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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by 지나온 시간들

어디선가 풍경소리 들려온다. 멀리 보이는 붉은 석양은 하늘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구름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저녁 햇살이 어떤 불멸을 암시하려는 모습이다. 그곳을 떠나 이곳에 있는 이유는 생의 바퀴가 두렵기 때문인 것일까. 아직은 미련이 남은 삶의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심인 것일까. 나 자신을 모르건만 무엇을 안다고 주장하려 했던가. 사방으로 둘러싸인 차원 낮은 세계에 존재했던 부족한 자아가 부끄러운 것일까.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남아있는 시간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은 것일까. 이제는 떠나 언제 돌아올지 모를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자 몸부림치는 것일까. 아직은 불안하고 미약한 무의식에 항거를 하려는 것일까. 사방은 조용하고 어두워져 가는데 어디선가 부는 바람이 다시 풍경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소리의 파장은 짧아 멀리 가지 못하지만 더 깊은 세계에 울림을 주고 있다. 영원하지 않을 그 무엇을 찾아 헤맸던 시간에 공명이 되어 왜소한 나 자신이 파괴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밤이 지나 내일 새벽이 되면 그 풍경소리 다시 들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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