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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바도 없고 가는 바도 없다

by 지나온 시간들

물은 자유롭다. 어느 그릇에 담기든 상관하지 않는다. 조그만 그릇에 담기면 담기는 대로 커다란 그릇에 담기면 담기는 대로 그릇의 크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물은 그릇의 형태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동그란 그릇에 담기면 동그란 모습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그릇에 담기면 직사각형 모습으로 그렇게 존재한다.


나와 모든 것이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며, 인생의 목표가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르고,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고, 그 모든 것이 다르다.


나는 주위의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물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그 사람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그를 마음속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것에 집착하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에 집착하는 이상 나는 물처럼 진정한 자유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을 이루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기대하는 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기만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다. 그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나와 다를 수밖에 없기에, 그 사람이 어떤 행위와 말을 하는 것에 집착하는 이상 나는 결코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가 없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생각 자체가 나 스스로 내면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대도 나를 보고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는 바도 없고, 가는 바도 없다”라는 말은 진정으로 나 자신의 내면의 자유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고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 입장에서는 오는 것이고 상대의 입장에서는 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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