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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28. 2022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알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봄이 왔는가 싶더니 여름이 오고, 더위에 지치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고, 울긋불긋 단풍을 보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온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보고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간다고 느끼곤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건만, 후회되는 일도 많고 미련이 남는 것도 많을 뿐이다. 그래도 이 해가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조금은 힘이 들어도 그 일만은 꼭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소중한 일이기에, 더는 미뤄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기에, 비록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꼭 그 일은 끝내야 할 듯하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Robert Lee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여기가 누구의 숲인지 알 듯하다 

그 사람 집은 마을에 있으니 

그인 모르리라, 내가 여기 서서 

그의 숲에 눈 쌓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내 조랑말은 이상하게 여기리라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농가라곤 가까운 데 없는데 

연중 가장 캄캄한 이 저녁에 길을 멈췄으니.     

 

마치 무슨 까닭인지 묻기나 하듯

방울을 한번 흔들어 보는 조랑말

그 밖에 다른 소리란

가는 바람과 솜털 같은 눈송이 스치는 소리뿐.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일은 어떤 것일까? 길을 마무리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인 걸까? 나는 그것을 잘 알고는 있는 것일까?


  이제는 잠시 멈추어 서서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어야 할 때이다.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도 봐야 할 때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용히 흘러가는 인생을 볼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 진정 의미 있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이제는 잠시 멈추어 서서 꼭 지켜야 할 약속을 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에 이르기 전에 조금이나마 주어진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후회와 아쉬움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다 가기 전에 행복하고,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즐거워하고, 오늘이 다 가기 전에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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