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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프로젝트 Jul 28. 2017

[카파도키아 에세이] 터키 카파도키아, 요정의 굴뚝

자연이 만든 기암괴석, 하늘 위에서 훔쳐보기

    

     카파도키아를 선택한 목적은 단 하나였다.

     엄마와 함께 떠난 2014년 11월,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보는 것이 이 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이유이자 목표였다. 이른 아침 6시 30분부터 세계에서 모인 여행객이 대기실에 모였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뷔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저 열기구가 뜨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바람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불면 열기구는 뜰 수 없기 때문이다.


     한 30분을 조마조마했을까. 키 크고 마른 남자가 대기실로 들어와 열기구가 뜰 수 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아파트 10층 높이는 되어보이는 열기구에 탑승했다. 열다섯 명의 관광객들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북유럽에서 온 것 같은 아주머니는 꽤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같이 온 남편에게 무어라 말하는데, 남편이 손을 잡아주는 걸 보니 아무래도 무섭다고 말한 게 아니었을까. 엄마는 소녀같은 표정을 지으며 약간은 무서운데 재밌을 것 같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참 낙천적이다.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투어 ㅣ 사진 박윤희)


     여러 무늬의 열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 우리는 빨간 색 민무늬의 열기구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약 1천미터 상공이었다.

      숨이 멎는 듯 했다. 저 밑으로 펼쳐진 작은 집들과 그 주변을 둘러싼 온갖 기암괴석들. 모든 소음은 차단됐고, 오로지 이 풍경을 내려다보는 나의 시각과 피부로 와닿는 차가운 공기만이 존재했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은 약 300만년 전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으로 형성된 응회암 지대가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거쳐 만들어졌다. (사진 박윤희)


     일명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우는 기암괴석을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자니, 마치 요정의 나라를 조심스럽게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오직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면 그 거대함에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위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기암괴석의 모습은 요정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1시간 가량의 투어가 끝나고 내려와 땅을 밟았다. 하늘 위에서의 시간은 원래 이렇게 빨리 가는건가? 기분이 묘했다. 이런 기분을 얼른 날려버리려는 듯 가이드는 샴페인을 꺼내들었다. 성공적인 비행을 기념하기 위해 함께 빨간 열기구에 탑승했던 각국의 승객들이 하나가 되어 'Cheers'를 외쳤다. 어떤 기분인지 아리송했지만, 모두들 즐거워보였다. 어쨌든 나도 기뻤다.



재앙을 막아주는 터키인들의 부적, 나자르본주(Nazar Boncugu)


3년이 지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어리둥절했던 기분의 원인은 '아쉬움'이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카파도키아, 그토록 타고 싶던 열기구...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 셈이었다. 원하던 것을 얻은 뒤 느껴지는 약간의 허탈함은 왜 느껴지는 걸까 싶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시기는 꿈으로 가득차다. 꿈을 향하는 매 순간 흘리는 땀은 달콤하다. 그 것을 이루는 순간의 느낌은 짜릿하이런 일련의 감정들로 이루어지는 꿈의 과정은 찬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끝난 후의 허탈함은 솜사탕처럼 먹는 순간 달콤하지만 쉽게 사라지는 것이다.





위 글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2017년 2월호에도 게재되었고, 내용과 사진을 덧붙여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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