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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by 지나온 시간들

떠도는 바람 위에 나를 맡겼다.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을 믿고 싶었다. 산 위로 흘러갈지, 바다로 흘러갈지, 따스한 곳에 갈지, 추운 곳에 갈지,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가 않다.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내 존재의 쓸쓸함에 위로가 되고, 그 바람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조그만 나의 삶에 안식이 되어 어디로 떠돌든 상관이 없다. 이제는 내가 바람이 되고 바람은 내가 되어 어떠한 가로막이 있다 하여도 그것을 넘고 넘어갈 수 있기에 더 이상 힘에 겨워 하지 않는다. 바람 위에서 별을 보고, 바람 위에서 태양을 보며, 이 세상 어느 곳에 흘러가서도 그곳에서 내 안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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