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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Nov 01. 2022

어리석었던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을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그러한 어리석음으로 인해 촉발된 배신감을 겪고 결국은 모두 파멸에 이르게 되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리어왕 : 오, 아주 조그만 허물이었는데, 코델리아의 허물이 어째서 이토록 추악하게만 보였을까? 그 허물은 고문하는 도구같이 내가 지닌 정을 있어야 할 곳에서 뽑아내어 내 마음으로부터 모든 애정을 없애고, 증오심만 늘게 했구나. 오 리어, 리어, 리어! 이 문을 때릴 수밖에. 못난 생각만 끌어들이고, 귀중한 분별은 쫓아버렸으니! 자, 부하들아, 가자.”


  거짓된 말로 리어왕에게 사랑을 표현한 첫째 딸 고네릴과 둘째 딸 리건,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표현한 셋째 딸 코델리아. 리어왕은 첫째와 둘째 딸의 아첨이 옳고 진실된 셋째 딸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되어서야 코델리아의 진심을 알게 된 리어왕, 스스로를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의 어리석음이 삶의 불행을 자초하는 것은 리어왕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들도 항상 그러한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리건 : 그렇겐 안 됩니다. 저는 아버지가 오시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래서 맞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요. 언니 말을 들으세요. 그렇게 감정과 이성 뒤섞인 모습을 뵙고 있자니, 아무래도 나이 드신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언니는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고넬리와 리건은 리어왕으로부터 모든 것을 다 물려받은 후 자신들의 속셈을 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부왕으로부터 전부를 물려받았으니 이제 아쉬울 것은 없고 모든 것을 상속해 준 부왕을 결국은 몰아내게 됩니다. 리어왕은 엄청난 배신감에 사로잡혀 삶의 허망함을 느낍니다. 


  세상은 배신으로 가득합니다. 가족 간에도 친구 간에도 이러한 배신이 판을 치는 것은 각자의 이익과 욕심에 의해 삶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삶은 돌고 도는 것입니다. 한순간은 편할지 모르나 언젠가 그도 고통받기 마련입니다. 


  “리어왕 : 울부짖어라, 울부짖어라, 울부짖어라! 너희들은 돌덩이 같은 인간들이냐! 내가 너희들 같은 혀와 눈을 가졌다면, 이것들을 사용하여 하늘이 무너지도록 저주를 해줄 텐데! 이 애는 죽어버렸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는 나도 안다. 이 애는 죽어서 흙처럼 돼버렸다. 거울을 빌려줘. 거울이 입김으로 흐려지든지 희미해지면, 아직 살아 있는 거야.”


  리어왕은 어리석었습니다. 사물을 정확히 볼 수 없었고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어리석음의 시작입니다. 그로 인해 그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세 명의 딸도 차례대로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도 죽고 맙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어리석음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자신은 누구인지 돌아보는 자만이 이러한 길을 걷지 않을 것입니다.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의 길에서 우리는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하며 그로 인해 세상을 잃는 듯한 배신감을 느끼며 파멸을 향해 그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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