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랑하는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
동글동글 바삭하게 마른 팥 한 줌이 차르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반짝거리는 스테인리스 볼 바닥에 마른 팥이 닿으니 온 집이 요란하다.
통통 튀며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팥알갱이를 손으로 쓸어 담고는 싱크대 앞에서 물을 받는다.
마른 곡식은, 물을 붓기가 바쁘게 물기를 끌어안는데 팥은 겉에 코팅처리라도 한 듯 둘 사이가 서먹하다.
손을 고사리 같이 오므리고는 물에 뜬, 팥을 걷어낸다.
또 다른 바가지를 꺼내 쌀을 부었다.
“뽀얀 우윳빛을 띄면 찹쌀이고, 조금 투명한 쌀이 멥쌀이야.”
쌀을 씻을 때마다 걱정스러운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결혼하기 전에 “살림을 이리 모르고 시집가서 어쩌누...” 늘 걱정이 많았던 우리 엄마.
이제 멥쌀, 찹쌀쯤은 한눈에 구별하는 전업주부인데 말이다.
엄마는 결혼할 때 요리책 전집을 사주고 싶어 했다. "엄마 시집올 땐 요리책이 필수품이었다”며 추억을 더듬 는다. 각종 밑반찬에서부터 파티요리까지. 종류별로 나와 있는 그 책은 엄마의 자랑이었기에.
“엄마 요즘은 인터넷에 다 나와 있어. 동영상도 얼마나 다양한데.....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고, 요리책 이야기는 한 김 넘어간 줄 알았는데, 그날 밤 엄마가 방문을 두드렸다.
“혹시 돈 때문이니? 그 정도는 엄마가 얼마든지 사줄 수 있는데...”
나는 진심으로 깔깔깔 웃었다. 하지만 이내 시대가 바뀐 줄 모르고, 해와 달이 자리를 바꿀 때까지 속 끓였을 엄마를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모녀는 여름밤에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었다.
알람이 울린다.
찜기 앞으로 가서 뜸 들이기 기능을 누른다.
구수한 냄새가 부엌에 가득이다.
레시피 동영상을 끄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나 오늘 인터넷 레시피 보고 팥 시루떡 만들었어!”
그때 뜸 들이기가 끝났다는 알람이 울린다.
뚜껑을 열자, 뿌연 김이 얼굴을 덮는다.
시루떡의 한 김인지 엄마의 온도인지 모를 뜨끈함이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버리는 일상의 한 장면을 사진 찍듯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글입니다.
어쩌면 초단편, 또 어쩌면 에세이 이른 지도 모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응원과 위로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