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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Nov 15. 2024

선시식 후인사 (2)

한 숟가락 여행 [No. 3 개고생, 맛집찾아 한걸음]

  한 입 먹어볼 수 있을까요? 맛 좀 봐도 될까요? 하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샌가 한 숟가락 여행을 즐기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친구들과 있을 때는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밥을 먹지만, 혼자 돌아다닐 땐 돈도 아끼고 많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시식한 후 그제야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외국인의 음식 맛이 궁금해 죽겠다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애교를 보여 한 입 시식한 후 나는 가게 주인과 능청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Çok teşekkür ederim. Bu çok güzel." (너무 감사해요. 이거 맛있네요.)


  한입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흥정을 시작할 수 있다.


흥정의 기술 01. 

학생임을 어필하라!

  보통 메뉴판에는 학생가격을 따로 적어두지 않는다.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는 식당은 적어두지만, 거의 대부분은 적어두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다. 괜히 이상한 사람들 꼬이지 않게 일반 가격으로 음식을 팔기 때문이다. 한번 스윽 가게 안에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하고, 흥정을 위해서는 굳이 자리를 맡을 필요가 없다. 보통은 조리대와 계산대가 합쳐져 있는 구조를 띠고 있어 조리하시는 분 앞에 서서 내가 학생임을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학생증, 학생서류 다 필요 없다. 나는 무조건 학생이다. 나 돈 없다. 나 멀리에서 왔다. 조금 깎아 줄 수 없냐. 서비스 좀 더 줄 수 없냐. 반찬 하나라도 더 주라. 말하면 된다.

Acaba indirim var mı? yada ikram var mı? (아자바 인디림 봘 므? 야다 이크람 봘 므?)
혹시 할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서비스?

  이 질문을 하면 꼭 상대가 되묻는 질문이 있다. 아마 만국 공통일 것이다.

Neden? (네덴?) 왜?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내가 학생의 신분임을 어필해야 한다. 

Ben Güney Kore'den geldim. Buraya Türkçe ve kültürü 'nü öğrenmek için geldim. (벤 규네이 코레덴 겔딤. 부라야 튜륙체 붸 큘튜류 뉴 외렌멕 이친 겔딤.) 
나는 한국(남한)에서 왔어. 이곳에서 터키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왔어.


흥정의 기술 02.

돈이 적음을 어필하라!

  바로 이어서 

Ben para yok. O kadar para yok ki, biraz indirim olur mu? Lütfen, gerçekten param yok... (벤 파라 욕. 오 카달 파라 욕 키, 빌아즈 인디림 올룰 무? 류트풴, 겔첵텐 파람 욕...)
나 돈이 없어. 그 정도까지 돈이 없어서, 조금 할인해 줄 수 있을까? 제발, 정말 돈이 없어서...

  말하면 된다. 거의 대부분의 가격대가 주고 이걸 먹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 나는 돈이 적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내가 튀르키예에 처음 갔을 때 가장 기본 음식인 듀륨의 가격이 10 텔레 안쪽이었고, 유학을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1년 전만 하더라도 25 텔레였으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고작 1년이라는 시간 사이에 50 텔레로 2배나 뛰었고, 유명한 곳은 200 텔레를 거뜬히 넘는다는 것을 볼 때 시간이 지나 오르면 올랐지 절대 내려갈 기세는 아니기에 흥정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음식뿐 아니라 택시나 미니버스 등의 교통비, 브랜드 있는 매장(편의점, 백화점 등)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가게'에서 흥정이 가능하다.


흥정의 기술 03.

애교충만 눈웃음을 어필하라!

  대화할 때는 온화한 미소를 장착해야 한다. 어쨌든 가격을 깎는다는 건 이 사람들에겐 싸게 판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무표정보다는 사랑과 귀여움으로~


  이렇게 하면 거의 대부분 깎아 준다. 학생가격은 일반가격과 10에서 20 텔레 정도 차이 난다. 물가가 오르는 바람에 이 정도 깎는 것도 엄청 깎아주는 거다. 


  정말 가끔이지만 진짜 안 깎아주는 가게들이 있다. 어찌 보면 이게 당연한 일이지만, 이때는 특별한 메뉴를 주문하면 된다. 바로, 절반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곱빼기라는 메뉴가 있지만, 튀르키예에서는 음식의 반만 주문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당연히 가격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İkbal 익발과 같이 갔던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다. 닭고기가 들어간 듀륨이 아니라 소고기가 들어간 더 비싼 듀륨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굉장했다. 그래서 듀륨 하나를 시켜서 각자 반반씩 나눠서 먹으려고 했다.


"Bir tane istiyoruz." (빌 타네 이스티요루즈.) 듀륨 한 개 주문할게요.

"Siz iki kişi değil mi?" (씨즈 이키 키쉬 데일 미?) 너희 두 명 아니야?

"İki tane yarısı. Teşekkür ederim." (이키 타네 야르쓰. 테쉐큘 에데림.) 반으로 2개. 감사합니다~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다. 하도 흥정이 통하지 않았지만, 정말 먹고 싶었던 메뉴이고, 또 맛있다고 소문난 숨은 맛집이어서 놓칠 수 없었기에 반이라도 먹자는 마음으로 하나를 시켜서 익발과 나눠 먹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국과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이고, 쿠르드족은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었던 용사들이었기 때문에 흥정을 안 해주시더라도

Uzaktan geldiniz. Çok İyisiniz. (우작탄 겔디니즈. 촉 이이씨니즈.) 멀리에서 왔구나, 아주 잘 왔어.
Biz ve siz kanka, değil mi? (비즈 붸 씨즈 칸카, 데일 미?)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야. 그렇지 않니?

라고 하시며 서비스를 주시기도 한다. 가끔은


Kardeşim. (카르데쉼) 나의 형제.

Kankam. (칸캄) 피를 나누었을 정도의 친구사이를 뜻하는 관계


라고도 우리를 부르신다. 카르데쉼은 형제를 뜻하는 Kardeş (카르데싀)에서 1인칭 소유격을 적용시켜 나의 형제가 된 것이고, 칸캄의 어원은 를 뜻하는 Kan (칸)에서 따온 만큼 진짜 가깝고, 긴밀한 친구 관계를 뜻하기에 한국과 튀르키예의 형제의 나라를 표현할 때 튀르키예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굳이 음식점에서 내가 싸게 먹겠다가 아니더라도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카르데쉼, 칸캄이라고 해주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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