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혐오했던 전쟁사진가
카파이즘(Capaism)
: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기자정신
종군기자인 로버트 카파의 정신을 본따 만들어진 용어인 '카파이즘'은 보통 기자들의 직업정신에 빗대어 표현된다. 카파이즘은 “현장에, 그것도 가까이 있을 것”을 원칙으로 한다.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내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첫번째 중동전, 인도차이나전쟁 다섯번의 전쟁상황을 취재하면서 참혹한 전쟁의 상황을 생생히 담아냈다. 위대한 전쟁사진가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종군기자로서의 위상을 떨쳤는데, 단지 우연히 어떤 장소에서 멋진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생긴 건 아니다. 카파의 현장이었던 전쟁터는 모두 그가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찾아간 곳이었다고 한다. 그의 사진들은 진심이 담긴 현장에서 건져냈기 때문에, 카파의 사진은 지금까지도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 때 사진조작이라는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사진들은 전쟁 상황에서의 절박함과 현장감이 느껴져 누구보다도 특수하고 특별하다. 그 중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파에게 찍힌 사진 몇 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France)
잿빛 바닷물과 잿빛 하늘은 군사들이 히틀러의 반 침략 작전이 가져온 초현실적인 상황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1944년 6월 6일 오마하 해변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로버트 카파는 미 육해연합군이 프랑스 쪽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하는 106컷의 사진을 담았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초반부에 나오는 전투장면이 바로 이 사진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인데, 사진을 전해받은 '라이프'지의 암실 당담자가 너무나 좋은 사진에 흥분한 나머지 필름을 말리는 동안 온도를 너무 높여버려 고작 8장의 사진만 남게 됐다. 그런데 오히려 더 유명한 사진으로 남게 됐다. 이는 로버트 카파의 가장 유명한 취재로 기록되고 있다.
이탈리아(Italy)
이 사진 속 여성들은 누구일까? 죽은 10대 게릴라군들의 어머니였다. 카파는 나폴리에서 독일군에 맞서기 위해 훔친 총과 탄약을 가지고 있었던 25명의 고등학생들의 장례식을 찍었다. 카파는 비탄에 잠긴 어머니들의 사진에 대해 "가장 진실된 승리"라고 덧붙였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독일군과 맞서 싸운 10대 청소년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진실한 영웅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들의 진실한 눈물 또한 그 청소년들을 향한 국가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독일(Germany)
1945년 4월 18일 라이프치히에서 전쟁(2차 세계대전)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 한 미국 병사가 갑자기 날아온 저격병의 총알을 맞고 쓰러진 사진이다. 카파는 이 사진을 자신의 사진 중에서 가장 비통한 사진으로 꼽았다.
당신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은 것이다.
그의 휴머니즘이 담긴 전쟁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카파이즘이라는 단어가 생기게 한 로버트 카파의 기자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비단 기자직 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던 전문직이던 직업에 있어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를 판단하기에 앞서 충분히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질문하고,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상대와의 관계에서도 휴머니즘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나부터 생각만 말고 충분히 다가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