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最善)

스물여덟인생

by 라온골드 Laongold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전부 내 탓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나 스스로 선택한 것들이었다는 걸.


어느 누구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고, 누가 시켜서 간 길도 아니었다. 나는 나름대로 고민했고, 최선을 다해 판단했고, 그때는 진심으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더 괴롭다. 실수한 것도, 실패한 것도 결국 다 내 선택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실패를 순간이라고 말한다.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한 번쯤은 망가져도 괜찮다고. 근데 내가 겪어본 실패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니었다.

넘어지는 건 금방이었다. 근데 그 이후로 남겨진 것들 —

상처, 자책, 후회, 망가진 자존감 같은 것들은

그 실패보다도 훨씬 오래, 훨씬 깊게 남아서 나를 따라다녔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나는 진심이었다. 이 직장, 이 관계, 이 사람, 이 길... 하나하나 고민했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근데 결과는 자꾸 어긋났고, 그 어긋남은 결국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런 결론을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내 안에 남는 건 "난 왜 이렇게밖에 못 사나" 하는 자기혐오뿐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감정에 휘둘리고, 조금 더 오래 아파하고, 조금 더 쉽게 무너지는 내가 싫었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자꾸 선택해 버리는 내가 미웠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왜 나만 이렇게 서툴고, 왜 나만 이렇게 부서지는 걸까 싶었다.


어떤 사람은 내 인생을 보며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니냐'라고 말한다. 대학도 졸업했고, 대학원도 다니고 있고, 간호사로 만 4년째 일하고 있고, 지금도 돈을 벌고, 공부도 한다고.

그래, 겉으로 보면 괜찮은 인생일 수도 있다. 근데 그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이게 맞는 길인지 매번 의심하고, 내가 뭘 위해 살아가는지 자꾸만 헷갈린다. 지금까지 살면서 직장을 네 번이나 바꿨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고, 관계도 쉽게 이어가지 못했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뭔가 단단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그게 단지 환경 탓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 어떤 실패보다 나를 더 무너뜨린 건 ‘나는 뭘 해도 안 될 사람’이라는 내면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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