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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Dec 05. 2024

2천만의 위력

일상공유 [No. 4 개고생, 감사 감사 감사]

  얼마 전, 서울에 갈 일이 있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려 서울의 어느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갈아탄 교통수단은 바로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을 타며 내가 터키에서 경험한 이스탄불의 교통이 많이 생각났다. Van 반은 교통이랄 것이 택시(Taksi), 시내버스(Büs), 미니버스(Dolmuş) 정도라 시내가 그리 크지 않고, 걸어서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1시간 정도니 복잡하지는 않지만, 역시 문화수도라 불리는 İstanbul 이스탄불의 교통은 꽤나 끔찍하게도(?) 복잡했다.


  살고 있는 곳은 Van 반이지만, 이스탄불에는 거주권 등의 서류 절차로 국가기관에 방문하기 위해 갔었다. 랑데부 날짜라든지 이런 것들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기에 정부가 지정해 주는 날에 반드시 가야 하는데, 하루 이틀 차이로 날짜와 시간이 정해지는 날이 많았어서 시외버스인 Otobüs 오토뷰스가 훨씬 싸나 반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무려 26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2시간이면 도착하고도 남는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방문해 왔었다. 그래서 생활비가 부족해졌을지도... 오토뷰스와 비행기의 가격차이는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를 생각했을 때 2배를 내고 2시간 만에 이스탄불에 도착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내게는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스탄불에는 국제공항이 2개나 존재한다. Avrupa (아브루파) 유럽과 가까운 쪽에 위치한 İstanbul 이스탄불 국제공항과, Anadolu (아나돌루) 아나톨리아에 위치해 아시아와 가까운 Sabiha Gökçen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이 있다. 만약 이스탄불 서쪽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동쪽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구매하면 된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은 신설된 국제공항이다. 과거 원래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이 모든 국제공항의 업무를 다하고 있었으나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은 화물공항으로의 업무를 더 집중적으로 보고, 새로 만들어진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항공편이 더 많이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의 접근성은 꽝이다.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근처 시내까지 나가는 데에만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도 무려 2시간이나 소요된다. 그래서 만약 튀르키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으로 국내선을 갈아타는 일정은 추천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스탄불에서조차도 이동이 쉽지 않기에 4시간 이상 헤매야 할 수도 있다. 이것도 모르고 처음에 나는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국내선 환승항공편을 예매했는데, 하필 저녁 7시쯤 교통량이 많을 때라서 그런지 사비하에서 이스탄불 국제공항까지 무려 6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에 경악했던 적이 있다. 또 2천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한 도시에 살고 있다보니 교통량이 이해는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싫었다.

  구글지도는 절대 믿지 마라. 우리나라처럼 버스나 지하철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특히 이 문제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등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언제 한 번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이스탄불에서 시내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구글지도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구글지도에서는 분명 내가 타려고 하는 버스가 2대가 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있던 정류장에 사람들이 많고, 또 그 버스가 시내로 향하는 버스다 보니 먼저 오는 버스에 많이 타겠다 생각해서 그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자고 생각했으나 5분 거리에 있던 2대의 버스는 30분 동안 정류장에 도착하지 않았을 정도다.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거나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면 너희는 어떻게 교통을 이용하냐 물어보니 자신들도 모른다, 그냥 우리는 기다린다라는 답을 받았다...

  또 버스나 지하철 외에도 많은 교통수단이 있어 환승은 필수다. 그러나 버스 종류도 여러 종류이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잘못 타는 일은 다반사에 구글지도의 정류장 표시도 믿을 게 못 된다. 없는 정류장이 표기될 때도 있으며, 있는 정류장이 빠질 때도 있다. 특히 저녁 시간대는 도로뿐 아니라 사람들도 미어터지기에 타려고 하는 버스를 제때 타지 못할 수도 있다.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기사님이 전조등을 깜빡이며 자리 없다고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주는데, 이때 아무리 손짓해 봐도 기사님은 정류장을 그냥 지나가신다.


  내가 경험한 이스탄불의 교통수단은 꽤 많다. Metro (메트로) 지하철, Metrobüs (메트로뷰스) 메트로버스, Dolmuş (돌무쉬) 미니버스, Trem (트렘) 트램, Tren (트렌) 기차, Ferry (쀄리) 페리, Taksi (탁씨) 택시, Minibüs (미니뷰스) 개인버스, Büs (뷰스) 시내버스, Havaist (하봐이스트, 하봐이스탄불) 공항버스가 있다.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은 배가 교통수단에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배하면, 여행목적이나 거대한 화물을 옮길 화물선을 생각하기 쉬운데, 튀르키예에서 구글지도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배도 교통으로 인정되어 추천된다. 여객선 터미널이 따로 존재한다.

  공항버스를 교통수단에 포함하는 이유는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이 공항에서 나와 항공권을 지참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원하는 목적지까지 공항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항버스의 목적지가 꽤 많아서 관광지라는 곳은 아마 거의 다 한 번에 가볼 수 있다. 그래서 원하는 목적지를 잘 선택해 그곳으로 향하는 공항버스를 타야 한다. 항공권이 없어도 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점! 원래는 청소년과 성인 요금이 따로 있으나 기사님에겐 중요하지 않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기에 거의 모든 기사님이 요금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을 성인으로 계산한다. 내가 탔던 공항버스에서는 1인당 450 텔레를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무슨 뭐 트램이 생긴다 만다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은데, 만약 들어오게 된다면 서울에 생길 것 같은데, 더 복잡해질 것 같다. 트램을 위한 선로를 깔아야 할 텐데 아마 시내에 대대적인 도로 공사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이스탄불을 보면 애초 도로를 깔기 전부터 수많은 교통수단을 생각하고 만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더 복잡해 보이는 교통이다.


  나는 이스탄불에 TÖMER (툐멜) 퇴메르 언어학원의 입학 절차와 외국인으로의 세무 및 İkamet 이카멧 거주권 등의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많이 방문했다. 재정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시간도 없기에 환승을 최대한 적게 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거주권 절차를 위한 이스탄불 방문

경로:

Sabiha Gökçen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 Vergi Dairesi (뷀기 다이레씨) 세무국 카드쿄이 지점 > TÖMER 퇴메르 입학처 카드쿄이 지점 > 이스탄불 Göç idaresi (교츠 이다레씨) 출입국관리소 에센율트 지점 > İstanbul 이스탄불 국제공항


  거주권 발급을 위한 필요한 서류로는 퇴메르 입학접수증이 있는데, 이 입학접수증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 대상으로 세무 서류(영수증)가 필요하다. 이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다행히도 세무국과 퇴메르 입학처가 카드쿄이에 있었고, 경로도 사비하 괵첸에서 내려 카드쿄이로 이동한 후 모든 업무를 보고 다리를 건너 출입국관리소에 가 거주권을 신청하고,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Van 반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선택했다. 그래서 항공권도 사비하 괵첸에서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국내선 환승하는 표를 구매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환승 시간이 7시간이라는 점이다. 이동과 모든 일을 7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지하철을 탔다.

출처: 구글지도

  사진에서처럼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카드쿄이를 종점으로 두는 지하철이 있다. Metro 메트로 4호선이다. 표기는  M4 이고, 색은 분홍색이다.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지하 1층과 연결되어 있어서 교통카드를 충전해 탔다. 1시간 정도 달려 카드쿄이에 도착했다.

  카드쿄이 지하철역 바로 옆에 세무국과 입학처가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였다. 여기까지는 환승도 없고 한 번에 빨리 와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국만큼의 서비스 시간은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무국에서는 접수신청을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빠르게 세무를 볼 수 있었지만, 입학처에서는 3-40분 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다.


  한국말로 따지면, 조교님이 계셨는데 조교님 말로는 교수님이 와야 입학접수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교수님이 와서 하시는 말이 나 없어도 여기 조교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 기다리고만 있었냐고 해서 조교님께 물어보니까 자기 할 일도 있어서 그랬다고 하는데, 교수님 오기 전까지 실컷 핸드폰만 했던 모습을 본다면 아마 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

  다음은 거의 횡단을 해야 한다. 다행히 한 번만 환승하면 되는 교통이라서 괜찮았다.


  일단 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한다. 시내버스나 메트로버스는 교통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되고, 선로가 따로 깔려있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역은 세무국과 퇴메르 입학처 근처에 있는 Söğütlüçeşme (쐬윗틀류췌싀메) 기차역이다. 표기는  B1 이고, 색은 회색이다. Halkalı (할ㄹ칼르)행 기차를 타면 된다.

  4-50분 동안 14개의 역을 거쳐 Küçükçekmece (큐츅체크메제) 역에서 내려 바로 옆에 위치한 Garipdede Türbesi (가립데데 튤베씨)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탄다.

  A43-Avcılar-Kıraç2 버스를 타면 된다. A43 버스이고, Avcılar (아브즐랄)발 Kıraç2 (크라츠2)행 버스라는 뜻이다. 표기는  A43 또는  A43-Avcılar-Kıraç2 이고, 색은 하늘색이다. 45분 동안 48개의 정류장을 거쳐 Kıraç İlkokulu (크라츠 일크오쿨루) 크라츠 초등학교에서 내려 출입국관리소까지 걸으면 끝이다. 그렇다면, 다시 출입국관리소에서 이스탄불 국제공항까지 가야 한다. 또 시내버스 타고, 또 갈아타고, 공항버스 타고 참... 힘들었다.


  중간에 분명 같은 버스인데, 노선이 달라서 이상한 길로 잘못 탄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정신을 차리고 타기 전 기사님께 여기로 가나요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사님은 에둘러 말하신다는 점이다. 이 버스가 해당 정류장을 지나가는 것과 서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근처에 가니까 그곳으로 간다고 말하시는 기사님들이 있다. 이럴 땐 승객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가려는 목적지와 근처 가까운 정류장을 말하면 친절하게 알려주실 것이다. 여기로 가고 싶은데, 이 정류장에 이 버스가 서나요? 자기는 가서 내리니 알려주겠다는 인자하신 아주머니나 자기도 거기서 내린다며 길을 알려주겠다는 학생 아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있을 것이다.


거주권 불허입으로 인한 두 번째 거주권 신청을 위한 이스탄불 방문

경로:

Sabiha Gökçen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 > Vergi Dairesi (뷀기 다이레씨) 세무국 카드쿄이 지점 > 켄트대학교 탁심캠퍼스 > 이스탄불 Göç idaresi (교츠 이다레씨) 출입국관리소 에센율트 지점 > İstanbul 이스탄불 국제공항


  앞의 거주권 신청이 불허되면서 6개월 동안 다시 신청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아는 사람만 아는 방법을 알게 되어 불법체류 벌금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리아를 다녀오고, 새로운 거주권 신청을 위해 이번에는 미끼로 퇴메르 언어학원이 아닌 실제 이스탄불에 위치한 대학에 입학하기로 했다. 그래서 또다시 이스탄불에 방문해 입학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세무국을 방문해 세무를 보고, 대학 입학처에 방문해 증명서를 발급받고, 출입국관리소에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학과 학년 시작이 봄, 그러니까 3월이지만 터키는 가을, 그러니까 9월에 입학과 학년이 시작되고, 7월쯤에 졸업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내가 두 번째 거주권 신청할 때는 11월, 12월이었다는 점이다. 대학을 찾아야 하지만, 학년 중에 입학이 가능한 대학을 찾아야 하고, 또 재정이 많이 없이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잡대학이라도 괜찮으니 등록금이 최대한 싼 대학을 찾아야 했다. 당장에 이렇다 할 대학을 찾을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고등학교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 영문파일을 요청했고, 꽤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진짜 오랜 찾음 끝에 이스탄불 Kent 켄트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등록금은 600 달러, 그러나 거주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신분을 유지해야 하기에 학비 600 달러 또한 매 학기마다 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신청마저도 불허입되어 어차피 6개월 내로 다시 신청하지 못하는 거, 그냥 불법체류자로 살지 뭐. 거주권도 안됐는데, 학비를 낼 필요가 없으니 내지도 않았다. 재학생이지만 학비를 내지 않아 학교에서 계속 연락이 왔지만, 받지 않았다.)

  어쨌든 또 세무국을 방문해 세무를 보고, 켄트 대학교 탁심캠퍼스에 방문해 입학증명서를 받고, 또 출입국관리소를 방문해 신청 절차를 밟은 뒤 나는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국내선을 타고 Van 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터키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나 의외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다. 그래서 카드쿄이 퇴메르 입학처에서도 조교님이 동양인의 찢어진 눈을 비하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 일부로 서류를 본인이 할 수 있었음에도 교수님이 해야 한다는 말로 핸드폰만 미적거렸다. 편의점이나 식당에서도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왔다거나 한국인이라는 말을 하면 그들의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음도 상하고 그랬는데, 하도 듣다 보니까 그냥 그러려니, 외국인 처음 보나 봐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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