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기암괴석, 하늘 위에서 훔쳐보기
카파도키아를 선택한 목적은 단 하나였다.
엄마와 함께 떠난 2014년 11월,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보는 것이 이 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이유이자 목표였다. 이른 아침 6시 30분부터 세계에서 모인 여행객이 대기실에 모였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뷔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저 열기구가 뜨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바람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불면 열기구는 뜰 수 없기 때문이다.
한 30분을 조마조마했을까. 키 크고 마른 남자가 대기실로 들어와 열기구가 뜰 수 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아파트 10층 높이는 되어보이는 열기구에 탑승했다. 열다섯 명의 관광객들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북유럽에서 온 것 같은 아주머니는 꽤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같이 온 남편에게 무어라 말하는데, 남편이 손을 잡아주는 걸 보니 아무래도 무섭다고 말한 게 아니었을까. 엄마는 소녀같은 표정을 지으며 약간은 무서운데 재밌을 것 같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참 낙천적이다.
여러 무늬의 열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 우리는 빨간 색 민무늬의 열기구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약 1천미터 상공이었다.
숨이 멎는 듯 했다. 저 밑으로 펼쳐진 작은 집들과 그 주변을 둘러싼 온갖 기암괴석들. 모든 소음은 차단됐고, 오로지 이 풍경을 내려다보는 나의 시각과 피부로 와닿는 차가운 공기만이 존재했다.
일명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우는 기암괴석을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자니, 마치 요정의 나라를 조심스럽게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오직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면 그 거대함에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위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기암괴석의 모습은 요정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1시간 가량의 투어가 끝나고 내려와 땅을 밟았다. 하늘 위에서의 시간은 원래 이렇게 빨리 가는건가? 기분이 묘했다. 이런 기분을 얼른 날려버리려는 듯 가이드는 샴페인을 꺼내들었다. 성공적인 비행을 기념하기 위해 함께 빨간 열기구에 탑승했던 각국의 승객들이 하나가 되어 'Cheers'를 외쳤다. 어떤 기분인지 아리송했지만, 모두들 즐거워보였다. 어쨌든 나도 기뻤다.
3년이 지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어리둥절했던 기분의 원인은 '아쉬움'이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카파도키아, 그토록 타고 싶던 열기구...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 셈이었다. 원하던 것을 얻은 뒤 느껴지는 약간의 허탈함은 왜 느껴지는 걸까 싶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시기는 꿈으로 가득차다. 꿈을 향하는 매 순간 흘리는 땀은 달콤하다. 그 것을 이루는 순간의 느낌은 짜릿하다. 이런 일련의 감정들로 이루어지는 꿈의 과정은 찬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끝난 후의 허탈함은 솜사탕처럼 먹는 순간 달콤하지만 쉽게 사라지는 것이다.
위 글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2017년 2월호에도 게재되었고, 내용과 사진을 덧붙여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