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놀아봤자(6)

애들 보는 게 어려워봤자 뭐 얼마나 어렵겠어?

by MMQ

“야 다수결로 정하자! 내 말에 찬성하는 사람 손들어!”


“하지 마! 다수결 하지 마!”


헤이즐은 반쯤 뒤집힌 눈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며 포효했습니다.


“너희다 꼼짝 마. 손드는 사람 있으면 놀이고 뭐고 전부 다 때려치우고 구구단이나 외우게 할 거야. 거기 너, 움직이는 거 다 봤어. 손들기만 해.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알겠어? 마야, 줄넘기 내놔. 이건 압수야. 토니도 축구공 가져와. 빨리. 가져오라니까? 안되겠다. 토니는 간식 하나 압수야. 선생님 말 잘 들어. 앞으로 인어놀이, 경찰놀이, 축구 다 금지야. 절-대-금-지. 몰래 하다가 들킬 때마다 간식 하나씩 뺏을 거야. 거짓말 아냐. 진짜 가만 안 둬. 내 말 알아들었어?”


그때였습니다.


“제이미!”


“엘리엇!”


“얘들아 잘 있었니?”


아이들의 보호자들이 손을 흔들며 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다행히 그들은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아이들은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어른들에게 터진 쌀부대마냥 우수수 말을 쏟아냈지요.


“있잖아요, 내가 아까 인어놀이를 했거든요? 그래서 바다 속에서 막 헤엄치고 있는데 도둑이 든 거예요.”


“뭐? 도둑이 들었다고?”


“네, 그래서 제가 잡아줬어요! 저는 경찰이었거든요!”


“아 그리고 쟤는 강아진데요, 바다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어요.”


“난 축구선수였어요!”


“난 우주 전사 키이라였어요!”


어른들은 잠시 혼란스러워 하더니 이내 존경과 감사가 담뿍 담긴 눈빛으로 헤이즐을 올려다보았죠.


“이렇게 창의적인 놀이는 처음 들어봐요.”


“인어도 나오고 경찰도 나오고 축구선수도 나오는 놀이라니, 상상도 못해봤네요.”


“헤이즐 씨가 애들 보는 데 이렇게 탁월한 재주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른들은 고생 많았다며 저녁식사라도 대접하게 해달라고 붙잡았지만 헤이즐은 머리를 땅에 처박지 않도록 버티는 게 고작이었기에 에둘러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겸손한 사람은 처음 봤다며 또 한동안 찬사가 이어졌죠. 마지막 한 사람까지 악수 해 보내고, 기는지 걷는지 모르게 집으로 돌아간 헤이즐은 침대에 고꾸라져 잠이 들었습니다.


‘쾅쾅!’


다음날,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헤이즐은 설핏 잠에서 깼습니다. 온몸의 마디가 쑤시고 뱉는 숨에 열기가 가득한 것이 암만 봐도 단단히 몸살이 난 것 같았습니다. 아니, 대체 누가 꼭두새벽부터 이리 시끄럽게 구는 거야. 헤이즐은 자꾸만 저쪽으로 넘어가려는 의식을 애써 붙들며 문 너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저기요! 문 좀 열어보세요! 어제 애들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다수결로 도둑질을 할 사람을 뽑았다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 걸리면 전기가 통하는 밧줄로 묶었다면서요?”


“투표로 감옥에 가둘 사람을 뽑았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에요? 애들을 가뒀어요?”


“뭔 짓을 했길래 애가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올 뻔 했단 소릴 하는 거죠?”


“이봐요! 당장 이 문 열지 못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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