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만 돌리면 [No. 3 개고생, 맛집찾아 한걸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내가 있었던 튀르키예의 도시인 Van 반의 맛집들을 추천해볼까 한다. 이건 지극히 나만의 생각이고, 입맛도 평가도 작가 본인의 뜻이라는 점 오해 없길 바란다.
(베르첼란 됴넬 & 지-에르 쌀로누)
주소: Bahçıvan, PTT Cd. No:36, 65130 Van Merkez/Van, 튀르키예 (구글지도 기준)
메뉴: 닭 듀륨/도네르, 지에르, 쿄프테 듀륨/도네르
특징: 주인분이 약간 정신이 이상하시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다거나 계속 이름을 물어보신다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는 듯 추임새 섞인 춤을 추신다거나 지나가는 경찰에게 욕을 하신다...
이곳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물가에 한국에 돌아오기 3달 정도 전부터 새로 찾은 싼 가게다. 다른 가게보다 비교적 비싸지만,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 반만 주문할 수 있었기에 싸게 먹을 수 있었다. 닭보다는 확실히 쿄프테가 들어간 메뉴가 더 비싸지만, 반만 주문했을 때 가격대비 닭보다는 쿄프테 듀륨과 도네르가 더 맛있다.
Köfte 쿄프테는 약간 함박스테이크, 동그랑땡 생각하면 편하다. 갖가지 고기를 반죽해 구워 먹는 음식인데, 코프테만 먹지는 않고 듀륨과 도네르처럼 빵에 싸서 먹는다.
(베레켓 아다나 케밥 & 됴넬)
주소: 튀르키예 65100 Van, Van Merkez, Şerefiye (구글지도 기준)
메뉴: 닭 듀륨/도네르, 치쿄프테, 아다나 도네르/케밥
특징: 주인분이 굉장히 활발하시고, 굉장히 흥이 많으시다. 요리하시는 데에도 흥을 주체하지 못하시고 춤을 추신다. 아버지는 요리를 하시고, 딸은 서빙을 하는데 친해지만 서비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 듀륨의 모양이 다른 듀륨 음식점들과는 달리 눈에 띌 정도로 긴 편이다.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일대 가게들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곳이다. 그래서 꽤 자주 가서 먹었다. 시내를 돌아다닐 때 점심은 무조건 이곳에서 먹었을 정도다. 싼 가격에 비해 양을 많이 준다. 주인분이 아주 친절하셔서 고기를 많이 넣어달라고 하면 많이 넣어주신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물도 파는데, 이곳에서는 물을 달라고 하면 물을 떠다 준다. (보통 수돗물을 떠다 주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튀르키예인들은 석회수가 일상이기 때문이다. 파는 물은 페트병 물이라서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면, 물갈이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파는 물을 사서 마시면 된다.)
내부는 아주 비좁은 1층과 넓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조리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1인용 식탁 2개가 끝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넓게 앉을 수 있다.
케첩을 넣어달라고 하면 넣어주는데, 식탁에 올려진 손님들을 위한 케첩과 달리 조리과정에서 들어가는 케첩은 조금 맵다. 그래서 매운맛을 즐기고 싶다면 꼭 메뉴를 주문할 때 케첩을 넣어달라고 해야 한다.
보통 튀르키예에서 케밥 하면 아다나 케밥이 유명한데, Adana 아다나라는 지역의 케밥이 유명하다는 거다. 그래서 아다나가 아니더라도 아다나 케밥이라는 이름을 달아 홍보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이곳도 아다나 케밥이라고 간판에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어 홍보효과는 굉장했다고 한다. 11시만 돼도 사람이 북적북적해서 나는 10시쯤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고, 여행했다.
(하네단 쏘쁘라쓰, 왕가 식탁)
주소: Ordu Cad. Ulu Camii Yukarısı Kervan Oteli Karşısı (명함 기준. 구글지도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음식점의 명함을 갖고 있다. 구글지도 기준으로 가까운 거리에 같은 이름의 다른 음식점이 존재하나 해당 거리의 다른 음식점들도 표기되는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다른 것으로 보아 위치표기오류가 있는 것 같다. 사진의 위치표시는 실제위치다.)
메뉴: 튀르키예의 거의 모든 음식
특징: 체인점이다.
처음에 갔을 때는 고기를 엄청 많이 넣어주고, 소스도 뿌려주고 그랬다. 그런데, 아마 외국인이라서 단골로 만들려는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맛은 있다. 일대 음식점의 가격을 올리는 선두주자로 비싸긴 비싸지만 좋다.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아 듀륨 밖에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점심이나 저녁이나 손님이 많은 것을 본다면 꽤 다른 음식들도 맛있지 않나 싶다.
(외즈 싸낫 됴넬 & 케밥 쌀로누)
주소: Şerefiye Mah. Ordu Cad. Yıldız İş Merkezi Yanı İpekyolu/Van (명함 기준. 이곳 또한 구글지도와의 실제 위치는 다르다. 사진의 위치표시는 실제위치다.)
메뉴: 튀르키예의 거의 모든 음식
특징: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음식점이다. 메인 요리사는 장남이고, 오븐을 사용한 음식 조리는 둘째 형제가 한다. 그리고 이 두 형제와는 나와 친구다. 숙모와 사촌 자매들이 서빙을 하고, 배달 서비스는 사촌 형제가 한다.
내가 반에 도착해서 처음 먹었던 음식이 이 가게 음식이었다. 처음 보는 외국인이, 그것도 한국인이 와서 자기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는지, 같이 사진 찍어도 되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해서 같이 셀카를 찍었었다.
내부는 이곳도 비좁은 1층과 넓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가가 올라 비싸진 뒤로는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학생 메뉴가 따로 존재해서 주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몰려와 엄청나게 북적거린다. 점심시간에 학교 생활복을 입은 학생들이 아주 빽빽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특별하게(?) 양파가 맛있다. 듀륨과 도네르에 들어가는 양파가 맛있다.
(코마게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치쿄프테)
메뉴: 치쿄프테
특징: 유명한 치쿄프테 프랜차이즈이다.
Çiğ Köfte 치쿄프테는 köfte 코프테에 '날 것, 날 음식, 생'의 뜻인 çiğ 치가 붙은 것이다. 실제로 날 음식, 생고기가 아니라 모양새가 생고기와 비슷하게 생겨 붙인 이름이다. 치쿄프테의 가장 큰 특징은 약 30여 가지의 곡물을 뒤섞고, 빻아 Salça 쌀차라는 우리나라의 고추장과 비슷한 장과 다른 매운 장을 더 섞어 반죽처럼 조물거린다는 조리법이다.
맛이 한국에서는 접해볼 수 없는 맛이라서 치쿄프테를 처음 접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불쾌한 맛이 느껴져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다. 나도 처음에는 한 입 먹고 토할 정도로 거부감이 심해 한동안 먹지 못했지만, 물가가 높아지는 바람에 제일 싼 치쿄프테를 사 먹기 시작하면서 익숙해졌고, 지금은 맛있게 잘 먹게 되었다.
특별히 코마게네 브랜드의 치쿄프테는 다른 치쿄프테와 달리 비싸긴 하지만 역시 맛있다. 서브웨이처럼 토핑을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코마게네에서 직접 만든 특제 소스와 매운 나초를 올려 먹으면 진짜 맛있다. 실제로 매장에 가면 대용량 특제 소스를 파는 것을 볼 수 있고, 시중에 파는 나초 과자를 음식에 올려주기에 더 맛있다.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토핑이 있는데, 바로 옥수수 콘이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옥수수와 다를 바 없지만, 치쿄프테와 특제 소스를 얹어 먹는 옥수수콘은 그야말로 압권.
치쿄프테는 이슬람 국가의 최대 종교명절인 라마단 Ramazan (라마잔) 때 공급과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치쿄프테를 평소 팔지 않았던 가게들에서도, 심지어는 음식점이 아닌 곳에서도 라마단 기간이 되면 길거리에 상을 펴고 치쿄프테를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라마단 기간이 되면 정말 길거리가 치쿄프테로 도배되어 있을 정도다. 왜 치쿄프테를 먹냐면, 라마단은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금식'을 하는 날이다. (이슬람 5대 의무: 금식, 신앙고백, 성지순례, 선행, 메카 방향으로 하루 5회 기도) 금식은 먹는 금식뿐 아니라 술, 담배 및 성행위까지도 포함되어 모든 욕구에 관한 금식을 뜻한다.
라마단 기간 1달 동안 무슬림들의 하루 일과를 설명하자면, 어차피 금식은 해가 져야 끝나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도 오후 12시, 1시 정도로 늦다. 이후 해가 지기 전까지 실컷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고, 어머니들은 집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해가 지면 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 잔치를 벌이며 밥을 새벽 2시 3시까지 먹다가 잠든다. 그래서 바로 음식을 먹어 장에 탈이 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고, 장도 적게 넣어 맵지 않고 부드러운 치쿄프테를 저녁 식사 전에 먼저 먹는다.
하지만 이 라마단이 잘못된 이유는 금식의 목적에 있다. 많은 무슬림들이 금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에게, 그리고 무슬림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금식은 내게 이런 소중한 일을 하지 않음으로 하나님께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행한다. 그렇기에 금식 이후 밥을 많이 먹어 배고픔을 없애거나, 금식 전에 아, 오늘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금식을 하기로 했으니 그 중간에 음식의 유혹을 없애기 위해 많이 먹어 둬야지.라는 마음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마음보다는 금식도 하나의 고난으로 여기며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라마단의 웃긴 것은 알라가 눈을 뜨고 있을 때, 알라가 세상을 보고 있는 때에 금식을 한다는 것이다. 알라가 눈을 뜨고 있는 때, 알라가 세상을 보고 있는 때라는 것은 태양이 떠있는 때,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다르게 말하면 알라가 보고 있지 않을 때, 신이 자신들을 보고 있지 않을 때는 죄를 짓겠다는 말이 된다. 무슬림의 믿음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어본 결과 무슬림이 지켜야 할 5대 의무를 지키지 않는 무슬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또 신을 향한 믿음이 이 세상에서 힘들게 지내다가 죽음 이후 천국에 가기 위해 억지로 믿고, 억지로 행한다고 직접 무슬림들에게 들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와 선택을 허락하셨다. 자유를 주셨기에 먹지 말라 하신 나무의 열매를 먹은 아담과 하와의 선택을 막지 않으셨으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 속 우리의 선택을 존중하시어 그 선택에 따라 많은 상황 속 우리의 자유를 인도하시고, 우리가 돌아오기까지 하나님은 계속 옆에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며 기다리신다.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의 동사가 포함되어 있다. 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건, 우리가 죄를 지을 땐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말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하나님은 강제로 우리를 이끄시지 않는다. 우리가 자유롭게 하나님을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마음을 원하신다. 이 문장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자원. 자원하는 마음이다.
치쿄프테를 보며, 항상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무슬림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겐 과연 자원하는 마음이 있을까? 즐겁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이 있을까? 즐거이 헌신하는 마음이 있을까? 이들에게 예배와 기도는 무슨 의미일까. 사원에서 종교지도자들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일까.
맛집 추천은 여기까지다. TOP 5. 적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다녀봤던 곳들 중 제일 좋았던 곳을 꼽은 것이니 만약 Van 반을 방문한다면, 이 5곳은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