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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28. 2022

민서와 영수 1(연작소설)

민서만큼 예쁜 아이가 있을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민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너무 예뻐서 그냥 매일 내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면 좋겠다. 나는 맨날 민서 생각만 한다. 밥 먹을 때도, 학교에서도, 집에 와서 숙제할 때도, 자려고 누워있을 때도 나는 민서만 생각한다. 


  친구인 영수에게 슬쩍 물어보았는데 그 녀석은 민서는 그냥 평범 그 자체라고 말했다. 평범 그 자체라니, 영수는 가끔 말도 안 되는 것을 씨부릴 때가 있다. 그 녀석에게는 민서가 그냥 평범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다. 민서와 같은 반이 된 것은 하늘이 나에게 내려주신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내가 평생 받을 복을 이번에 다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민서는 키는 아담하고 몸이 갈쌍하다. 말랐다면 마른 편이다. 이목구비는 뚜렷하다. 처음 민서가 우리 반으로 전학 왔을 때 나는 하늘에서 천사가 우리 반으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드디어 나에게 하늘이 엄청난 은혜를 베푸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수는 내 단짝 친구다. 영수가 나보다 생일이 한 달 빠르다. 영수네 집은 우리 집 바로 옆집이다. 영수하고 언제부터 친구였는지 생각해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같이 놀지 않았는가 싶다. 갓난아기 때부터 영수네 엄마가 바쁘면 우리 집에 영수를 맡기거나, 우리 엄마가 바쁘면 나를 영수네 집에 맡기곤 했었다. 그러니 영수와 나는 쌍둥이 형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나와 영수는 얼굴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동안 매일 나는 영수하고 놀았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거나 뒷산에 가서 나무를 타거나 곤충을 잡았다. 냇가에 가서 개구리나 물고기를 잡아 불에 구워 먹기도 했다. 엄마가 집에 안 계시면 영수네 집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밥을 먹기도 했다. 영수네 엄마가 안 계시면 영수가 우리 집에서 밥을 먹었다. 양쪽 집에 아무도 안 계시면 우리는 둘이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에 오락실이 있었는데 영수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야, 오락 한판 하고 가자. 여기 엄청 재미난 거 있어.” 

나는 오락을 해 본 적도 없고 오락실에 가 본 적도 없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영수를 따라 들어갔다. 영수가 어떤 기계 앞에 앉더니 나한테 말했다. 

  “야, 이게 겔로그라는 건데 진짜 재밌어. 내가 한번 해 볼 테니까 봐.”

그러고는 동전을 집어넣더니 게임을 시작했다. 갑자기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수의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현란한 손놀림과 함께 

  “뚜뚜뚜뚜뚜 따따따따따 빠빠빠빠빠” 

적 진지가 초토화되어 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들어가 본 오락실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그 화면에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한참 지나서 영수는 나를 보더니 “진짜 재밌지? 너도 한번 해봐. 안 어려워.”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앉으라고 했다. 간단히 이거저거 설명해주더니 동전을 넣어주며 “할 수 있겠지? 얼른 해 봐.” 버튼을 누르자 게임이 시작됐다. “어어어어어어.” 30초도 지나지도 않아, “뿅” 게임 오버. 내 전투기인지 비행기인지 모를 그거는 얼마 가지도 못해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너무 허탈해 영수를 쳐다보니 빙긋 웃으며, “처음엔 다 그래. 우리 그냥 다른 데 가서 놀자.” 오락실을 나와 영수에 집에 가서 놀았다.


  그동안 나는 영수하고 가장 친했고 그 녀석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영수는 나에게 2순위일뿐이다.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나의 별, 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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