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춤을 추어라

#6. 답답한 속을 끌어안고 사는 나에게

by 박희영

멍하니 바다만 바라본 지 벌써 몇 시간 째.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몇 번이나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를 반복하고

파도가 닿지 않는 모래사장에는

오늘 다녀간 누군가의 이름,

그 옆에 수줍은 하트,

뛰고 걸었던 사람들의 발자국,

그리고 쓸쓸히 바라본 누군가의 마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마치 춤을 추듯, 사뿐거리며

바다는 파도를 채근해 들이치고 내친다.

마음이 파도 따라 리듬을 탄다.

마치 피아니스트 같은 오늘의 푸른 바다.

포말이 일어날 때마다

바다에는 오선지가 그려진다.




이토록 경쾌한 리듬을 연주하는 바다 곁에는

소란스런 흔적 사이로

외로운 발자국이 길게 남아있다.




문득 그 옆에 서고 싶단 맘이 든다.

보드라운 백사장에 한 발짝 내딛으니

몸이 기우뚱하며 뒤꿈치가 모래 속으로 푹 꺼진다.

발자국 옆으로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고운 모래가 발을 잡아끈다.




누군가의 추억이 발끝에 매달리는 것처럼 무거운 날.

한 발 한 발, 외로운 발자국 곁으로 걷는다.

가벼운 터치로 연주하던 파도가

고개를 높이 들고 성난 얼굴로 다가오는 순간.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친다.



외로운 발자국은

갑자기 밀어닥친 큰 파도가 데려가고

백사장엔 화들짝 놀란 발자국만 요란스레 남았다.

발자국이 사라지기 전에

이 바다를 온 누군가가 말하겠지.

저기 누가 춤을 춘 발자국 있다. 라고.



우리가 무심코 스쳐 버리는 일상의 한 장면을 사진 찍듯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글입니다.

어쩌면 초단편, 또 어쩌면 에세이 이른지도 모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응원과 위로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수, 토 연재
이전 05화종이 장판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