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놀아봤자(5)

애들 보는 게 어려워봤자 뭐 얼마나 어렵겠어?

by MMQ

“그럼 나도 아까 한 투표 무효할 거야.”


“무슨 투표?”


“아까 제이미가 나보다 먼저 보석에 손이 닿았다고 했던 투표 있잖아. 나도 억울해.”


“어? 그럼 나도! 나도 아까 투표 무효 할래!”


“나도!”


아이들은 시간을 거슬러 여태 했던 투표들을 하나씩 무효로 만들더니 종국엔 인어놀이를 할지, 경찰놀이를 할지, 장구 뭐시기를 할지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마야는 줄넘기를 다시 꺼내와 이리저리 휘두르며 소릴 지르고, 이안은 죽어라 마야 뒤를 쫓아다니고, 토니는 참았던 설움이 터졌는지 꺼이꺼이 목을 놓아 울고, 쟤는 뛰고, 쟤는 드러눕고, 쟤는 발을 구르고!


헤이즐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대로 놔뒀다간 누구 하나가 잘못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 하나가 다름 아닌 헤이즐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했고 말이죠.


나도 이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헤이즐은 신음하듯 말했습니다.


“얘들아 진정하렴. 우리 그냥 각자 원하는 걸 하도록 하자.”


“그럼 나 인어 해도 돼요?”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신난다!”


제이미는 옷이 더러워지건 말건 바닥에 철푸덕 배를 깔고 엎드려 물고기처럼 파닥거렸습니다.


“선생님, 나는요?”


“마야는 경찰 하고 싶지?”


“네!”


“그럼 너는 경찰 해.”


“에이, 그럼 말이 안 되잖아요? 인어랑 경찰이랑 어떻게 같이 있어요?”


“왜 같이 못 있어? 인어가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서 경찰을 불렀을 수도 있잖아?


“그럼 나는 강아지 할래!”


“그래 너는 강아지 해.”


“나는 우주 전사 키이라 할래요!”


“그래그래.”


몇몇 아이들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따져댔지만 헤이즐은 아주 깊은 바다 속엔 강아지와 똑 닮은 생물이 있을 수도 있다느니, 우주 전사 키이라는 경찰을 도와 악랄한 도둑무리를 소탕하기 위해 지구에 소환됐다느니 내키는 대로 둘러댔습니다. 나중엔 다들 그저 그렇게 만족한 얼굴로 각자의 역할에 몰두했지요.


하지만 평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야! 너 자꾸 내 쪽으로 공 찰래?”


“난 축구 선수란 말이야. 축구 선수가 축구를 안 하면 뭘 해?”


“멈춰라! 너를 축구법 위반으로 체포한다!”


“야 이번에는 내가 체포하기로 했잖아. 너만 하기 있냐?”


“너는 변신이니 뭐니 하느라 너무 오래 걸린단 말이야. 그러다 범인이 도망가면 어떡해?”


“멍멍! 멍멍!”


“선생님! 얘 좀 보래요! 선생님!”


그놈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헤이즐은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폭죽이 터져나갈 듯 했습니다. 어디서 불타는 공이라도 하나 뚝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그 틈에 이 무간지옥에서 도망칠 수 있을 텐데. 신이시여, 이 불쌍한 영혼을 구하소서!


그러다 아득한 소음 너머로 누군가 이렇게 외쳤고, 헤이즐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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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서사 #여성주인공 #동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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