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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유여행 1편
크로#12.플리트비체 2: 폭포와 호수의 우중 절경
세찬 비와 독한 추위에도 포기할수 없는 절경
by
yo Lee
Jun 11. 2020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센 바람을 동반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누룽지를 끓여 멸치볶음과 장아찌와 치즈로 식사를 한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한기가 드는 날에는 더없이 좋은 메뉴이다.
1991년, 중국 북경에 갔을 때 아침마다 호텔의 이 빠진 그릇에 담겨 나오던 쌀죽이 왜 나왔는지 알 것도 같다.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도 만들어 담는다.
비옷을 챙겨 입고 나서는데 바람 때문에 우산을 받쳐 들기 힘들다.
창밖으로 본 우중의 동네
비에 젖은 초원
어제의 역코스로 플리트비체 탐방
오늘은 파노라마를 타고 ST3로 끝까지 올라가서 P2로 걸어 내려온 다음, 건너편 P1로 건너와서 湖水邊 길을 따라 ST1까지 내려오면, 어제에 이어 거의 모든 코스를 다 돌아보게 된다.
ST1에서
ST3로 이동하는 파노라마 풍경이 그야말로 핵 멋짐이다.
울창한 나뭇가지 밑으로 지나는 파노라마 맨 뒤 좌석에 앉아 뒤 유리를 통해 동영상을 촬영하니, 녹색 나뭇잎 터널 속을 거꾸로 가는
우중 영상이 색다르다.
빗방울이 쉴 새 없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긴 해도 비가 와서 더 선명한 나뭇잎들이 역광을 받으니 형광 초록
환상의 색이 된다.
공원 쪽 옆 창문으로 보이는 바위길 너머로는,
호수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희디 흰 물보라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우리를 따라온다.
ST3부터 15~ 11코스로 하류로 내려오는 코스
파노라마에서 촬영
비가 내리는 상류 쪽 호수
ST3에 내려서 비가 좍좍 내리는 빗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북쪽 1번 출구에서 들어온 어제는 올려다보며 걸어왔지만 오늘은 거꾸로 호수와 계곡과 폭포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
어제의 호수 빛은 어디 가고 짙은 군청회색 가득하다.
추위에 떠는 플리트비체 관광객들
미끄러운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는데 점
차 추위가 몰려온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가벼운 옷차림이 대부분이라 얼굴이 모두 새파랗다.
아버지와 딸로 보이는 가족이 ‘얼마나 가면 정류장이 나오느냐’고 묻는다. 짧은 소매 옷을 입고 몸을 잔뜩 움츠린 딸내미가 불안한 표정으로
내 답을 기다린다.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가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고 안심을 시킨다.
두 사람은 비로소
굳은 표정을 풀고 바삐 올라간다. 추위를 빨리
벗어나려
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얄지 아니면 마저 위로
올라가얄지를
알고 싶었던 게다.
사실 우리도 이 추위가 점차 고통스럽다. 4월 19일 플리트비체가 이렇게나 추울 수 있을지 예측을 못했다.
우의를 입은 몸은 그나마 좀 나은데
,
그새 젖어버린 신발과 우산을 들은 손은 뼛속으로 냉기가 엄습한다.
그런데 나보다도
짝꿍은
손이 더
새파랗다.
가지고 있던 스카프로 한 손만이라도 둘둘 손을 싸매 준다.
현
지
기온에 대비하는 옷차림이 여행자에겐
마냥
쉽
진 않다. 심지어 아열대 동남아도 장거리
버스 안에서는
오리 패딩을 필요로 한다.
오늘 경험으로 고도가 높은 곳이나 물가에서는 有事時를 대비, 바람막이 옷에 일회용 비닐장갑(아마도 효과가 있을 듯)이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래쪽 호수로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중에도 간간히 멈춰서 shut을 누르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의 호수 물빛은 아니지만, ‘雨中 version’도
충
분히 매력적이라,
도
저히 지나칠수가 없다.
'우린 복도 많
아서,
어제의 맑은 날
, 오늘 비 오는 날, 2가지
풍경
을 다 본다'며 추위 속의 서로를 격려한다.
P1으로 건너와보니, 호수변 길 따라 북쪽 출입구를 향해 걷는 8번 코스는 유감스럽게도 포기해야 한다. 수변 길 중간중간이 침수되어 통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젖은 몸도 말릴 겸, 인근 식당으로 들어가 햄버거와 커피를 주문한다.
중간에 만난, 비 속에서도 열심히 사진 찍던 호주인이 식당에 들어선다.
저
분도 우리처럼 특별한 분위기의 ‘비 오는 호수’ 사진을 얻었겠지...
P1의 Bistro Kupaliste
비 오는 P1 선착장
雨中의 하루는 추위로 힘들었지만,
어떤 사진으로도
본 적 없는 '
비 오는 플리트비체
'를 감상한 하루다.
비
안
오는 플리트비체
전경은
플리트비체 공식 홈페이지의 사계
로부터 옮긴다
숙소 동네 밤 풍경
종일 내린 비 때문에 우리
숙소 가는 길의 ‘ No 17호’ 뜰 앞 목련꽃이 다
떨어져 내려 아
깝다.
방에 들어와 언 몸을 녹이며 생각하니, 비 속에서 플리트비체 걸었던 몇 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얼마간 쉬다가 밖을 내다보니
그새 비
는
그
치
고, 초원 너머
로
황혼이
그
득
히 담겨있다.
이 먼 곳에 와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낼 순 없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나선다.
전원의 평화로움에 안긴
주
택들 입구마다
집 주인 손길이
깃
든 꽃장식이 화려하다.
마을
은
나무 그림자 길게 늘이며 초저녁을 여는 중
이
다.
점차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라스토바카 길을 따라 동네 안쪽
을
향해 내쳐 걷
는
다.
마침 옆 숙소에서 나온 여성 여행자 두 사람과 짧은 인사로 여행자 간의 감성을 교환한다.
멀리 불빛만 새나오는 집 다음엔,
폐가로 다 허물어져가는 2층 목조주택이 나타
난다
. 골조에 내려앉은 세월의 풍상이 만만치 않다. 예스러운 주택 구조와 굵은 목조 골격이 제법 좋은 집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
걸어가니 삼거리가 나오고 안내판이 있다. 폰의 불빛 비춰 들여다보지만 동네 안내글로
추측될
뿐
읽을 순 없다.
어둠이 짙어져서, 키 큰 나무숲 끼고 이어지는 동네길에 더 이상 들어가 볼 엄두가 안 난다.
아까 그 여인들은 어디까지 갔는지 기척이 없다.
턴해서 숙소에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마치 하이디가 되어 초원에서 잠드는 듯한 낭만적인 기분이다.
오늘은 자다르로 떠나는 날이다.
이 동네
새벽모습을
돌아
보러 나선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내 어린시절 여름날 돌담 벼락에 피어나던 나팔꽃색 진한 청보라가 새벽하늘에 펼쳐져있다.
여늬 번잡한 관광지에 비해, 크로아티아의 속살처럼 느껴지는
이 동네
의
적요함이
자
꾸 호기심을 끈다.
새벽의 마을
양 목장이 있는 마을
하얗게 서리 내린 풀섶
카르스타 지형인 마을엔 크고 작은 규모의 구덩이가 많다.
아직 어둑한
고샅을
더듬어, 어젯밤 되돌아섰던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그윽
한 창문 불빛으로 친밀함을 자아내던 집도, 허물어져가는 오래된 옛집이
아침 햇살을 덮고 우리를 반긴다.
마을엔 아직 사람의 기척이 없다.
산책길 옆 풀섶은 희게 내려앉은 서리로 마치 눈이 온 것 같다.
어제가 얼마나 추웠는지 새삼 상기된다.
어디선지 시선(?)이 느껴져 둘러보니 양 떼들 수 십 마리가 모두 우리 쪽으로 머리를 돌려서 쳐다보고 있는 자세이다. 근처에 목장이 있다.
양 떼들
숙
박업소와 식당까지 겸하는 집도 보인다.
마당
에
그네, 전통적인 종을 매달아 장식해 놓은 품이 고객 많은 집인가 보다.
우리 생각엔 나무가 크게 우거진 숲 안쪽
의 외진 동네
로
생각했는데
,
이
식당들을 보니 예상과는 다름을 알게된다.
크기가 다른 움푹 파인 커다란 구덩이가 길 옆에도 있고 숲 안쪽, 목초지 등 곳곳에 보인다.
규모가 아주 큰 것도 있어서 '이곳도 플리트비체처럼
카르스트 지형이라
, 물에 의해 석회석 성분이 녹아내리면서 생긴 구덩인가' 추측했는데
돌
아와서 검색해보니 맞다고 한다.
곳곳에 파인 구덩이 옆으로 나있는 길
승용차 한 대가 마을에서 나온다. 앞 좌석에 학교 가는 차림새의 어린이가 앉아있다. 깊은 산속 마을 환상이 점차 밝아지는 사위와 함께 깨지고 있다.
식당 마당의 시설물들
아침 해는 떠올랐고 길 가의 작은 꽃잎엔 풀섶으로 맺힌 이슬들 영롱한 빛을 발한다.
비 온 다음 날, 앞마당 화단의
옥잠화 잎 끝에 매달린 수정구슬의 아름다움을 시로
옮기고 싶어 머리를 끙끙대던 초등학교 아이는,
그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달려와 버린 오늘, 먼나라 남의 집 마당에서 '데자뷔'다
한 귀퉁이에 튤립도 홀로 피었다. 아침 햇살에 새롭게 에너지를 받은 꽃잎이 더없이 싱싱하다.
“ 또 올게!” 아니 “ 또 올 수
있기를!”
튤립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키 큰 나무에게
인사한다.
언젠가 다시 오면 이 나무는 얼마나 더
자라 있을까?
숙소
아침 해가 곳곳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
는
초원의 마을을 눈에 담으며 아침 식사를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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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책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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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이 좋은 뚜벅이 여행자로, 현지 골목 투어를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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