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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28. 2022

최선이 전부가 아니다

https://youtu.be/8e_xYuzn9Vg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그러한 하루가 일주일로, 일주일이 한 달로, 그렇게 이어지다 보면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내가 나의 삶이 주인이 아닌, 나의 일이 나의 삶의 주인으로 바뀔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하여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내 삶의 주인을 내가 아닌 다른 것에게 양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일까?


  어떠한 목표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지만, 정작 그 과정을 잃어버린 채 오직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빠져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채 나 자신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내가 지향하고 설정했던 목표를 다 이루고 났더니, 정작 허무하고 허탈하여 그동안의 시간과 희생이 후회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이미 끝나 버렸고, 아름다울 수 있었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바다에서>    

  

                  M. 클레어  

   

아주 오래전 집을 떠나왔고

이제는 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네

나는 생명의 보트를 만들어

드넓은 바다로 떠났지

나는 손을 흔들었네

바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감당할 수 없는 것 모두를 줄 거라는 걸

아는 모든 이에게

그들은 손을 흔들었고

나는 드넓은 바다로 향했네

내 생명의 보트에 몸을 싣고

영혼과 가슴으로 보트를 만들었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드넓은 바다로 그 배를 밀어 넣었지

그렇게 집을 떠나왔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네

하지만 나는 안다네

집 

집은 나를 기억한다는 걸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가 전부가 된다면 그 목표는 그리 의미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목표가 과정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많은 다른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집을 떠난 후 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순간에야 나 자신을 잃어버렸음을 깨닫는다면 삶은 너무 허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가끔씩이라도 집을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인지 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건널 수 있는 바다였을까? 어디까지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언제 다시 나의 집으로 돌아갈지 떠나오기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것일까? 아니면 무작정 멀리 갈 생각만 했던 것일까? 이제 항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더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기 전에, 이제는 항해의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최선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우리의 소중한 인생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목표를 이루었다고 해서 삶이 완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디까지 최선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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