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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Nov 23. 2024

추수감사절

그저 감사의 날 [No. 4 개고생, 감사 감사 감사]

  2023년 11월이 되고,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일반인들도 흔히 알고 있는 추수감사절, 또는 땡스기빙데이. 튀르키예에서 보내는 추수감사절은 어땠을까? 아쉽게도 튀르키예인들은 추수감사절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현지 그리스도인들은 한국에서처럼 추수감사주일로 챙기겠으나 튀르키예인들에게 추수감사절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날이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은 그 이름처럼 추수한 것에 감사하자는 의미로 챙길 수 있으나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이때,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감사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구약 성서에서 유대인들의 3대 명절은 모두 감사절이었다. 유월절(민족 해방에 대한 감사), 초실절(봄 때에 첫 열매의 수확 대한 감사), 초막절(가을에 추수하여 곡식을 저장하고, 집을 지어 7일간 지내는 수장절)이다. 성경에서 추수한 것에 대한 감사는 초막절에 해당하나 초막절과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날짜가 다르기에 이거 잘못된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으나 추수감사절의 유래를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영국의 청교도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느니, 미국 정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느니, 종교적 의미와는 상관없다느니 말은 많으나 뭐가 어찌 되었든 감사의 날이 아닌가.

  초막절이든, 추수감사절이든 나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꼭 추수만을 위한 감사가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삶, 믿음, 미래, 걱정과 불안, 염려, 기쁨, 행복, 가정, 열방, 나라, 고난 등 모든 것에 대한 하나님의 일하심에 감사하는 날이다.


  그래서 교회에서 추수감사주일이 되면, 다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수확한 열매를 드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다 같이 나눠 먹기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라는 것. 뭐 날이 어쨌고, 누가 시작했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나 추수에 대한 감사, 열매를 주심에 감사, 1년을 돌아보며 잘 살아왔네 감사하고, 1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감사, 힘들어도 감사, 기쁨에 감사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길 원한다.




  추수감사절, 튀르키예어로는 Şükran Bayramı (슈크란 바이라므)이지만, 직역하면 감사절이다. '추수'에 관한 개념이 빠진 단순한 감사절이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튀르키예인에게 슈크란 바이라므에 대해서 아냐고 질문하면 거의 대부분은 '감사하는 날?'이라고 대답한다. 추수감사절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이슬람 명절을 따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미디어가 발전하며 청소년에게 물어보면 땡스기빙데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는 있다.


  나는 2023년 11월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냈다. 친구들도 초대하고, 친구들의 친구들도 초대해서 다 같이 1년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예배를 드렸다. 초대한 친구들에게 추수감사절이 무슨 날이고, 뭐 하는 날인지 잠깐 설명하고, 감사에 관한 찬양을 몇 개 뽑아 기쁘게 율동하며 부르고, 다 같이 기도하고, 말씀을 읽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순서로 제일 중요한 한 가지 활동을 했다.

  추수감사절이라는 테마에 맞게 한쪽 벽에 색지를 잘라서 거대한 바구니 모양을 붙였고, 안쪽에는 색종이를 과일 모양으로 잘라서 1년을 돌아보며 기도한 것들이 이루어졌거나 응답받은 것들을 적고, 또는 새로운 한 해를 소망하며 기도제목을 적어 바구니 안에 붙이는 활동을 했다.


  친구들이 적기 어려워하길래 물어보니 딱히 기도로 빌었던 것도 없으니 이루어졌다거나 응답받은 것이 없었고, 새로운 한 해라고 해봤자 별 거 없으니 소망하는 것도 없다고 말하는 거였다. 그렇다면, 1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 나와서 편지를 써보라고 했다. 이때 기억나는 말들이 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서 일하고 있을 1년 후의 나에게, 힘들었겠지만 너는 잘하고 있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들; 1. 부자 되기 2. 결혼하기"

  "파이팅"


  거의 대부분은 부자 되는 등의 물질적인 여유에 관해서 적었지만, 특별히 내게 은혜가 되었던 현지 그리스도인이었던 친구가 적은 기도제목이었다.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연약하고, 어렵고, 알 수 없지만, 새로운 한 해에는 믿음의 성장이 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 저를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짧은 문장이 은혜되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이슬람이 아닌 다른 종교를 택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차별이 있고, 제일 큰 문제는 세상 누구보다도 응원자 되어야 할 가족 안에서의 강한 핍박이다. 예수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가족으로부터의 버림과 따돌림, 폭력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심지어 법적으로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 대상으로는 전도가 금지되기에 특히 청소년 그리스도인을 향한 가족의 핍박은 어마어마하다. 부모님이 전화해 목사를 신고하거나 교회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등의 갖가지 많은 일들을 겪어왔기에 당사자가 겪는 고통과 감정소모는 아마 더 할 것이다.

  현지 그리스도인들은 선교사나 목사님, 외국인을 제외하면, 전부 모태신앙이 아니라 믿은 지 1-2년, 3달, 또는 1달, 3일 되는 친구들, 청년들이다. 당연히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친구들이 많다. 그러니까 이들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건, '목숨'을 걸었다는 뜻이다. 강한 이슬람 정체성의 가족 내 형제들로부터의 구타, 감금 등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예수님 뿐이라는 거다. 


  눈치 보이고, 가족들에겐 거짓말하면서까지 주일에 교회로 나아오는 이 안타까운 영혼들, 그러나 목숨 걸었기에 그들의 믿음은 어찌 보면 나보다 강하다고 느껴졌다. 고작 1년, 한 달, 하루 정도의 믿음뿐이지만, 나보다 강하다고 느껴졌다. 

  그날 좀.. 깊은 회개가 되었달까?


  하여튼 그렇게 추수감사주일을 보냈다. 지난날, 나의 믿음과 신앙을 돌아보며 회개하면서, 그리고 기뻐하면서 친구들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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