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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Nov 05. 2024

아닌데, 맞아

아니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No.3 개고생, 맛집찾아 한걸음]

세계를 대표하는 3대 요리는?

  이 질문에 통상 중국, 프랑스, 튀르키예 요리가 꼽힌다고 한다. (구글검색결과) 그렇다. 튀르키예 요리는 세계 3대 요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결과 전혀 그렇지 않다. 3대 요리의 기준은 대중화 및 체계화된 요리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면에서 튀르키예 요리가 대중화되고, 체계화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뭐 전문가들 나름의 무언가는 있겠으나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모르겠다는 의미다.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보통 식사시간을 껴서 만난다. 집에 초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맨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으니 식당에 가서 밥을 같이 먹는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음식점은 이상하리만치 같다. 한국에서는 바로 옆 건물이라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메뉴가 달라지기에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주 형형색색의 간판과 다양한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튀르키예는 아니다. 똑같은 메뉴, 똑같은 식재료, 똑같은 조리법, 똑같은 스타일, 똑같은 간판에 똑같은 손님이다. 그래서 맛집을 찾기 위해서는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가 없다. 그냥 집 밖에 나와서 시내 길거리의 아무 식당이 들어가면 된다.


  특히 만날 때마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거의 시내의 식당이란 식당은 모두 들어가 본 듯한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 그의 이름은 이빨이다. 아니, İkbal 익발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들리는 소리로는 '이빨'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 빨?" 하지만 내 발음이 석연찮았는지 메모를 써서 보여줬을 때 이해할 수 있었던 친구다.


  익발은 Van 반에 위치한 Van Yüzüncü Yıl Üniversitesi (반 유쥰쥬이을 유니뷀씨테씨) 대학의 영어영문학과 2학년 학생이었다. 첫 만남도 대학에 구경하러 버스 종점에 내려 공원에 앉아있던 중 먼저 내게 다가왔다. 인사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대학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익발을 따라 청년문화센터에 들어가게 되었다.

  익발은 인싸였다. 청년문화센터로 가는 길에서도 지나치는 모든 학생들이 익발에게 인사할 정도였으며, 센터에 들어가서도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 인사할 정도로 꽤 넓은 인맥을 자랑했다. 다행히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영어 실력은 좋았다. 튝클리쉬가 아닌 찐 영어였다. 발음이 이상하지도 않았고, 알파벳도 잘 썼다. 

  당연하게도 그와의 첫 대화 주제는 종교였다. 익발은 이슬람권 국가에 사는 형제답지 않게 개방적인 인식이었다. 아마도 대학이라는 환경이 한 몫한 것 같다. 대학교에 이곳저곳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교환학생도 많았으며, 교수님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외국으로의 연수도 지원해 준다고 하니 아마 많은 것들을 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익발은 다신론자다. 알라도 믿고, 하나님도 믿고, 예수님도 믿고, 코끼리도 믿고, 원숭이도 믿는 친구다. 그가 말하길,


  나는 모든 종교의 좋은 부분을 골라서 믿어. 내가 믿는 종교는 40여 가지 정도 되는데, 기독교, 이슬람, 불교, 유대교, 힌두교 등등 많이 있어. 이 종교들 중에서 좋은 부분만 골라서 믿고 있어.


  내가 확인한 그 40여 개의 종교들 중에는 한국의 토속신앙도 포함되어 있었을 정도로 세계의 이름 있는 종교는 다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떤 파일 하나를 보여줬는데, 정말로 그 많은 40여 개의 종교들 중 좋은 구절들을 모아둔 파일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읽으면서 믿는다는 익발의 정체가 흥미로웠다.


  나는 이 종교, 저 종교 다 믿어. 하지만, 종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해. 모두 좋은 부분이 있고, 안 좋은 부분이 있어. 하지만 착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하나의 종교만 맞다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만 믿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하나의 종교만 맞을 수 있고, 어떻게 하나의 종교만 믿을 수 있겠어. 네가 기독교인인 것은 알아. 하지만 나한테 강요는 하지 마. 나는 내 마음대로 믿을 거야.


  당연히 종교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내가 믿는 것을 말했을 때 익발이 한 이야기다. 그렇다, 그는 이슬람 정체성이 강한 친구였다. 말로는 40여 개의 종교 중에서 좋은 부분을 골라서 믿는다고는 하지만 그는 강한 무슬림이었던 것이다. 


  이슬람은 알라를 믿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라는 세계를 창조한 창조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까 무슬림은 알라는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를 믿을까? 선지자다. 약 13만 명의 선지자 중에서 좋은 선지자를 골라 믿는다. 제일 유명한 선지자로는 아브라함, 모세, 예수가 있고, 선지자 중의 가장 최고 선지자는 당연 유명한 무함마드다. 

  알라의 존재는 이슬람에서 방관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알라는 자신의 피조물들이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 조차도 모르는 구경꾼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 말하길 사후 천국과 지옥은 피조물들의 두 어깨 위 한쪽에는 착한 일을 기록하는 천사가, 다른 한쪽 어깨에는 나쁜 일을 기록하는 천사가 있는데, 이 천사들이 피조물의 행동을 모두 기록해 사후 저울질하여 천국행과 지옥행이 정해진다고 한다. 이때까지 알라는 창조한 피조물들의 삶에 개입하지도, 관여하지도, 응답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래서 무슬림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İnşallah 인샬라다. 신의 뜻대로라는 뜻의 이 단어는 결국엔 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다.


  무함마드도 처음엔 그리스도인이었다는 것을 아는가? 무함마드도 원래는 예수님을 따르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수님이 탄생한 이후인 신약시대다. 무함마드가 활동할 당시도 신약시대였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탄생함과 동시 더 이상의 선지자는 없다는 뜻이다. 

  무함마드는 정말 신실한 기독교이었다. 그는 자신의 예수님에 대한 궁금증과 많은 의문들을 풀기 위해 성직자들에게 자신을 선지자라고 소개했다. 성직자들은 이단끼가 느껴지는 무함마드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고, 무함마드는 본인이 예수님의 뒤를 잇는 선지자라고 답했다. 이때 성직자들은 무함마드에게 이단 사이비라고 말하며 대화하기를 거부했고, 무함마드는 이날 이후 변하기 시작했다. 변질된 것이다. 이슬람 성서인 쿠란과 성경은 아주 비슷하다. 무함마드는 그날 이후 성경을 새로 썼고, 자신만의 종교로 변화시켰다. 그것이 바로 이슬람인 것이다. 

  수많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선지자로 바꾸고, 아주 작은 일을 한 사람도 선지자로 내세우며 약 13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선지자가 탄생했으며, 자신을 하나님이 보내신 마지막 선지자라고 칭하기 시작해 자신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성경을 바꾼 쿠란이 하나님이 보낸 마지막 성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였는지 쿠란에 묘사되는 예수님은 성경보다 더 신격화되어 있다. 


  익발은 말한다. '우리'는 착한 일을 하면서 '우리'의 믿음을 지키면 된다고. '우리'는 많은 신을 믿지만, 좋은 부분을 믿고 있으니 서로를 사랑하면 된다고. '우리'는 서로 달라. 종교도 인간이 만들었잖아. 내 마음대로 믿을 거라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도 강요하지 말라고.


  무의식 중에 그는 자신이 독실한 이슬람 신자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 무슬림은 모두 하나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알라를 믿는다고 보이지만, 수많은 선지자들 중에서 좋은 면만 닮고 싶어 하는 이들의 모습이, 신이라고는 하나 어떤 응답도, 개입도 없는 구경꾼을 믿는 모습이, 착한 일을 하며 서로를 사랑하자는, 마치 책임감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는 것처럼 들린다. 40여 개의 종교를 믿는다면서 이슬람의 주일인 금요일만 되면 익발은 사원에 방문해 예배에 참석했다. 애잔이 울리면 매일 하루 5번씩 기도하는 그였다. 


  이게 이슬람의 모든 무슬림들이 하는 말이다. 똑같다. 조금씩 단어가 달라지고, 호흡이 달라지나 무슬림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이것이다. 매일 5번씩 기도, 선행, 기부 등 어떻게 보면 그리스도인들보다도 더한 믿음의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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