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은 신 맛이 좋으세요, 고소한 맛이 좋으세요?”
“오늘은, 고소한 맛이 좋겠네요. 하루 종일 쓴소리만 들었더니 커피라도 고소한 걸 먹고 싶어요.”
콜롬비아, 케냐, 예가쳬프, 코스타리카. 부르기도 어려운, 나라 이름이 가득 적혀있는 투명 유리병.
그 안에 검은색에 가까운 원두부터 바삭 말라버린 집 뒷산 도토리 같은 갈색의 원두까지
색깔도 모양도 다른 커피콩들이 들쑥날쑥 들어있다.
사실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른다. 어제는 신맛을 주문했고, 그제는 고소한 맛을 주문했지만 어제와 그제의 커피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커피를 주문하면 한 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 가득 차는 쉼표가 좋다. 카페 주인이 이런저런 수다를 섞어가며 들려주는 커피 이야기며 이런 커피 맛은 어떤 카페에서도 맛볼 수 없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그 시간이 좋아서다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난다. 원두를 가는 시간.
베이지색의 커피필터를 올리고, 그 안에 적당히 거칠게 간 원두가루를 붓는다.
그리곤 주둥이가 아주 가늘고 긴, 핸드드립 전용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담고 원두 위에 둥근 원을 그리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물을 붓는다. 물이 닿는 자리마다 진~한 커피 향이 코 끝을 타고 올라온다.
“커피 뜸 들이는 거예요. 이렇게 딱 5초만 세고 물을 부으면 진짜 끝내줘요.”
오. 사. 삼. 이. 일
신중하게 초를 세더니, 아까보다 조금 더 대담하게 몇 번의 원을 그린다.
투명한 유리잔 안에 커피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어느새, 커피가 한가득이다.
뜨거운 테이크아웃 잔을 내밀며, “진짜 고소할 거예요.” 말한 청년이 환하게 웃는다.
“진짜 맛있네요.”
씁쓸한 커피를 꿀꺽 삼키며 말한다. 월세내기가 어려워서 아마 이번 달 장사가 마지막일 거라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커피 맛도 모르면서, 오늘도 나는 커피를 마신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버리는 일상의 한 장면을 사진 찍듯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글입니다.
어쩌면 초단편, 또 어쩌면 에세이 이른지도 모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응원과 위로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