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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Nov 09. 2024

선시식 후인사 (1)

한국은 가난한 나라야 [No.3 개고생, 맛집찾아 한걸음]

   İkbal 익발과는 참으로 많은 대화를 했다. Kayra 카이라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카이라가 활동적이고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라면, 익발은 차분하고 행동반경이 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친구는 아니다. 인싸라는 것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겠다.

  익발의 고향은 İzmir 이즈밀이다. 그러니까 Van 반은 동쪽 끝 도시이고, 이즈밀은 서쪽 끝 도시이다. 하지만 튀르키예족이 아니라 쿠르드족이다.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과 그 주변국에 몰려 사는 쿠르드족에서 떨어져 이즈밀까지 이동했는지는 물어보았지만 말해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고향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자신은 이즈밀이 고향이지만, 쿠르드족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무슨 질문을 하든 대답은 우리 민족 문화야. 우리는 다 그렇게 해라고 말할 정도로 민족성이 강한 친구였다.

  그리고 익발은 거의 홍보대사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에 관심이 많고, 특히 음식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친구다. 익발과는 만나면 오후에 시내에서 만나 저녁까지 같이 있다가 저녁밥을 같이 먹고, 버스정류장에서 대학 기숙사로 향하는 버스가 오기까지 익발을 바래다주는 것이 약속 루틴이었다. 그렇다 보니 저녁밥을 먹기 위해 아주 많은 밥들을 같이 많이 먹었다. 거기에 미슐랭 못지않은 그의 방대하고 거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튀르키예의 주식은 밀인 것 같다. 쌀도 있지만, 식당에서 파는 주 요리들의 기본은 빵이기 때문이다. 쌀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쫀득쫀득하고 점성 있는 쌀이 아니라 기름으로 밥을 짓기 때문에 매끈매끈하고, 3배 정도 길쭉한 모양이다. 그래서 쌀은 더 단맛이 강하고, 텁텁했다. 여하튼 익발과 만나본 튀르키예만의 음식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추수기
  아마 이건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벼는 추수기가 9~10월이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1년에 총 세 번의 추수를 거친다. 봄, 여름, 가을 추수를 지나 겨울에는 추수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겨울이 길게 보면 6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최대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겨울로 보고, 눈이 내리고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시기는 11월부터 시작되어 3월 말이면 끝난다. 그래서 겨울에는 추수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밀 생산량이 굉장하기에 빵을 많이 먹는다.

: 1차 산업의 발달
  매해 세 번의 추수를 거치기에 1차 산업이 크게 발달되어 있다. 각종 농작물들이 싸게 팔리며,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물들도 많이 자란다.

: 이슬람 국가
  이슬람공화국이라는 국명처럼 이슬람 국가이기에 돼지는 공식적으로 죄이면서 불법이다. 튀르키예의 정육점에서는 돼지는 팔지 않고, 닭, 양, 소 순서대로 비싸게 팔린다. 우리나라의 돼지가 튀르키예에서는 닭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 중에서 가끔 돼지를 파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튀르키예의 가장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음식은 Dürüm 듀륨이다. 얇은 빵에 구운 고기와 각종 채소, 그리고 소스를 섞어 김밥처럼 만 음식이다. 치킨 또띠아를 생각하면 편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채소 토핑과 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서브웨이가 가장 대표적인데, 튀르키예에서는 브랜드나 식당 상관없이 식당 어떤 곳이든 거의 대부분 듀륨을 팔기에 주문할 때 빼고 싶은 채소와 소스, 양념 등을 자세하게 말하면 알아서 만들어준다. 그리고 추가되는 소스나 토핑과 상관없이 가격도 변함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내가 있었은 때는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학생가격이 따로 있었다. 기본 가격보다는 양이 적고, 크기도 작지만 한 끼 식사에는 변함없이 많은 양이었기에 나는 학생값으로 밥을 사 먹었었다.

  듀륨은 Dürüm ekmek 듀륨 에크멕이라는 듀륨 전용 빵이 존재하고, 난과 비슷하게 생긴 Lavaş 라바쉬라는 얇은 빵과 바게트 빵인 Somun ekmek 쏘문 에크멕을 사용한다. 모두 같은 빵이지만, 듀륨 에크멕과 라바쉬를 사용하는 듀륨은 제일 싸고, 쏘문 에크멕을 사용하는 듀륨은 앞의 두 빵보다는 비싸게 팔린다. 그 이유는 소문 에크멕의 경우 토스트처럼 위아래로 강하게 눌러 한 번 더 구워주기 때문이다.


  아직 튀르키예인들에게 한국이라는 인식은 가난한 나라로 통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의 그 가난했던 한국의 모습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다. 심지어 젊고, 한류와 K-POP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튀르키예 청소년과 청년들 사이에서도 서울이나 부산 등의 빽빽한 도심의 모습을 보여주면 엄청 잘 사네? 터키보다 잘 사네?라고 반응할 정도로 한국은 가난한 나라, 한국은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꽤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밖을 잘 돌아다시지 않는 나이 있으신 분들이나 할아버지들을 만나면 Maşallah 마샬라라고 여러 번 외치시며 인사하신다.

  뜻은 당신에게 의 축복이 임하길-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뭐라고 하셨냐면, 그 가난한 나라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여행을 오다니, 공부하러 오다니, 대견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몇몇 분들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참전하신 분들이라서 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다.


  이것을 이용한다고 하면 조금 마음이 그렇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과 반응으로 많은 것들을 먼저 챙겨주셨다. 먹을 것부터 시작해서 어떤 분은 옷을 주시기도 하셨고, 잘 데가 없으면 집에서 자고 가도 된다, 아니면 계속 살아도 된다라고 하실 정도로 과한 사랑을 주셨다.

  특별히 식당에서 비싸다는 음식들을 시식해 볼 있다. 시내에 가면 음식점들이 홍보를 위해 모두 창문을 열어두고 음식 냄새를 폴폴 풍기는데, 앞에 가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직원들이 마샬라, 마샬라 하면서 한입 챙겨주신다. 어떤 때에는 한 끼는 아니지만, 반끼정도를 차려주신 적도 있고 집에 가서 먹으라고 반찬거리들을 주신 적도 있으며, 음식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이것저것 주시기도 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튀르키예에 어떤 목적이든 가게 된다면, 이 문장을 꼭 식당 앞에서 사용하길 바란다.

Tadına bakabilir miyim? 타드나 바카빌릴 미임?

  뜻은 한 입 먹어봐도 될까요? 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입을 챙겨줄 것이다. 이 말은 식당뿐 아니라 디저트를 파는 디저트가게, 심지어는 채소가게에서도 통한다. 나는 채소가게에서 파는 귤이 먹고 싶어서 물어보았더니 안된다고 하시긴 했지만, 주인이 보지 않는 타이밍을 이용해 내게 귤 4개를 주셨다. 튀르키예의 유명한 디저트인 Baklava 바클라바 가게에서는 보통 키로수로 가격을 책정하는데, 나는 1킬로를 선물로 받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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