 아직 어둑한 골목을 더듬어 바닷가로 나간 우리는 내밀한 로빈의 새벽과 조우한다.

청회색 바닷물은 아드리아 해의 수평선과 닿아있고, 남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가로수는 처음 보는 수종인데 열매와 가지가 만들어내는 리드미컬한 곡선이 더없이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나뭇가지 사이를 맴도는 부지런한 새의 지저귐이 청아하다.

해변 길가에 늘어선 상점 쇼윈도 안에 내걸린 라벤다 색 천 인형과 공예품들이, 동도 채 트기 전에 나타난 이국의 눈요기 손님을 창문 너머로 맞아준다.

아직 어두운 로빈
길가 쇼윈도

크로아티아 독립을 쟁취한 파르티잔 공적비

해변 공원, 바다를 향한 파르티잔 기념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2차 대전 후 발칸의 파르티잔들이 독일과 이탈리아군에 맞서 싸워 독립을 쟁취한 공헌으로 세워진 기념비라고 한다.

어둠을 가르며 다가오는 부드러운 봄바람과, 넘실대는 바닷물의 힘찬 생명력 섞인 여명의 신비감이 한껏 고조된 이 새벽에 맞닥뜨린 기념비를 보자니,

이렇게나 아름다운 땅을 피로 적시며 산화해 간 이 나라의 희생자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들에게 진심의 弔意가 우러난다.

파르티잔 공적비

언덕 위 우뚝 솟은 에우페미아 성당을

황금빛과 오렌지 빛 레이어드 의상으로 갈아입히던 아침해가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내며 바닷 위로 거대한 주홍색 천을 펼쳐낸다.

발밑으로 밀려와 출렁이는 아드리아 해의 물결은 언제부터 이 곳을 맴돌며 역사를 훔쳐보아왔을까?


저만치 있는 여객선 승선장은 수평선 너머 반대편에 있을 이태리 베니스행 출발이다.

베네치아의 앞마당 격인 아드리아해 연안 도시 중 이스트라 반도가 가장 인접해 있는 까닭에, 끝까지 오스만으로부터 이곳을 지켜냈다는 것이나 근 800년간 지배한 역사로 볼 때, 오늘날 크로아티아 중 로빈이 베니스를 가장 닮은 도시인 건 당연한 귀결일 터.

이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저 성탑마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종탑을 57m로 축소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동 트는 아드리아해
성 에우페미아 성당


극장을 감아 돌아서 구시가지 골목길로 접어든다.

담장이 높다란 이 집은 누구의 집이었던지 대문의 규모부터 우람하다.

돌 벽들이 서로 마주한 좁은 골목길은 새들의 지저귐과, 새 날의 출근을 서두르는 여성의 구두굽 소리로 아침을 연다.

어젯밤 침잠해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다.

돌 벽 뚫어 만든 오래된 나무 창턱에는 정성스레 키우는 작은 화분들이 인테리어 잡지의 화보처럼 올망졸망 놓여있다.

골목길의 고가

< Franjevacki Samonstan 수도원 >

아침 햇살이 골목길을 샅샅이 비출 때쯤, 여러 방향의 골목길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작은 광장에 이르렀다.

침묵에 싸인 Franjevacki Samonstan 수도원이 나타났다.

성 수도원인 Rovinj의 Francis는 St. Venetian Province에 의해 지어졌다. St. 교회와 호스피스 근처 Anthony Antun Opat는 1700 년부터 Rovinj에 있는 Franciscans의 원래 거주지였다.
수도원과 교회의 건축은 1702 년에 시작되어서 교회는 1710 년에 완성되었고 1746 년에는 수도원이 완성되었다. 수도원은 매우 심플한 건물이었으며. 1879 년에 신학적 연구와 도서관을 위해 확장되었다.
교회에는 세 개의 제단이 있는데 성 프란체스코 사망 700 주년을 기념하여 1926 년에 만들어졌다.
성 프란시스코와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림이 있고 마리아의 아이콘이 있다.
수도원 가는 길
수도원 전경
수도원 광장
수도원 후면의 성당

길옆에 누군가 잘 가꾼 노란 국화가 화분에 소담하고, 광장에 깔아 둔 돌은 닳고 닳아서 광채를 내며 번들거린다. 세월을 껴입어 다소 추레해진 수도원 건물은 굳게 문이 닫힌 채 적막에 쌓여있다.

계단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광장의 위치로 보나 포석의 반들거림으로 보아 이곳은 주민들 행사의 중요 장소였음직하다. 예전 이 광장에서 열렸을 이런저런 행사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도 보고 싶단 생각이 들만큼 광장은 세월 껴안은 만만치 않은 깊이가 우러난다.

옆 건물 음악 학교를 지나서, 도서관, 그리고 멋진 작은 카페도 지난다. 더러 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석조 건축물에서 떨어져 나온 깨진 부조 덩어리에서도 세월을 견딘 중후함을 읽자니, 이 거리의 옛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경사진 돌길 끝에서 현대식 주택가로 이어진다.

단아한 작은 주택들은 소박하나 여기저기 주인의 손길을 받은 아름다운 화분들로 정갈함을 더한다.

구시가지의 끝
주택가
신시가지

다시 구시가지를 향해 돌아온다. 작은 광장에 자리한 조그만 식당들이 문을 열고 있다.

조식을 기다리는 카페의 손님 식탁 위에 내어 놓인 싱싱한 꽃과, 바쁜 걸음으로 주방 안을 오가는 요리사의 분주함이 마을이 깨어났음을 알린다.


아침의 식당가

내딛는 골목마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 공간을 거니는 듯 오래된 주택과 길거리를 장식하는 화단의 꽃들,

유서 깊은 석벽 위의 열어젖힌 창문을 통해

아침 일상이 소소히 흘러나오는 로빈의 아침 탐방을 접는다.

우리도 아침식사를 하러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 옆 베이커리에서 사온 갓 구운 빵에 야채샐러드를 만들고, 냉동밥은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가져온 반찬과 함께 차린다. 우리는 여행 중에는 위가 든든해야 일정에 차질이 안 생긴다는 신념에 바탕한 '식사 시간과 식재료에 후하게 투자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터였다.

간편 양식과 한식을 절충한 아침 식사를 충분히 즐기고 이어 커피도 한잔 한다.

창문을 열고 골목의 아침 풍경을 찍어서, 7시간 빠른 서울에서 직장의 오후 시간을 바쁘게 보내고 있을 지인들에게 보낸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풀어놓은 짐을 다시 꾸린다.

숙소의 스텝에게 짐을 맡기고 본격적으로 로빈의 대표명소들을 만나러 나선다.

풀라행 버스는 오후 4시 출발 예정이니 그 사이에 로빈을 더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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