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보는 게 어려워봤자 뭐 얼마나 어렵겠어?
그러나 놀이가 시작된 지 2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스멀스멀 아우성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내놔! 내 손이 보석에 먼저 닿았잖아!”
“언제? 몇 날 몇 시 몇 분 몇 초?”
“아이 진짜! 선생님! 쟤 좀 보래요!”
헌데 헤이즐이 끼어들려던 순간, 마야가 불쑥 외쳤습니다.
“야야 다 모여! 투표를 해서 누가 맞는지 보자!”
그러자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원을 만들어 서더니 보석에 먼저 닿은 것이 제이미인지 엘리엇인지 다수결을 하지 않겠어요?
“제이미가 두 표 많아.”
“그럼 이번 보석은 제이미 꺼네.”
그 뒤로도 아이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수결로 해결했습니다. 또 다수결로 감옥에서 탈출할 순서도 정하고, 경찰역을 맡을 순서도 정하고, 보석을 지킬 순서도 정했습니다.
헤이즐은 속으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그래, 아이들도 결국엔 상식이 통하는 인간이란 거겠지. 방향만 제대로 잡아주면 그 다음은 태엽 감은 오르골처럼 알아서 골골골 돌아간다 이거야. 애들 보는 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헤이즐은 또다시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란 걸요.
“토니를 영원히 감옥에 가두는 데 찬성하는 사람?”
“나!”
“나!”
아이들은 머리 위로 솟은 손들이 과반수를 넘긴 걸 확인하자마자 총알처럼 튀어나가 토니를 에워싸더니 공원 구석으로 내몰았습니다. 심지어 어디서 주워왔는지 너덜너덜한 공책 두 쪽을 바닥에 깔아놓고 한 쪽 당 발 한 짝씩 올린 채 옴짝달싹 못하게 하지 뭐에요?
“얘들아 이게 무슨 짓이니?”
“괜찮아요! 투표해서 결정된 거예요.”
돌아보니 토니는 울음을 참느라 얼굴이 곰팡이 핀 블루베리 머핀처럼 이상한 색깔로 얼룩덜룩해져 있었습니다. 헤이즐은 토니를 향해 손짓했습니다.
“토니, 이리 나오렴.”
“안 돼요 못 나가요.”
“왜 못 나와?”
“여긴 ‘뾰족뾰족 독침 감옥’이란 말이에요. 한 발작만 나가도 죽는다고요!”
언제 지어줬는지 공책 감옥에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있었습니다. 짐작컨대 토니가 발을 딛고 있는 공책을 뺀 나머지 공간 가득 독이 발린 침이 빼곡하게 솟아있는 설정인 것 같았죠. 그런 곳에 토니를 ‘영원히’ 가둔다고? 얘들아 진심이니?
“우리 토니를 이만 풀어주자.”
“싫어요. 토니는 자꾸 반칙을 한단 말이에요.”
“맞아요. 다 같이 다수결로 결정했어요.”
“암만 그래도 이러면 안 돼.”
“왜요? 다수결은 손든 사람이 많은 쪽을 무조건 따라야 된다면서요?”
“토니 입장도 생각해야지. 고작 그런 걸로 영원히 감옥에 갇히면 토니가 얼마나 억울하겠니? 이런 경우는 그래, 투표가 ‘무효’야. 투표가 무효니까 너희의 표도 다 무효고. 이번 다수결은 없던 걸로 하자 알았지?”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싸늘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한참동안 바닥만 보았습니다. 침묵을 깬 건 엘리엇이었는데 개 껌 뺏긴 강아지마냥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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