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리의 삶

애들 잡도리하다가 나부터 살아야겠다 느끼는 중기

by 춘삼

제자들에게 늘 미디어 자극과 중독에 경각심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뇌가 한 번 망가지면 공부는 끝이라고.



진짜 웃기게도 나조차 어느새 숏폼에 뇌가 절여졌는지

요새 긴 영상이나 긴 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 걸 느꼈다. 이거 ADHD인가?



기분탓은 아니었다.

나는 진짜로 유튜브 숏츠를 너무 많이 봐버렸고

진짜로 인류의 대세에 발맞춰 함께 퇴행해버렸다.



뇌과학적으로 숏폼시청은 뇌구조와 뇌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한번 망가진 도파민 보상체계로 점점 더 쉽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고

결국 전전두엽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집중하고 생각하는 법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폰중독에 빠져서 주의력도 충동조절도 망가진 아이들을

매일 가는 곳곳마다 목격하고 분노하고 걱정하고 가슴 답답했지만

내 뇌도 살살 녹고 있었던 거다.

내 뇌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밤에 잠들기 전 미디어 금식을 시도했다.

전자기기부터 다 치우고 글을 쓰거나 읽는다. 그림을 그린다. 오디오북을 듣는다. 스트레칭을 한다.


조금 했는데도 확연히 디톡스된 정신이 느껴진다.

흡연인들이 금연하는 게 이런 기분이 아닐까.

비늘이 벗겨지는 듯한 상쾌하고 강력한 개안의 느낌.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데

우리 애들만 걱정했지 막상 나 자신을 돌보고 지키는 데엔 방심했다. 미안.


그리고 또 생각한다.

다 큰 어른인 나도 이 정돈데

아이들이 입는 손상과 해악은 이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결국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어른들부터 정신머리 힘 깍주고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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